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전여송 기자] 한국연구재단은 포항공과대학교(포스텍) 김형섭 교수 연구팀이 별도의 후열처리 없이 영하 196도부터 영상 600도까지 높은 강도와 연성을 유지하는 3D 프린팅용 합금을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3D 프린팅 과정에서 형성되는 석출상의 네트워크 구조와 주변 금속 조직 사이의 계면 특성을 활용해 합금의 강도와 연성을 높이는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연구 결과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머티리얼즈(Nature Materials)'에 지난 2일 온라인 게재됐다.
극저온 저장설비와 항공우주 분야에 사용되는 구조용 금속은 온도 변화에도 강도와 연성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일반적인 합금은 온도에 따라 내부 변형 방식이 달라지면서 기계적 성질이 저하될 수 있다.
기존에는 금속의 바탕 조직인 기지와 원자 배열이 잘 맞는 나노 크기의 석출상을 형성해 강도를 높이는 방법이 활용됐다. 다만 3D 프린팅으로 제작한 합금에서 원하는 석출상을 얻으려면 출력 후 별도의 열처리가 필요한 경우가 많았다.
연구팀은 크롬, 철, 코발트, 니켈, 알루미늄, 타이타늄, 바나듐, 탄탈럼 등 8개 원소로 구성된 고엔트로피 합금을 설계했다. 열역학 기반 비평형 응고 계산을 활용해 원소 조성을 정하고, 레이저로 금속 분말을 녹여 한 층씩 쌓는 레이저 분말 베드 융합(LPBF) 방식으로 합금을 제작했다.
특히 바나듐과 탄탈럼을 첨가해 응고 과정에서 원소가 분포하는 방식과 석출상의 형성을 조절했다. 그 결과 면심입방구조(FCC)의 기지 내부에 체심입방구조(BCC) 계열 석출상이 연결된 네트워크 형태로 형성됐다.
제작한 합금의 인장시험 결과 영하 196도, 상온 25도, 영상 600도에서 모두 항복강도 1기가파스칼(GPa) 이상과 19~26%의 균일연신율을 기록했다. 항복강도는 재료에 영구적인 변형이 시작될 때의 강도이며, 균일연신율은 변형이 특정 부위에 집중되기 전까지 재료가 고르게 늘어나는 비율이다.
연구팀은 투과전자현미경과 투과 키쿠치 회절 분석을 통해 기지와 석출상 사이에 쿠르듀모프-삭스(K-S) 및 니시야마-바서만(N-W)이라는 두 가지 결정방위 관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K-S 계면에서는 금속 내부의 변형이 기지에서 석출상으로 전달돼 두 조직이 함께 변형되는 현상이 관찰됐다. 반면 N-W 계면 주변에서는 전위가 축적되면서 추가 변형을 억제하는 내부 응력이 발생했다. 연구팀은 두 계면의 서로 다른 작용이 합금의 강도와 연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분석했다.
원자 수준의 제일원리 계산에서도 합금의 적층결함에너지가 온도에 따라 변하는 정도가 다른 상용재보다 작게 나타났다. 적층결함에너지는 결정 내부 원자층의 배열이 어긋나는 데 필요한 에너지로, 금속의 변형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연구팀은 이러한 특성이 온도 변화에 따른 급격한 변형 방식의 전환을 억제하고, 금속이 늘어날수록 강도가 증가하는 가공경화 효과와 함께 넓은 온도 범위에서 기계적 성질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번 연구에는 포항공과대학교 박효진 박사후 연구원이 제1저자로, 김형섭 교수와 일본 도호쿠대학교 렌하우 연구원이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팀은 이번 합금 설계 방법이 극저온 저장설비와 항공우주 분야의 구조용 금속 부품 개발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 산업용 부품에 적용하려면 대형·복잡 형상에서의 제조 재현성과 반복 하중에 따른 피로 특성, 장시간 고온 노출 시 미세조직 안정성 및 크리프 특성 등을 추가로 검증해야 한다.
김형섭 교수는 “향후 극저온 저장설비와 항공우주 분야의 금속 부품 소재 및 적층제조 공정 개발 등에 실제 활용할 수 있도록 대형 부품에서의 제조 재현성과 반복 하중 및 장시간 고온 노출에 따른 성능을 추가로 검증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전여송 로이슈(lawissue) 기자 arrive71@lawissue.co.kr
포스텍 연구팀, 극저온·고온 견디는 3D 프린팅 합금 개발
기사입력:2026-11-05 18: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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