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연구원, 카드 미정산 알고도 독촉만…전 센터장 9개월간 9671만원 부정사용

기사입력:2026-10-21 01:05:00
한국화학연구원 신석민 원장. 사진=화학연 홈페이지

한국화학연구원 신석민 원장. 사진=화학연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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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전여송 기자] 한국화학연구원 회계부서가 전직 센터장의 카드 미정산 건을 독촉하고도, 9개월 동안 카드를 정지하는 등의 강제조치는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센터장은 9개월 동안 연구비카드와 법인카드로 불법 유흥업소 결제와 상품권 현금화 등에 141차례 9671만원을 사적으로 사용했다.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와 한국화학연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화학연 전 센터장 A씨의 부정사용 사실은 지난 5월 NST 감사위원회의 특정감사 결과 공개로 알려졌다. 지출결의가 없는 카드대금이 연구원 자체재원으로 충당되고, 미정산 거래가 반복되는 동안 회계부서가 독촉 외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회계통제 구조가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 하루 12차례 상품권 결제…유흥업소서는 이틀간 724만원

A씨의 카드 부정사용액은 총 9671만원이다. 이 가운데 불법 유흥업소 결제가 44회, 2663만원이었고 상품권을 구매한 뒤 현금화한 거래는 60회, 4095만원이었다. 두 항목의 합계는 6758만원으로 전체 부정사용액의 69.9%를 차지했다.

나머지 부정사용에는 통신사 소액결제와 선불카드 충전 등이 포함됐다. A씨는 이 같은 방식으로 마련한 자금을 유흥비로 충당하거나 개인 채무를 변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제 행태도 반복적이었다. 2025년 8월 19일에는 하루 동안 12차례에 걸쳐 814만원을 상품권 현금화에 사용했다. 같은 달 13일부터 14일까지는 이틀간 불법 유흥업소에서 13차례 분할결제로 724만원을 썼다.

유흥업소 결제를 제한하는 클린카드도 부정사용을 막지 못했다. A씨가 이용한 업소는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를 통해 결제를 처리하면서 카드의 유흥업소 차단 기능을 우회했다. 동일 업소에서 여러 PG사 단말기를 이용해 결제를 나눈 사례도 확인됐다.

하루에 12차례 이뤄진 상품권 결제와 이틀간 13차례 반복된 유흥업소 결제 등 비정상적인 사용 행태가 있었지만, 부정사용은 9개월간 이어졌다. 이러한 결제 패턴을 기관이 어떤 방식으로 점검했는지, 반복적인 이상거래를 조기에 걸러낼 수 있는 관리체계가 작동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 미정산 알고도 독촉만…연구원 자체재원으로 카드대금 지급

더 큰 문제는 미정산 거래에 대한 회계부서의 대응이다.

화학연 내부 지침은 카드 사용 후 10일 이내에 지출결의를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기한을 넘겨도 카드 사용을 정지하는 등의 강제조치는 마련돼 있지 않았다.

회계부서는 A씨의 미정산 거래를 파악하고 이메일과 전화로 처리를 독촉했지만, 별다른 추가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미정산 사실을 인지하고도 카드 사용을 제한하지 못한 것이다.

더욱이 A씨가 사적으로 사용한 카드대금에 대한 지출결의를 처리하지 않았는데도 대금은 연구원 관리통장에서 자동 지급됐다. 개별 연구과제 예산에서 해당 금액이 이전되지 않으면서 연구원 자체재원인 이자수익 등이 부정사용액을 충당하는 데 쓰였다.

결국 정상적인 지출결의 심사를 거치지 않은 카드대금이 연구원 재원으로 지급되는 동안, 미정산 거래에 대한 독촉은 실제 카드 사용 중단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사용 후 10일 이내 정산하도록 규정을 두고도 이를 지키지 않는 경우 실질적인 제재 수단이 없었던 셈이다.

◆ 허위 출장 8차례…2박 3일 중 이틀간 유흥업소 결제

A씨의 부정행위는 카드 사용에 그치지 않았다.

A씨는 대학과 연구기관 등에 출장을 간다고 신청한 뒤 실제 업무를 수행하지 않거나 유흥업소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총 8차례, 약 112만원의 출장비를 부정수급했다.

2025년 7월에는 2박 3일 출장 중 첫날 일부 업무만 수행하고 나머지 이틀 동안 유흥업소에서 635만원을 결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카드 부정사용액 9671만원에 출장비 부정수급액 약 112만원을 더하면 전체 부정사용 규모는 약 9783만원에 이른다.

연구비와 법인카드의 정산 관리뿐 아니라 출장 신청과 실제 업무 수행을 확인하는 절차에서도 허점이 드러난 것이다. 기관의 관리체계가 반복적인 카드 부정사용과 허위 출장 모두를 사전에 걸러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내부통제 전반에 대한 점검 필요성이 제기된다.

◆ 전액 환수·카드 정지 규정 신설에도…신석민號 내부통제 시험대

화학연은 2025년 12월 말 A씨의 부정사용을 자체 적발하고 NST에 감사를 요청했다. 이후 A씨를 해임했으며, 카드 부정사용액과 출장비 부정수급액은 지연이자를 포함해 전액 환수했다.

올해 5월부터는 장기 미정산 거래에 대한 카드 정지 규정을 신설하고 PG사 결제내역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재발방지책을 마련했다.

이번 부정사용은 이영국 전 원장 재임기에 발생했지만, 부실한 회계관리 체계를 바로잡아야 할 신석민 원장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당사자 해임과 부정사용액 환수만으로 내부통제 부실 논란을 매듭지을 수 없는 만큼, 지난 5월 취임한 신 원장의 관리·감독 역량도 시험대에 올랐다.

김남국 의원은 유흥업소가 PG사를 이용해 클린카드 차단 기능을 우회한 것은 기술적 문제일 수 있다면서도, 장기간 카드대금이 미정산 상태로 누적됐는데도 사용목적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것은 "명백히 회계관리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건을 단순히 한 연구자의 일탈로 끝내서는 안 된다"며 화학연에 실제 사용처가 연구목적에 부합하는지 검증하는 체계를 갖출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NST에도 다른 출연연에서 유사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없는지 연구비카드 사용과 정산체계를 전반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여송 로이슈(lawissue) 기자 arrive71@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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