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사망한 주지의 은행계좌서 2억5000만 원 횡령 무죄 원심 파기환송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 위탁관계 인정되지 않 기사입력:2025-08-18 12:00:00
대법원.(로이슈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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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법원 제3부(주심 대법관 노경필)는 사망한 주지의 은행계좌를 공모해 2억5000만 원을 횡령한 사건에서, 횡령죄의 위탁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서울북부지법)에 환송했다(대법원 2025. 7. 17. 선고 2025도5236 판결).

망(亡) C(이하 ‘망인’)은 1994. 4. 26.경 서울 중랑구에 있는 토지 및 건물을 매입해 ‘E사찰’(개인사찰)의 주지승려로서 사찰을 운영했던 사람이고, 피고인 A는 2016년경부터 망인의 상좌(승려가운데 가장 높은 사람)로 ‘E사찰’에서 지내오다가 망인의 사망 이후 ‘E사찰’의 주지승려로 취임한 사람이며, 피고인 B는 2000년경부터 ‘E사찰’의 원주(사찰의 사무를 주재)로서 망인의 지시에 따라 망인 명의 은행 계좌(이하 ‘이 사건 망인 계좌’)를 관리했던 사람이다.

망인이 2022. 3. 22. 오후 4시 44분경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으로 사망하자, 피고인들은 피고인 B이 이 사건 망인 계좌에 보관된 돈을 망인의 상속인인 피해자 G를 위하여 보관하고 있음에도, 계좌의 통장, 현금카드, 비밀번호 등을 가지고 있는 것을 기화로 이를 임의로 출금하기로 상호 공모했다.

피고인들은 공모(A의 교사)에 따라 2022. 3. 23. 오전 9시 36분경 서울 중랑구에 있는 'F은행 먹골역지점'에 함께 방문, 피고인 B는 이 사건 망인 계좌에 보관된 돈 중 1,500만 원을 수표로 출금하여 피고인 A에게 건네주고, 2억 3500만 원을 피고인 A 명의 F은행 계좌로 이체했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해 피고인 B가 망인의 상속인인 피해자를 위하여 보관하고 있던 돈 합계 2억 5000만원을 횡령했다.

-1심(서울북부지방법원 2024. 1. 24. 선고 2023고단1518, 2023고단1834병합 판결, 최기원 판사)은 횡령, 사전자기록등위작교사, 위작사전자기록등행사교사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A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횡령, 사전자기록등위작, 위작사전자기록등행사 혐으로 기소된 피고인 B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피고인 A에게 120시간, 피고인 B에게 80시간의 사회봉사를 각 명했다.

이 사건 계좌에 보관되어 있던 돈은 망인 개인의 소유이고, 망인이 사망한 뒤에는 상속인인 피해자가 그 소유권을 취득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사찰 명의의 계좌가 만들어진 이후에도 피고인 A는 자신의 개인계좌에 위 돈을 보관했고, 피해자가 피고인들을 고소한 사실을 알게된 뒤에야 비로소 사찰 명의의 계좌로 2억1000만 원을 이체한 점 등을 보면, 피고인들에게는 횡령의 고의 및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횡령한 돈 중 피고인 A가 사용한 돈은 50만 원에 그치고 달리 피고인들이 횡령한 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고 볼 만한 증거를 찾을 수 없는 점, 일부는 장례비로 사용했고 나머지는 사찰명의 계좌로 이체해 보관 중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했다.

-원심(서울북부지방법원 2025. 4. 1. 선고 2024노267 판결, 윤웅기 부장판사)은 피고인 B와 피해자 사이에 이 사건 망인 계좌에 입금된 돈에 대한 위탁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횡령)을 유죄로 판단한 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나머지는 유죄로 인정해 1심과 같은 형을 유지했다.

피고인들은 사망한 망인의 명의로 된 각 예금청구서를 위작하고 이를 행사한 점, 해당 사찰은 여전히 개인사찰로서 법인격을 취득한 독립한 권리‧의무의 귀속 주체라고 보이지는 않는 점, 피고인들이 인출하거나 이체한 돈 상당액이 해당 은행 내지 망인의 상속인(피해자)에게 반환되지 않은 점 등은 피고인들에게 불리한 정상이다.

다만 피고인들은 망인의 장례비용으로 사용하고자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여 그 경위 및 범행 후의 정황에 일부 참작할 사정이 있는 점, 피고인 A는 몇 차례 벌금형으로 처벌받은 것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형사처벌전력이 없고, 피고인 B은 아무런 형사처벌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등을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각 참작했다.

(관련법리) 횡령죄에서의 재물의 보관은 재물에 대한 사실상 또는 법률상 지배력이 있는 상태를 의미하므로 그 보관이 위탁관계에 기인하여야 할 것임은 물론이나, 위탁관계는 반드시 사용대차ㆍ임대차ㆍ위임 등의 계약에 의하여 설정될 것을 요하지 아니하고, 사무관리ㆍ관습ㆍ조리ㆍ신의칙 등에 의해서도 성립될 수 있다(대법원 1987. 10. 13. 선고 87도1778 판결, 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1도48 판결 등 참조). 나아가 횡령죄에 관해서 타인을 위하여 재물을 보관하게 된 원인은 반드시 소유자의 위탁행위로 인한 것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대법원 1985. 9. 10. 선고 84도2644 판결 등 참조).

-대법원은 피고인 B과 피해자 사이에 횡령죄의 위탁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 원심 판단에는 횡령죄의 위탁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피고인 B은 조리 또는 신의성실 원칙에 따른 위탁관계에 의하여 이 사건 망인 계좌에 입금된 돈을 피해자를 위해 보관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피고인 B과 피해자 사이에 계약관계나 명시적인 위탁행위가 없었다거나, 피해자가 은행에 예금채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달리 볼 수 없다.

피고인 B는 망인의 위임으로 이 사건 망인 계좌에 연결된 통장, 현금카드, 망인의 도장 등을 보유하면서 계좌에 입금된 돈을 보관하고 있었다. 망인이 2022. 3. 22.경 사망함에 따라 상속인인 피해자는 이 사건 망인 계좌에 입금된 금액 상당의 예금채권을 상속했다. 피고인 B은 망인의 위임에 따라 계좌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로서 조리 또는 신의성실 원칙에 비추어 피해자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원심 판단과 같이 망인의 사망으로 피고인 B과 망인 사이의 위임이 종료되었다고 보더라도, 피고인 B으로서는 민법 제684조 제1항에 따라 위임사무의 처리로 인하여 받은 금전 기타의 물건 등을 반환할 의무를 부담하므로(대법원 2007. 2. 8. 선고 2004다64432 판결 참조), 피해자와 형법상 위탁관계까지 종료되었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피고인 B은 망인이 사망한 다음 날인 2022. 3. 23.경 피고인 A와 함께 이 사건 망인 계좌에 입금된 돈 중 합계 2억5000만원을 출금하거나 개인계좌로 이체하는 등으로 처분했고, 이에 관하여 피해자와 아무런 상의도 하지 않았다.

-원심이 경합범으로 공소제기된 수 개의 범죄사실 중 그 일부에 대하여 유죄, 일부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무죄 부분에 대하여는 검사가 상고했으나 유죄 부분에 대하여는 피고인과 검사 모두 상고하지 아니한 경우, 그 유죄 부분은 상소기간의 도과로 확정되는 것이므로 무죄 부분의 상고가 이유 있는 경우에도 그 무죄 부분만이 파기되어야 한다(대법원 1992. 1. 21. 선고 91도1402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5도7473 판결 등 참조).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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