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협소한 구치소 방실 과밀수용 인간 존엄과 가치 침해 위헌

기사입력:2016-12-29 17:22:09
[로이슈 신종철 기자] 구치소 등 교정시설의 방실에 1인당 면적이 1㎡ 조금 넘는 공간에 재소자들을 수용한 것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이에 헌법재판관들은 교정시설 내에 수형자 1인당 적어도 2.58㎡ 이상의 수용면적을 상당한 기간 이내에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청구인 A씨는 업무방해죄 등으로 벌금 70만원의 형이 확정됐으나 벌금 납부를 거부해 노역장 유치명령에 따라 2012년 12월 8일부터 18일까지 서울구치소의 한 방실(면적 8.96㎡, 정원 6명)에 수용됐다가 형기만료로 석방됐다.

이후 A씨는 2013년 3월 “서울구치소장이 이 방실에 수용한 행위가 청구인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29일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서울구치소가 인간으로서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조차 확보되지 못한 구치소 내 방실에 수형자인 청구인을 수용한 행위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는 위헌 결정을 선고했다.

먼저 적법요건과 관련해 청구인은 2012년 12월 20일 이미 석방돼, 이 사건 심판청구가 인용되더라도 청구인의 권리구제는 불가능한 상태이어서 주관적 권리보호이익은 소멸됐다.
하지만 헌재는 “이 사건에서와 같은 교정시설 내 과밀수용행위는 계속 반복될 우려가 있고, 수형자들에 대한 기본적 처우에 관한 중요한 문제로서 그에 대한 헌법적 해명이 헌법질서의 수호ㆍ유지를 위해 중요한 의미를 가지므로, 예외적으로 심판청구의 이익을 인정할 수 있다”며 헌법소원을 받아들였다.

헌재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는 국가가 형벌권을 행사함에 있어 사람을 국가행위의 단순한 객체로 취급하거나 비인간적이고 잔혹한 형벌을 부과하는 것을 금지하고, 행형(行刑)에 있어 인간 생존의 기본조건이 박탈된 시설에 사람을 수용하는 것을 금지한다”며 “특히 수형자의 경우 형벌의 집행을 위해 교정시설에서 강제적인 공동생활을 하게 되는바, 구금의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최소한의 범위 내에서는 수형자의 기본권에 대한 제한이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국가는 어떠한 경우에도 수형자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할 수 없다”고 말했다.

헌재는 “그런데 교정시설의 수용면적, 관리인원의 수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적정한 수를 초과하는 수용인원이 교정시설에 수용되는 이른바 ‘과밀수용’은 교정시설의 위생 상태를 비롯한 수형자의 생활여건을 악화시키고 싸움ㆍ폭행ㆍ자살 등 교정사고를 빈발하게 하는 등 교정시설의 질서유지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교정역량을 저하시켜 결국 수형자의 재사회화를 저해하게 한다”고 짚었다.

또 “교정시설 확충과 관련해서는 예산확보, 수용인원 발생에 대한 수요예측, 부지선정 등 여러 현실적 어려움이 따른다”며 “그러므로 수형자가 인간 생존의 기본조건이 박탈된 교정시설에 수용돼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당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1인당 수용면적뿐만 아니라 수형자 수와 수용거실 현황 등 수용시설 전반의 운영 실태와 수용기간, 국가 예산의 문제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헌재는 “그러나 교정시설의 1인당 수용면적이 수형자의 인간으로서의 기본 욕구에 따른 생활조차 어렵게 할 만큼 지나치게 협소하다면, 이는 그 자체로 국가형벌권 행사의 한계를 넘어 수형자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사건의 경우, 성인 남성인 청구인이 방실(정원 6명)에 수용된 기간 동안 1인당 실제 개인사용 가능 면적은, 6인이 수용된 2일 16시간 동안에는 1.06㎡, 5인이 수용된 6일 5시간 동안에는 1.27㎡였다.

헌재는 “위와 같은 1인당 수용면적은 우리나라 성인 남성의 평균 신장인 174cm(2010년 국가기술표준원 실시 제6차 한국인 인체치수 조사 결과) 전후의 키를 가진 사람이 팔다리를 마음껏 뻗기 어렵고, 다른 수형자들과 부딪치지 않기 위해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할 정도로 매우 협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헌재는 “그렇다면 청구인이 방실에 수용된 기간이 단기이고, 접견 및 운동을 위해 총 10시간을 방실 밖에서 보낸 점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해 보더라도, 청구인은 인간으로서의 기본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조차 확보되지 못한 방실에서 신체적ㆍ정신적 건강이 악화되거나 인격체로서의 기본 활동에 필요한 조건을 박탈당하는 등 극심한 고통을 경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그러면서 “따라서 청구인이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과밀한 공간에서 이루어진 수용행위는 청구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고 위헌 결정을 내렸다.

◆ 박한철, 김이수, 안창호, 조용호 재판관의 보충의견

이들 4명의 재판관들은 “국가는 수형자가 수용생활 중에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킬 수 있도록 교정시설 내에 수형자 1인당 적어도 2.58㎡ 이상의 수용면적을 확보해야 한다”며 “다만, 교정시설 확충과 관련된 현실적 어려움을 참작해 상당한 기간(늦어도 5년 내지 7년) 내에 이러한 기준을 충족하도록 개선해 나갈 것을 촉구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번 결정의 의미는?

한편, 이번 결정과 관련해 헌재 관계자는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10조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천명한 최고의 헌법이념이자 국민 각자에게 보장되는 기본권임을 재확인하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서 비롯되는 국가형벌권 행사의 한계를 밝혔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이 사건은 헌법재판소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개별 기본권의 침해 여부를 별도로 판단하지 않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침해 여부만을 판단해 인용(위헌확인) 결정을 한 사례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헌재 관계자는 “헌법재판소가 수용행위에 대해 인용(위헌확인) 결정을 선고함에 따라, 모든 유관기관에서 교정시설 내 과밀수용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는 한편, 상당한 기간 내에 교정시설에 수형자의 인권 보장 및 재사회화의 목적 달성에 알맞은 수용환경을 갖추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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