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군대 ‘동성 추행’ 처벌 군형법 합헌…동성애 사안 아냐

기사입력:2016-07-28 18:26:56
[로이슈 신종철 기자] 군대 안에서 동성을 추행하면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 군형법 조항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아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8일 재판관 5(합헌) 대 4(위헌)의 의견으로, 계간(鷄姦)에 이르지 않은 ‘그 밖의 추행’을 형사처벌토록 한 구 군형법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합헌 결정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위 법률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돼 헌법에 위반된다는 김이수, 이진성, 강일원, 조용호 재판관의 반대의견이 있었다.

청구인 A씨는 군복무 중이던 2011년 10월부터 12월말까지 소속 부대 생활관 또는 해안초소 대기실에서 후임병인 피해자의 팬티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피해자의 성기를 만지는 등 총 13회에 걸쳐 피해자를 추행했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됐다.

A씨는 2012년 2월 유죄가 인정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이에 청구인은 항소했고, 항소심 계속 중 형사처벌 근거조항인 구 군형법 제92조의5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으나 기각되자, 2012년 7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심판대상조항은 구 군형법 제92조의5(추행) “계간(鷄姦)이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규정이다.

특히 헌재는 “이 사건은 선임병이 후임병을 추행한 사안으로 심판대상조항은 구 군형법 제92조의5 중 ‘그 밖의 추행’ 부분이므로, 사회적으로 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군대 내에서의 동성애(‘계간’, sodomy)에 대한 형사처벌의 위헌성 문제를 직접 다룬 사안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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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형법정주의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에 대해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이 말하는 ‘그 밖의 추행’이란 강제추행 및 준강제추행에 이르지 아니한 추행으로,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며 계간에 이르지 아니한 동성 군인 사이의 성적 만족행위로서,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침해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면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군인은 어떠한 행위가 심판대상조항의 구성요건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고, 법집행기관이 심판대상조항을 자의적으로 확대해석할 염려도 없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에 대해 헌재는 “위 조항은 다른 법률에 규정된 추행 관련 범죄와 비교해 법정형이 지나치게 무겁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구체적 사정에 따라 선고유예 또는 집행유예가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에서 헌재 합헌 결정 선례의 판단을 변경할 만한 특별한 사정변경이나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군인의 성적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평등원칙 위반 여부에 대해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은 단지 동성 군인 사이에 성적 행위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하는 규정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며 계간에 이르지 아니한 동성 군인 사이의 성적 만족행위로서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침해하는 것만을 처벌하는 규정이므로, 가사 그로 인해 동성 군인이 이성 군인에 비해 차별취급을 받게 된다 해도 이는 군의 특수성과 전투력 보존을 위한 제한으로써 차별취급의 합리적 이유가 인정된다”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평등원칙에도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 반대의견(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조용호)

반면 김이수, 이진성, 강일원, 조용호 재판관 위헌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이들 재판관들은 “심판대상조항은 행위의 객체에 대해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그 밖의 추행’이 남성간의 추행만을 대상으로 하는지, 아니면 여성간의 추행이나 이성간의 추행도 그 대상으로 하는지 모호하다”고 말했다.

이어 “군형법에 추행죄가 처음 규정된 1962년 당시에는 군대가 대부분 남성으로 구성돼 있었으므로 ‘남성간의 추행’만을 규제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여지나, 심판대상조항이 시행될 당시인 2010년에는 여군의 숫자가 점점 증가하는 현실이므로 심판대상조항이 ‘여성간의 추행이나 이성간의 추행’도 금지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게 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은 군인간의 추행만 처벌하는 것인지, 아니면 군인과 일반국민의 추행까지 처벌하는 것인지를 알 수 없게 규정하고 있다”며 행위 객체의 불명확성을 꼬집었다.

이들 재판관들은 “한편 군형법 제정 당시부터 군대에서의 추행을 형법이나 성폭력처벌법과 달리 규정하게 된 이유를 ‘군의 특성상 특히 병(兵)의 경우에는, 군영 내에서 동성간 집단숙박을 하고 엄격한 상명하복관계에 있어 상관의 지시를 사실상 거역하기 불가능하다는 점’에 있다고 본다면, 심판대상조항에 해당하는 추행은 ‘동성 군인의 군영 내에서 이루어진 음란행위’로 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은 행위의 시간ㆍ장소에 관해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고 있고, 대법원 판례에 의해 설시된 보호법익마저 광범위하고 포괄적이다 보니, ‘군영 외에서 이루어진 음란행위’ 등도 심판대상조항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불분명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강제성 필요 여부, 행위의 정도ㆍ객체ㆍ시간ㆍ장소 등에 관해 구체적 기준을 정하지 않은 채, 범죄구성요건을 단순히 ‘계간이나 그 밖의 추행’이라는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용어만을 사용함으로써, 수범자의 예측가능성을 박탈하고 법 집행기관의 자의적 법해석 가능성을 초래했으므로, 결국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돼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으나 소수의견에 그쳤다.

◆ 이번 결정의 의미

1962년에 제정된 구 군형법 제92조은 ‘계간 기타 추행’을 1년 이하의 징역으로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했다.

헌법재판소는 구 군형법 제92조 중 ‘기타 추행’에 관한 부분의 위헌 여부를 심리했고, 그 결과 헌재 제3기 재판부는 2002년 6월 27일 결정(2001헌바70)에서 재판관 6 대 2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또 제4기 재판부는 2011년 3월 31일 결정(2008헌가21)에서 재판관 5 대 4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한 바 있다.

위 조항은 2009년에 구 군형법 제92조의5(심판대상조항)로 개정되면서 ‘계간이나 그 밖의 추행’을 2년 이하의 징역으로 형사처벌하도록 변경됐고, 폭행ㆍ협박에 의한 강제추행과 심신상실ㆍ항거불능을 이용한 준강제추행은 별도의 조항(제92조의3, 제92조의4)으로 처벌되게 됐다.

이에 헌법재판소(제5기 재판부)는 위와 같이 개정된 심판대상조항의 위헌 여부를 심리해 오늘 합헌으로 결정했다.

재판관 5인의 법정의견은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 나아가 국가존립과 모든 자유의 전제조건인 ‘국가안보를 위한 전투력 보존’이라는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우리나라의 안보상황 및 징병제도를 고려할 때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반면 재판관 4인의 반대의견은 심판대상조항이 죄형법정주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됨을 지적했다.

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