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 커플 ‘사실혼 유사 생활공동체’ 깨뜨린 제3자에 손해배상 책임...1심 뒤집혀 확정

항소심 “관계의 ‘성립’과 ‘보호’는 별개의 문제”… 원고 측 논리 받아들여 위자료 1천만 원 인정 기사입력:2026-11-03 11:00:00
법무법인(유한) 민 김의지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민 김의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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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이강훈 기자] 동성 커플이 사실혼에 준하는 생활공동체를 이루고 있었다면, 그 사실을 알면서 일방과 부정행위를 해 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한 제3자는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 확정됐다. 1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청구가 항소심에서 인정된 것으로, 1심부터 원고를 대리해 온 법무법인(유한) 민 김의지 변호사가 항소심에서 새로 세운 핵심 논리를 재판부가 그대로 받아들였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2민사부(재판장 김소영 판사)는 2026년 6월 5일, 동성 파트너와 약 7년간 생활공동체를 이루어 온 원고가 그 파트너와 부정한 관계를 맺어 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한 제3자(피고)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항소심(2025나10110)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1심(2025가단53602)을 일부 취소하고 피고가 원고에게 위자료 1,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동성 간에 형성된 ‘사실혼 유사 생활공동체’를 법률상 보호가치 있는 이익으로 보고, 이를 알면서 침해한 제3자에게 불법행위 책임을 물었다.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앞서 1심은 동성 간에는 사실혼이 성립하지 않으므로 법적으로 보호할 관계도 없다는 취지로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김 변호사는 항소심에서 쟁점 자체를 다시 세웠다. ‘이 관계를 혼인 또는 사실혼으로 볼 수 있는가’라는 성립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형성된 생활공동체가 민법상 법률상 보호가치 있는 이익에 해당하는가’라는 보호의 문제로 다툼의 축을 옮긴 것이다.

재판부도 같은 구조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동성 간의 법률혼 내지 사실혼관계의 성립을 인정하는 문제와 동성 간의 사실혼 유사 생활공동체를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으로 평가하는 문제는 서로 다른 국면에서 논의되어야 하는 문제”라며, 전자를 부정하는 것이 반드시 후자를 부정하는 것으로 귀결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법리적 근거는 민법상 불법행위의 일반 원칙이다. 민법 제750조의 위법성은 절대권 침해뿐 아니라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을 침해한 경우에도 인정될 수 있고(대법원 2024. 7. 11. 선고 2023다314022 판결), 제3자가 부부 일방과 부정행위를 하여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면 불법행위가 성립한다는 법리(대법원 2014. 11. 20. 선고 2011므2997 전원합의체 판결)는 혼인신고 없는 사실혼이나 약혼 관계에도 적용되어 왔다. 재판부는 여기에 헌법상 행복추구권(제10조)과 평등권(제11조 제1항),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정한 민법 제751조 제1항을 더해, 동성 간에 형성된 사실혼 유사 생활공동체 역시 법률상 보호가치 있는 이익이라고 판단했다(대법원 2003. 3. 14. 선고 2000다32437 판결 참조).

다만 재판부는 현행 헌법과 민법의 해석상 동성 간 법률혼이나 사실혼의 성립은 인정하기 어렵다는 전제를 그대로 유지했다. 이번 판결은 혼인 제도의 범위에 관한 판단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생활공동체를 제3자가 알면서 침해한 경우 불법행위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에 관한 판단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와 한계가 분명하다.

승패를 가른 또 다른 지점은 입증이었다. 공적 기록이 남는 법률혼과 달리, 이러한 관계에서는 제3자가 “그런 관계인 줄 몰랐다”고 항변하기 쉽다. 원고 측은 양가 가족에 대한 관계 공개, 예물 교환, 급여와 생활비의 공동 관리 등 생활공동체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한편, 피고가 두 사람의 관계를 알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화와 정황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이를 토대로 두 사람이 늦어도 2023년 6월경부터 사실혼과 유사한 수준의 생활공동체를 형성했고, 피고 역시 그 관계를 인지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2024년 동성 동반자를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은 처분을 평등원칙 위반으로 본 판단(대법원 2024. 7. 18. 선고 2023두36800 전원합의체 판결)과도 맥을 같이한다. 다만 대법원 판단을 거친 사건은 아니어서, 유사 사건에서 법원마다 판단이 달라질 여지는 남아 있다.

원고를 대리한 김의지 변호사는 “이 사건에서 구한 것은 동성 간 관계를 혼인으로 인정해 달라는 것이 아니었다. 실제로 형성된 생활공동체를 제3자가 알면서 깨뜨렸다면,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의 일반 원칙이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1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쟁점을 ‘성립’에서 ‘보호’로 다시 세워 항소심 재판부를 설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의 법적 성격이 불분명한 사건일수록 결론은 관계의 실체와 상대방의 인식을 얼마나 객관적으로 입증하느냐에서 갈린다”고 덧붙였다.

이강훈 로이슈(lawissue) 기자 lkh@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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