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이지훈 기자] 이혼 후 자녀와의 면접교섭을 둘러싼 분쟁에서 법원이 기존 판결에 정해지지 않은 새로운 제한 조건을 이행명령에 추가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면접교섭 이행명령은 이미 확정된 판결상의 의무를 이행하도록 촉구하는 절차인 만큼, 이를 통해 면접교섭권의 내용을 변경하거나 새로운 의무를 부과할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제2부는 2026년 8월24일 선고한 2026으552 이행명령 사건에서 기존 이혼판결에 없던 동석자 제한 조건을 추가한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가정법원에 환송했다.
이번 사건은 이혼 후 자녀와의 면접교섭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신청인과 피신청인은 2024년 6월 이혼했으며, 당시 법원은 피신청인을 자녀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하고 신청인에게 월 2회 1박 2일간 자녀를 만날 수 있는 면접교섭권을 인정했다. 여름·겨울방학과 명절에도 별도의 면접교섭 일정을 정했다.
그러나 신청인은 상대방이 판결에서 정한 일정을 지키지 않고 매월 2회 당일 면접교섭만 허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2024년 10월 가사소송법 제64조에 근거해 면접교섭 허용 의무의 이행을 구하는 이행명령을 신청했다.
원심인 부산가정법원은 2026년 4월 상대방에게 기존 판결에 따른 면접교섭 의무를 이행하도록 명령했다. 다만 준수사항에 '자녀와 면접교섭할 때 자녀의 혈족이 아닌 여성이 동석하지 않도록 한다'는 조건을 새롭게 추가했다. 기존 판결에는 없던 제한이 포함되자 신청인은 이에 불복해 특별항고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조치가 이행명령의 법적 범위를 벗어났다고 판단했다. 가사소송법 제64조에 따른 이행명령은 판결이나 심판, 조정조서 등으로 이미 확정된 의무를 정당한 이유 없이 이행하지 않는 경우 그 이행을 촉구하는 제도다. 과태료나 감치 등의 제재를 통해 의무 이행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인 만큼, 기존에 확정된 의무의 내용을 변경하거나 새로운 의무를 창설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대법원은 민법 제837조의2 제3항에 따라 자녀의 복리를 위해 면접교섭권을 제한·배제·변경할 필요가 있다면 별도의 적법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면접교섭권의 변경은 가사소송법이 정한 가사비송절차를 통해 다뤄져야 하며, 이행명령을 통해 실질적으로 면접교섭권을 제한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기존 판결에서 정하지 않은 동석 제한 조건을 추가한 원심의 조치가 신청인의 면접교섭권을 실질적으로 제한·변경한 것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에 적법한 절차에 따른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해 원심결정을 파기환송했다.
이번 판결은 이혼 후 면접교섭 분쟁에서 기존 판결의 이행을 확보하는 절차와 면접교섭 조건 자체를 변경하는 절차를 명확히 구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자녀의 복리를 위해 면접교섭 조건을 조정할 필요가 있더라도 법률이 정한 별도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오승법률사무소 권희진 대표변호사는 "면접교섭 이행명령은 기존 판결이나 심판에서 정해진 의무를 이행하도록 하는 제도이지, 새로운 조건을 추가해 면접교섭권의 내용을 변경하는 절차는 아니다"라며 "상대방이 정당한 이유 없이 면접교섭을 허용하지 않는 경우에는 이행명령을 검토할 수 있지만, 면접교섭 자체의 제한이나 변경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자녀의 복리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사정을 검토하고 별도의 적법한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오승법률사무소는 권희진 대표변호사를 중심으로 민사·가사 분야의 법률 상담과 분쟁 대응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이혼 및 자녀 양육 관련 사건에서 판결과 심판으로 확정된 권리·의무의 범위, 실제 이행 여부와 양육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사안에 적합한 법률적 대응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지훈 로이슈(lawissue) 기자 ljh78@lawissue.co.kr
면접교섭 이행명령과 권리 변경은 별개...대법원 판결의 의미
기사입력:2026-11-04 12:5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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