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소년분류심사원 기고] 청소년을 변화시키는 가장 큰 힘은 부모에서 시작된다

“괜찮아. 다시 시작해 보자. 엄마, 아빠가 함께 할께.” 기사입력:2026-11-02 17:43:51
서울소년분류심사원 안산지원 교무계장 김민섭.(제공=안산소년분류심사원)

서울소년분류심사원 안산지원 교무계장 김민섭.(제공=안산소년분류심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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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전용모 기자] 필자는 서울소년분류심사원 안산지원에 근무하는 공무원이다.

소년분류심사원이라고 하면 대다수 국민들이 생소해 한다. 소년분류심사원은 죄를 벌하는 곳이 아니라 비행을 저질렀거나 비행 우려가 있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소년부 판사가 사건을 조사·심리하기 위해 청소년을 수용하는 기관이다.

수용하면서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수용기간 동안 청소년의 비행원인 규명 및 분석을 통해 재범위험성 등을 전문적으로 진단·심사하고, 인성교육을 실시하여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게 하는 교육기관이기도 하다. 사회에서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다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앞날을 준비하는 정거장과 같은 곳이다.

비행청소년이 분류심사원에 입원하면 먼저 어떤 잘못을 했는지 살펴보고 분류심사원에 있는 동안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고민한다. 하지만 비행청소년을 가까이에서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

비행청소년의 잘못된 행동 뒤에는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가정환경과 관계의 문제가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모든 비행청소년의 비행 원인을 전적으로 가정이나 부모에게 돌릴 수는 없다. 친구관계, 학교생활, 경제적 문제, 사회환경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비행청소년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가장 큰 디딤돌이 ‘가정’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필자는 안산분류심사원에서 근무하면서 비행청소년들이 재판 후 가정으로 돌아갔을 때 부모가 어떤 태도로 아이들을 맞이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분류심사원에서 아무리 좋은 교육과 상담이 이루어지더라도 아이가 돌아간 가정에서 변화의 노력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 효과는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비행청소년에게 심사원 퇴원은 단순히 수용시설을 나오는 일이 아니다. 다시 학교와 사회, 그리고 가정으로 돌아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출발점이다.

하지만 그 출발이 항상 순탄하지는 않다. 아이는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달라지려는 마음을 가질 수도 있지만, 집으로 돌아가면 이전과 똑같은 환경과 관계를 마주하게 될 수 있다. 부모와의 갈등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거나, 대화가 단절되어 있다면 아이는 다시 혼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비행청소년의 변화는 아이 혼자만의 노력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아이가 달라지기를 바란다면 부모도 함께 달라져야 한다.

부모들은 흔히 자녀가 잘못된 행동을 하면 먼저 꾸짖고 잘못을 깨닫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분명한 책임을 가르쳐야 한다. 그러나 꾸중과 통제만으로 아이의 마음까지 변화시킬 수 없다. 때로는 부모가 먼저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무엇이 힘들었는지 물어보는 대화가 큰 변화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부모의 역할은 자녀의 잘못을 무조건 감싸는 것도, 자녀에게 전적으로 책임지도록 하는 것도 아니다. 잘못에 대한 책임은 지도록 하되, 그 잘못 때문에 아이의 존재 자체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아이가 실패했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손을 내밀고, 잘못된 선택을 했을 때 올바른 방향을 알려주는 것이 진정한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마음을 담아 안산분류심사원에서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부모를 대상으로 부모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부모교육은 단순히 자녀를 어떻게 통제하고 훈육할 것인지를 알려주는 시간이 아니다. 자녀의 행동을 이해하고, 부모 자신의 양육태도를 돌아보며, 자녀와의 관계를 회복하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다.

자녀의 비행으로 인한 실망과 걱정, 주변의 시선, 앞으로의 막막함까지 여러 감정으로 인해 부모교육에 참석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하는 부모님들도 많이 계신다. 그러나 필자는 부모님들이 교육에 참여하는 자체가 변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자녀가 변화되기 위해서는 먼저 부모가 배우고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녀를 이해하기 위해 한 걸음 다가서고, 자녀 역시 부모의 진심을 알게 된다면 그동안 닫혀 있던 마음의 문도 조금씩 열릴 수 있다.

한 아이가 다시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람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변화의 첫걸음은 준비된 부모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 시작될지 모른다.

“괜찮아. 다시 시작해 보자. 엄마, 아빠가 함께 할께.”

필자는 이 말 한마디와 부모의 변화가 비행청소년의 새로운 삶을 여는 가장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소년분류심사원 안산지원 교무계장 김민섭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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