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외부 기고 칼럼] 사법시험 폐지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천경훈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가 중앙일보 ‘시론’에 기고한 칼럼에 대해 전국법대교수회 서완석 회장(가천대 법과대학장)이 반론적 성격의 기고문이라며 8일 본지에 글을 보내와 전문을 게재한다.
먼저 천경훈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7일 중앙일보 오피니언에 기고한 ‘사시존치론, 조선 말 과거제 집착과 비슷하다’라는 [시론]에서 “법무부의 사법시험 연장안은 로스쿨을 망치는 최악의 선택”이라며 “사법시험은 역사 속으로 보내고, 로스쿨 개선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경훈 교수는 “필자는 22년 전 합격했던 사시(사법시험)와 훌륭한 교육을 시켜준 사법연수원에 애틋한 고마움을 갖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필자의 (로스쿨 교수) 직업적 양심에 따른 판단으론, 이제 사시는 예정대로 역사 속으로 고이 보내고, 로스쿨 개선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경훈 교수는 서울대 법대 91학번으로 1993년 사법시험 35회에 합격(288명 선발)했다. 당시 서울법대 3학년 만21세로 최연소였다. 또한 1997년 사법연수원 26기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법무관을 거쳐 국내 최대 법률사무소 김앤장에서 변호사로 활동한 이력을 갖고 있다.
<사법시험, 과거제도의 답습인가? 여전한 공정의 보루인가?>
전국법대교수회 서완석 회장(가천대 법과대학장)
사법시험존치를 둘러싼 공방이 치열한 가운데 최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천경훈 교수가 중앙 일간지에 사법시험 존치를 마치 조선말의 과거제에 대한 집착과 비슷하다며 사법시험 폐지를 주장하는 글을 실었다. 우선 사법시험이 과거의 과거제도와 같은 것이라는 대전제도 상당한 비약이어서 잘못되었지만 설령 그와 유사한 것이라 하더라도 천 교수의 주장은 일반 독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천 교수와 같은 비판은 이미 조선 후기에도 있었다. 윤기(尹愭)의 ‘무명자집(無名子集)’에는 조선시대의 과거제가 애초 의도했던 ‘어질고 방정하며(賢良方正)’, ‘정직한 말로 적극 간쟁하는(直言極諫)’ 선비를 선발하려던 애초의 의도와 달리 각고의 노력으로 공부를 하지는 않고 오직 과거 급제를 따내기 위해 꾀를 쓸 뿐이고, 시험을 주관하는 자들도 나라를 위해 공정함을 지키려는 뜻은 없고, 오직 사정(私情)에 이끌려 편법 쓰기만을 능사로 여기는 자들에 의해 농단되고 있다는 탄식이 실려 있다.
그러나 이것은 과거제 운영의 폐단이지 과거제가 무용지물이라는 말이 아니었다. 다산 정약용은 그의 목민심서에서 과거제도의 운영의 폐단을 지적하면서도 과거제도가 제대로 확립되지 않으면 선비들이 분발하지 않는다고 경계한 바 있다. 참된 지성이라면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을 보아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웬만큼 역사를 아는 사람이라면 고려시대 음서제가 성행할 때 유행하던 은문(恩門)과 좌주문생(座主門生)관계의 폐단을 알 것이다. 자기를 공직에 나가게 해 준 사람을 은문이라 하고, 시험관인 좌주와 응시자인 문생은 평생의 정치적 결합관계를 갖게 됨으로써 패거리와 기득권 세급의 폐해가 누적되었고 결국 역성혁명의 한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졸업사정시험 때문에 중견 정치인이 학교를 찾아가고, 로스쿨 부원장이 부형의 사무실을 찾아 자초지종을 설명해야 하는 세태가 정상적인가 묻고 싶다. 사법시험 시절에는 상상도 하지 못하던 일이다.
필자는 로스쿨이 도입될 당시 그 도입에 찬성했던 사람이다. 어느 제도나 마찬가지이겠지만 단점이 있게 마련이고 사법시험도 문제점을 갖고 있었으며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면 그러한 문제점이 개선될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로스쿨 제도는 우리가 모델로 삼은 미국제도와 너무나 다르고 일본의 제도와도 많이 다르고, 대신 윤기가 무명자집에서 비판했던 과거제도의 문제점과 어쩌면 그렇게도 닮은 점이 많은지 너무나 걱정이다. 정말 사법시험을 과거의 유물로 몰아 과거제처럼 취급하려면 정확한 역사적 의미와 사회적 기능을 알아야 한다. 과거제도는 동양적 인재선발제도로 마테오리치가 중국의 과거제도를 유럽에 소개한 것이 계기가 되어 유럽 국가들이 효율적인 근대 국가체제를 정비하는데 기여하였다. 사회통합과 발전은 시민의 자발적 승복을 전제로 한다. 예컨대, 르네상스를 열었던 피렌체의 경제발전은 길드의 개방성과 사법관을 외국인에게 맡겨 공정성을 담보할 정도의 시스템이 있었기에 가능했었다. “모든 직업은 재능에 대하여 열려 있어야 한다”는 모토는 나폴레옹 시대 이후 유럽의 신분계급을 깨뜨리고 창의성과 역동적인 사회로 가는 우렁찬 함성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로스쿨은 폐쇄적 길드나 마찬가지이고, 장차 지금 같은 로스쿨 체제의 구조 하에서라면 과연 로스쿨 출신 판검사에게 승복을 할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모든 국가가 망할 때에는 평소에 국가 발전의 근간이었던 제도의 단점이 부각된다는 특징이 있다. 그런데 시행된 지 7년여 된 로스쿨과 변호사시험제도가 보여주는 것은 일찍이 사법시험 시행 57년간 보지 못했던 불공정성과 불투명성, 현대판 음서제 논란, 교육과정과 질에 대한 의문이다. 그리고 더욱 걱정되는 것은 작금의 사태에서 보듯이 자기혁신과 자정보다는 학생과 교수까지 일체가 된 책임전가와 집단이기주의의 거침없는 표출로 법학자, 법조인 이전의 시민의 기본 덕목인 대화와 타협, 선공후사 정신의 실종 현상이다. 지금 로스쿨 학생들과 그 출신 변호사 집단, 로스쿨 교수들이 보여주는 행태는 역설적으로 사법시험이 존치되어야 하는 당위성을 말해준다. 비정상을 제어할 정상으로서의 사법시험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위 외부 기고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하며,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측에서 반론을 보내올 경우 전문을 게재할 것임을 알려드립다>
사법시험…서완석 전국법대교수회장, 천경훈 서울대 로스쿨 교수 반론
<사법시험, 과거제도의 답습인가? 여전한 공정의 보루인가?> 외부기고 칼럼 기사입력:2015-12-08 18:2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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