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이상욱 기자] 한국가스안전공사가 2016년 개성공단 가동 중단 이후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유령) 개성사무소를 9년 가까이 방치해 예산을 낭비하고 행정 공백을 야기한 사실이 드러나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국회 산자중기위 민주당 허종식 (인천 동구미추홀구갑) 국회의원이 한국가스안전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안전공사는 개성사무소 운영이 중단된 이후 전혀 간수를 하지 않아 예산·자산·조직 등 총체적 관리 부실이 도마에 올랐다.

가스안전공사의 예산 낭비는 상상을 초월했다. 2016년 개성공업지구가 중단되고 2020년 6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개성사무소가 입주한 건물이 반파돼 물리적 사용이 불가능해졌다.

그런데도 가스안전공사는 2022년 12월까지 무려 2년 6개월 동안 개성공단 사무실 전화 요금을 매월 납부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말할 것도 없이 자산 관리 또한 한심했다. 2014년에 구매한 사무용 복합기는 건물이 파손되어 사용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올 3월까지 자산관리시스템에 ‘정상 운용 중인 자산’으로 등재돼 있었다. 다른 사무용 비품들 역시 현황 파악이나 불용 처리 등 후속 조치는 없었다.

아는 이는 알다시피 개성사무소의 업무도 손을 놓았다. 공단 폐쇄 직전인 2016년 2월 현지에서 수행한 40여 건의 가스시설 점검 수수료는 9년이 지난 현재까지 미징수 상태다. 근데 더욱 놀랍고 충격적인 사실은 지금까지 정확한 미수금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스안전공사 개성사무소의 실체가 사라진 조직을 그대로 방치한 점도 문제다. 지난해 3월 통일부는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을 해산했다. 그래서 가스안전공사도 2024년 2월부터 개성공업지구 관련 업무를 중단했다.

그럼에도 가스안전공사의 ‘직제관리요령’에는 여전히 경기중부지사 하위 부서로 개성사무소가 명시돼 있었다. 개성사무소의 실체는 없어졌지만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유령부서’를 9년 동안이나 방치해 온 것이다.

이에 허종식 의원은 “개성공단 폐쇄 후 9년 가까이 유령 부서를 방치한 것은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와 안일한 근무 태도를 여실히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라며 “이는 단순한 행정 실수를 넘어선 심각한 직무 유기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허 의원은 “가스안전공사는 즉각 전수조사를 통해 유사 사례를 파악하고 책임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는 한편,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 전반의 혁신안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했다.

이상욱 로이슈(lawissue) 기자 wsl0394@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