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전여송 기자]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의 한 부장이 하급 직원에게 자신의 결혼 30주년 기념 연애편지 작성을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앞서 개인 창업계획서의 외부 반출을 위한 결재도 같은 직원에게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관은 두 사건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해 감봉 3개월의 경징계를 내렸다. 김현준 원장 재임 중 반복된 간부의 사적 지시로 조직문화 개선의 실효성도 도마에 올랐다.
22일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사회보장정보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갑질옴부즈만 신고 사례 중 직장내괴롭힘 현황 및 조치현황' 자료에 따르면, 기관은 A부장의 사적 업무 지시를 조사한 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하고 징계 처분했다.
조사는 2025년 11월 26일부터 올해 1월 19일까지 진행됐으며, 신고인을 포함해 6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 과정에는 갑질옴부즈만을 맡은 공인노무사의 검토도 포함됐다.
◆ '부장님의 연애편지'…초안 작성에 워크숍 준비물까지 지시
자료에 따르면 A부장은 2025년 11월 6일 같은 부서 과장을 불러 자신의 결혼 30주년 기념 연애편지를 누가 잘 쓸 것 같으냐고 물었다. 과장이 최근 결혼한 B주임을 추천하자, A부장은 B주임을 불러 연애편지 초안을 작성하라고 지시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편지는 잘 쓰고 있지? 내일까지 초안을 달라"며 재차 요구했다. 개인적인 편지 작성을 부하 직원에게 업무처럼 지시하고 제출까지 독촉한 것이다.
다음 날 오전 초안을 받은 A부장은 오후에 B주임에게 11월 10일 예정된 워크숍에 A4 용지 10장과 펜, 편지봉투를 챙겨 오라고 지시했다. 신고인은 조사 과정에서 이 같은 지시로 내적으로 심한 수치심을 느꼈다고 진술했다.
A부장은 사적인 편지 작성을 요구한 데서 그치지 않고 부서 내에서 대필자를 물색하고, 초안 작성을 재촉한 뒤 업무 행사에 필요한 준비물처럼 편지 작성 물품까지 챙기도록 했다.
기관은 해당 행위가 신고인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고 부서 내 업무질서를 훼손한 것으로 판단해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했다.
◆ 1년 전엔 개인 창업계획서 반출 결재도 지시
A부장의 사적 지시는 연애편지 사건이 처음이 아니었다.
자료에 따르면 A부장은 2024년 11월 5일 자신의 개인 창업계획서를 사내 업무망 PC에서 작성한 뒤, 하급 직원에게 외부 반출을 위한 결재와 문서 전송을 지시했다.
기관 규정상 해당 문서를 외부로 반출하려면 상위 직급자인 본부장의 승인이 필요했다. 그러나 A부장은 자신이 해당 문서의 외부 반출을 승인하는 편이 간단하다고 판단해 B주임에게 업무망에서 인터넷망으로 창업계획서를 반출하고 외부메일로 전송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하급 직원에게 결재를 지시해 자신이 승인하는 경로를 이용하려 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셈이다. 다만 실제 결재가 어떤 경로로 이뤄졌고 누가 최종 승인했는지는 제출자료만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은 행복e음 등 사회보장 정보시스템을 운영하는 기관으로, 복지급여와 사회보장 관련 정보를 취급한다. 업무망에서 외부로 문서를 반출하는 절차는 정보보호와 내부통제를 위한 중요한 장치다.
이번 사건에서 확인된 반출 대상은 A부장의 개인 창업계획서로, 개인정보나 복지정보가 유출된 사건은 아니다. 다만 제출자료상 징계양정 의견은 두 행위를 모두 직장 내 괴롭힘으로 분류하고 있어, 문서 반출 과정의 정보보안 규정 위반 여부를 별도로 검토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 두 사건 함께 다뤘지만 정직 대신 감봉…양정 판단 근거는
감사실의 징계양정 의견을 보면 창업계획서 반출 지시 사건은 '비위 정도가 약하고 경과실인 경우'에 해당하는 견책 수준으로 판단됐다. 연애편지 작성 지시 사건은 '비위 정도가 약하고 중과실인 경우'로 분류돼 정직 또는 감봉 수준의 양정 의견이 제시됐다.
최종 처분은 감봉 3개월이었다. 두 사건이 함께 조사됐지만 중징계인 정직 대신 경징계인 감봉이 선택된 것이다.
감봉 3개월은 감봉 처분 중 무거운 수준이지만, 연애편지 사건에 제시된 양정 범위에는 정직도 포함돼 있었다. 특히 같은 하급 직원에게 반복된 사적 지시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했는지, 두 사건의 경합을 징계 수위에 어떻게 반영했는지가 쟁점이다.
창업계획서 사건에서 정상적인 승인권자를 거치지 않고 자신이 승인하는 방법을 고려한 행위를 경과실로, 연애편지 작성과 준비물 지시를 반복한 행위를 중과실로 판단한 근거도 제출자료에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두 사건 모두 과실로 분류됐다는 사실만으로 징계기준상 고의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최종 양정의 적정성을 판단하려면 기관의 징계규정과 의결 과정 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관은 신고 이후 관련자 조사와 외부 노무사 검토를 거쳐 징계를 진행했다. 조사와 처분 절차를 밟았다는 점과 실제 비위 내용에 비춰 징계 수위가 적절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 종합청렴도 6년 연속 4등급…청렴체감도는 2년 연속 최하위
사회보장정보원의 종합청렴도는 2020년부터 2025년까지 6년 연속 4등급에 머물렀다. 종합청렴도는 1등급부터 5등급까지 구분되며, 4등급은 두 번째로 낮은 등급이다.
청렴체감도는 2024년과 2025년 2년 연속 최하위인 5등급을 기록했다. 청렴체감도는 기관 업무와 관련한 내부 직원 및 외부 응답자의 부패 경험과 인식 등을 반영하는 평가로, 갑질 실태를 직접 측정한 지표와는 구분된다.
김현준 원장은 2024년 6월 3일 취임했다. 종합청렴도 6년 연속 4등급 가운데 2020년부터 2023년까지의 결과는 김 원장 취임 이전에 해당하며, 2024년도 평가 역시 취임 전 상황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결과다.
다만 2025년도 평가에는 김 원장 취임 이후 기관 운영 상황이 반영된 만큼, 청렴 수준 개선에 대한 현 경영진의 책임도 제기된다.
이수진 의원은 "연애편지 작성을 지시하는 황당한 사적 지시 사례는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의 누적된 조직 문화를 보여주는 단편적 사례에 불과하다"며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이 더욱 쇄신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은 공정하고 효과적인 사회보장을 위한 정보시스템 통합 관리 및 부정수급 심사를 담당하고 있는 공공기관"이라며 "기관에 대한 국민 신뢰가 중요한 만큼 기관 청렴 및 부패 문제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여송 로이슈(lawissue) 기자 arrive71@lawissue.co.kr
김현준號 사회보장정보원, 부장 갑질에 감봉 3개월…결혼 30주년 연애편지 대필 지시
개인 창업계획서 외부 반출 결재도 지시…동일 직원에 반복된 사적 업무 요구연애편지 사건 '중과실' 판단에도 정직 대신 감봉…징계 기준 적정성 쟁점
종합청렴도 6년 연속 4등급·청렴체감도 2년 연속 최하위…조직문화 개선 과제 기사입력:2026-10-22 19: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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