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망인의 사망에 의료진의 과실 인정되지 않는다는 원심 파기환송

제때 동맥혈가스검사를 시행해 체내 이산화탄소 축적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과실 인정 기사입력:2026-10-19 07:35:11
대법원.(로이슈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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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법원 제3부(주심 대법관 엄상필)는 손해배상(의)사건 상고심에서 피고 F, G(의료진)의 과실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부산지법)에 환송했다(대법원 2026. 9. 23. 선고 2026다204839 판결).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의료상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에서의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망 H(1942년생 남자, 이하 ‘망인’)은 만성질환으로 고혈압과 당뇨를 앓고 있었고, 2001년경 폐암으로 좌측 폐 부분 절제술을 받은 이력이 있다.

망인은 2017. 4. 11. 피고 학교법인 E(화봉학원)가 운영하는 피고 병원에 폐렴으로 입원하여 치료를 받다가 2017. 4. 17. 퇴원했고, 2018. 1. 24. 폐렴 및 만성 폐쇄성 폐질환(이하 ‘COPD’라 한다)의 급성 악화 진단을 받아 다시 피고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다가 2018. 2. 6. 퇴원했다.

망인은 2018. 2. 19. 부종을 이유로 피고 병원에 내원했고, 당시 주치의였던 피고 F는 망인의 양 다리에 함요부종이 있음을 확인한 후 폐렴 및 폐부종 의증을 진단했으며, 망인은 같은 날 피고 병원에 입원했다.

피고 G은 피고 병원 당직의로 근무하던 중 2018. 2. 23. 오후 9시 30분경 망인의 산소포화도가 최대 80% 정도인 것으로 확인되자 망인에게 1분당 2L 공급하던 산소를 1분당 3L 투여하는 것으로 증량했고, 2018. 2. 24. 오전 3시 50분경 비강 캐뉼라를 산소마스크로 교체하여 1분당 10L 투여하는 것으로 증량했다.

망인은 2018. 2. 24. 오전 9시경 의식수준이 혼미(stupor) 상태로 악화되었고, 얼굴 부종 및 피부함몰이 관찰되었으며, 오후 4시 9분경 동맥혈가스검사 시행 결과 체내의 과도한 이산화탄소 축적에 따른 호흡성 산증이 확인됐다. 이에 당시 당직의였던 J가 오후 4시 30분경 산소공급을 1분당 2L로 낮추었고, 망인의 배우자와 자녀들인 원고들에게 망인에 대하여 인공호흡기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으며, 오후 5시 15분경 원고들이 인공호흡기 사용에 동의하자 오후 5시 50분경 망인을 중환자실로 옮겼다.

망인은 2018. 2. 24. 오후 6시 3분경 심정지 상태에 빠졌고, 피고 병원 의료진의 심폐소생술로 오후 6시 28분경 심정지 상태에서 벗어나게 되었으나 반혼수(semi coma) 상태에 빠지게 됐다. 이후 망인은 2018. 3. 8. 오후 6시경 체온이 38.4°C로 확인되는 등 발열 증상이 계속되었고, 2018. 3. 11. 오전 7시 20분경부터 불규칙한 호흡양상을 보이다가 2018. 3. 12. 낮 12시 3분경 사망했다.

원고들(망인의 배우자와 자녀들)은 피고 병원 의료진인 피고 F, G의 의료상 과실 및 지도ㆍ설명의무 위반 등을 원인으로 망인이 사망했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들을 상대로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했다.

(쟁점 사안) 피고들에게 망인에 대해 제때 동맥혈가스검사를 시행해 체내 이산화탄소 축적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

-1심(부산지방법원 2025. 9. 9. 선고 2018가단337768 판결)은 원고들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했다(원고들 일부 승소). 피고 F, G는 불법행위로 인하여 망인 및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고, 피고 병원은 피고 F, G의 사용자로서 그와 같은 의무를 함께 부담한다. 망인에 대한 위자료는 1,000만 원, 배우자인 원고 A에 대한 위자료는 700만 원, 자녀들인 원고 B, C, D에 대한 위자료는 각 400만 원으로 정했다.

동맥혈가스 검사가 제때에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망인이 결국 사망했을 가능성 또한 상당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 여러 사정들을 고려해 피고들의 책임을 20%로 제한했다.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 A(배우자)에게 10,795,848원(청구36,763,724원) , 원고 B, C, D(자녀들)에게 각 6,613,899원(청구 각 21,175,816원) 및 각 이에 대하여 2018. 2. 24.부터 2025. 9. 9.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소송비용 중 60%는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들이 각 부담한다. 금전부분은 가집행 할 수 있다.

-원심(2심 부산지방법원 2026. 5. 28. 선고 2025나44188 판결)은 1심 판결중 피고들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항소(원고 A 500만 원, B, C, D각 300만 원 추가 지급청구 )를 모두 기각했다(피고 승소).

소송총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동맥혈가스검사 미실시 과실 인정 여부) 원심은 피고 F, G에게 망인에 대하여 제때 동맥혈가스검사를 시행하여 체내 이산화탄소 축적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봤다. 피고 F, G가 망인을 상대로 제때 동맥혈가스검사를 시행하여 체내 이산화탄소 축적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과실이 인정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했다.

‘COPD 진료지침’(2014년 개정판)에는 “급성악화 환자에 대한 산소요법의 목표는 산소포화도를 88∼92%로 유지하는 것이다. 산소요법이 시작되면 30∼60분 후에 동맥혈가스검사를 하여 이산화탄소의 축적 없이 적절한 산소농도에 도달했는지 검사한다.”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고, 최근 개정된 ‘COPD 진료지침’(2024년 개정판)에도 같은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피고 F, G는 망인에 대하여 고농도 산소요법을 시작한 2018. 2. 24. 오전 3시 50분경부터 같은 날 오후 4시 9분경까지 약 12시간 20분 동안 동맥혈가스검사를 시행하지 않았다. 특히 2018. 2. 24. 오전 9시경 망인의 의식수준이 혼미 상태로 악화되는 등 체내에 이산화탄소가 과다하게 축적되어 환기부전이 발생한 것으로 충분히 의심할 만한 상황이 발생했음에도 그로부터 약 7시간이 지난 후에야 동맥혈가스검사가 시행됐다.

(동맥혈가스검사 미실시 과실과 망인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게 인정여부) 원심은 피고 F, G에게 제때 동맥혈가스검사를 시행하지 않은 과실이 있더라도, 그와 같은 과실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의 판단 역시 수긍하기 어렵다고 봤다. 피고 F, G가 망인을 상대로 제때 동맥혈가스검사를 시행하여 체내 이산화탄소 축적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과실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피고 F, G이 망인을 상대로 제때 동맥혈가스검사를 시행하여 체내 이산화탄소 축적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과실은 망인의 의식상태를 악화시킨 원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고, 결국 망인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그대로 사망했으며, 그러한 사망의 결과가 위 피고들의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 아니라고 인정할 만한 증명이 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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