빗썸은 당초 농협은행의 요청에 반발해 메타마스크 등 개인식별이 되지 않는 외부지갑도 대면심사를 거친 뒤 이용이 가능하다고 공지했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빗썸 고객센터에 직접 방문해야 한다는 절차상 불편함이 있었지만 개인지갑을 이용하는 투자자들은 출금이 가능하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하지만 ‘개인지갑 출금 원천 차단’을 고수하는 농협은행의 압박에 빗썸은 입장을 번복했다.
이에 농협은행측이 거래소의 개인지갑 출금 금지에 대한 불만과 함께, 허용된 지갑 등록시에도 개인정보를 과다하게 요구한다는 불만 역시 투자자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당초 농협과 거래소측이 개인식별 정보로 합의한 조건은 ‘이메일, 휴대전화 번호, 이름’ 중 하나지만, 빗썸의 경우 정책 변경으로 해외 거래소 지갑 등록시 신분증 촬영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지갑 등록을 위한 사진 및 동영상 인증 과정에서 개인 지갑 주소와 보유한 자산 잔고도 노출될 수 있으며, 이를 농협은행이 보유할 수 있다는 점도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향후 거래소뿐만 아니라 농협은행 전산망에 해킹이 발생해도 투자자들의 개인정보와 지갑 주소, 보유 종목과 수량이 모두 유출될 수 있다는 것.
가상자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금세탁 방지와 금융거래 투명화가 목적이라는 농협은행의 입장에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라며 “또 농협은행을 시작으로 거래소의 개인지갑 차단이 확산될 경우 '가두리 거래'로 국내 거래소의 코인 시세의 혼란이 재발될 것이고, 이는 투자자에게 고스란히 피해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 관계자는 “업계에선 농협은행이 실명계좌 제공을 볼모로 잡고 거래소에 월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라고 언급했다.
한편, 빗썸과 코인원은 지난해 9월 농협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을 연장하며 트래블 룰(Travel Rule, 자금이동규칙) 솔루션 도입 조항 내에 이달 24일까지 화이트리스트 도입을 약속하는 조항을 포함시켰다. 트래블 룰은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금융거래 송·수신인의 정보를 금융당국에 보고하는 제도로, 가상자산사업자는 100만원 이상의 가상자산을 주고받는 이들의 이름과 지갑 주소를 확인해야 한다.
당시에도 농협은행은 가상자산 출금 전면 금지를 요구했으나 거래소측에서 투자자 피해 우려를 제기해 화이트리스트 도입이 재계약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