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황성수 기자] 정부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의결권 제한 방안을 두고 위헌 소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국회 입법조사처의 판단이 나왔다.
국회 정무위원회 박민규 의원(더불어민주당, 관악갑)이 입법조사처에 의뢰해 받은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의결권 제한 관련' 조사회답서에 따르면, 입법조사처는 대주주 의결권 제한이 헌법상 재산권과 기업의 자유를 제약하는 조치인 만큼 과잉금지원칙 충족 여부를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고 밝혔다. 회답일은 지난 9월 21일이다.
입법조사처는 의결권을 "주주의 권리 중 가장 중요한 공익권이자 고유권"으로 규정하고 재산권의 보호영역에 속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의결권 제한으로 달성하려는 공익적 필요성 ▲목적 달성에 적절한 수단인지 ▲덜 제한적인 수단으로는 목적 달성이 어려운지 ▲제한되는 권리와 공익이 균형을 이루는지 등 네 가지를 검토 항목으로 제시했다.
법 시행 전 취득한 주식까지 의결권을 제한할 경우의 쟁점도 짚었다. 기존 주주의 법적 지위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소급입법금지 원칙과 신뢰보호원칙이 문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헌법재판소가 기존 법률관계가 계속 존속하는 경우 장래에 새 규율을 적용하는 '부진정소급입법'은 원칙적으로 허용해 온 점을 들어, 공익적 필요성과 신뢰보호 사이의 형량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검토의 발단은 지난 8월 26일 금융위원회가 디지털자산기본법안에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상한을 20%로 제한하는 내용을 검토 중이라는 언론 보도였다. 지분율을 20%(예외적 34%)로 묶고 초과분에 처분명령을 내리는 방안, 초과분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방안 등이 거론됐다. 금융위는 다음날인 8월 27일 "대주주 지분 상한은 확정된 바 없다"는 보도설명자료를 냈고, 해당 법안은 현재까지 발의되지 않았다. 입법조사처도 법안이 발의되지 않아 구체적 내용을 확인할 수 없는 만큼 일반론적 관점에서 검토했으며 세부 조건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고 전제했다.
국내 유사 입법례로는 자본시장법이 꼽혔다. 자본시장법 제406조는 거래소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총수의 5% 초과 소유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초과분의 의결권 행사를 막는다. 제78조 제5항은 대체거래소(ATS)에 15% 한도를 적용한다. 입법조사처는 거래소와 대체거래소 간 한도 차이에 대해 "상장심사, 시장감시 등 광범위한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정규거래소보다 단순 매매체결 중심인 대체거래소의 규제 강도를 낮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는 지분 상한을 두지 않는 쪽이었다. EU는 암호자산시장규정(MiCA)에서 가상자산사업자 자본이나 의결권의 10% 이상을 '적격보유'로 보고, 10%·20%·30%·50% 선을 넘을 때마다 감독당국에 사전 서면통지와 적격성 심사를 거치도록 했다. 보유자의 영향력이 건전한 경영을 해칠 우려가 있으면 의결권 행사 정지 등으로 사후 개입하는 구조다.
싱가포르도 지급결제서비스법상 지분 상한은 없지만, 20% 지배주주가 되려면 통화청(MAS)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통화청은 주식·의결권 처분 제한이나 의결권 행사 제한을 조건으로 붙여 승인할 수 있고, 승인 이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지분 양도·처분을 명령할 수 있다.
업계에서 제기되는 우려도 회답서에 담겼다. 대주주 의결권이 제한되면 오히려 2·3대 주주의 영향력이 커져 소수지분 주주가 과도한 결정권을 갖게 될 수 있다는 지적, 상한 이상 자본을 투입해도 지배권이 늘지 않아 투자 유치나 인수합병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다. 가상자산거래소가 한국거래소·한국예탁결제원 등 기존 금융시장 인프라와의 연계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만큼 대체거래소와는 제도적·구조적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견해도 함께 제시됐다.
황성수 로이슈 기자 law@lawissue.co.kr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의결권 제한, 재산권 침해 소지... 국회 입법조사처 "과잉금지원칙 검토 필요"
박민규 의원실, 입법조사처 회답 공개... "소급입법금지·신뢰보호원칙도 쟁점"EU·싱가포르는 지분 상한 대신 사전 적격성 심사... 사후 의결권 정지로 개입 기사입력:2026-10-06 13:5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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