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법원종합청사.(사진=전용모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검사는 당심에서 공소장변경허거 신청을 했고 이를 허가함으로써 이 부분 심판대상이 변경돼 해당 부분은 더이 상 유지될 수 없게 됐고 원심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처리해 하나의 형을 선고했으므로 원심 판결중 피고사건부분은 전부 파기 될 수밖에 없다. 또 원심으로서는 위 각 장물에 대해 판결로써 피해자의 상속인들에게 이를 환부하는 선고를 했어야 함에도 선고하지 않은 것은 압수장물의 환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다.
피고인(30대)은 2020년 7월 2일 오전 1시10분경 피해자가 성매매 대가(21만원 송금)를 받고도 성매매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무차별적으로 때리고, 베개로 피해자의 머리를 누르고 로프를 목에 감아 졸라 피해자를 잔인하게 살해했다. 피고인은 이에 그치지 않고 피해자의 사체를 주무르는 등 오욕(명예를 더립히고 욕되게 함)했고, 사망한 피해자의 얼굴이 보기 싫다는 이유로 청테이프를 피해자의 얼굴에 마구 감기도 했으며, 피해자를 확실히 살해하기 위해 욕조에 물을 가득 채워 피해자의 사체를 집어넣기까지 했다.
그런 뒤 피고인은 피해자 소유의 지갑과 휴대전화 등을 가지고 범행 현장을 빠져나와 피해자의 체크카드를 사용하여 담배와 음료수를 구매하고 태연히 피씨방을 이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피고인 및 변호인은 "피고인은 경계성 정서불안정성 인격 장애를 앓고 있어 충동 조절이 어려운 장애로 인해 피해자를 살해하게 된 것으로 이 사건 범행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피고인은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피해자는 무엇보다도 존귀한 생명을 무참히 빼앗겼다. 피해자가 죽음에 이르는 동안 느꼈을 극도의 공포과 고통, 허망하게 가족을 잃은 유족의 슬픔과 충격을 헤아리기 어렵다.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가한 폭력의 정도 및 살인 범행방법의 잔혹성, 살인의 결과를 확정적으로 의욕했던 점, 살인범행 후 추가 범죄를 저지른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범행은 그 죄책이 매우 무겁고, 피고인에게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을 묻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
또한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전에 강간상해죄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고, 성매매 여성을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치는 등의 범행으로 징역 3년 및 징역 6월을 선고 받은 적이 있다. 위와 같은 중한 죄를 범하고 재차 이 사건 범행까지 저지른 점, 피고인에 대한 재범위험성 평가척도 및 정신병질자 선별도구에 의한 평가 결과에서 재범 위험성이 높음 수준으로 나타난 점, 피고인이 이 사건에서 잔혹한 살인범행을 저지른 뒤 사체를 오욕하기도 하고 검거될 때까지 무덤덤하고 태연한 모습을 보였던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에게 과연 사람의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 있는 것인지, 피고인이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고통에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여기에 이 사건 범행이 사회 일반에 주는 충격의 정도를 고려하면,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 본인 및 사회 일반에 대한 예방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도 피고인에게 엄중한 형을 선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시키는 형의 선고가 정당화될 수 있는 객관적인 사정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이 사건 변론과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에게는 다음과 같이 책임 및 예방의 관점에서 다소나마 유리하게 참작할 수 있는 정상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을 무기징역형에 처하여 영구히 자유를 박탈하고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것은 지나치게 무겁다고 판단된다. 피고인에게는 그 책임과 예방필요성에 상응하는 장기간의 유기징역형을 선고하기로 한다"고 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