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진가영 기자] 배우자의 외도를 확인한 뒤에도 곧바로 이혼을 결심하지 못한 채 법률사무소를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어린 자녀의 양육 환경,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얽힌 재산 관계, 부모와 친지에게 알려지는 문제 등 현실적인 사정이 겹치면 혼인 관계를 정리하는 결정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정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해서 부정행위에 가담한 제3자에게 아무런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민법은 배우자와 상간자의 부정행위로 정신적 피해를 입은 경우 배우자를 상대로 이혼과 위자료를 청구하는 길뿐 아니라, 혼인 관계를 그대로 둔 채 상간자만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길도 열어두고 있다. 부부 관계는 유지하되 불법행위를 저지른 당사자에게는 별도의 민사 책임을 묻는 구조다. 이혼이라는 선택을 유보한 상태에서 취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법적 대응 수단으로 상간자소송을 택하는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는 이유다.
다만 청구가 인정되려면 두 축의 입증이 필요하다. 배우자와 상간자 사이에 실제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상간자가 상대방의 기혼 사실을 인지한 상태에서 관계를 이어갔다는 점이다. 단순한 심증이나 짐작만으로는 법원의 판단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실무에서 활용되는 자료로는 두 사람이 주고받은 메신저 대화와 문자메시지, 통화 녹음, 연인 관계를 짐작케 하는 사진과 영상, 숙박업소 결제 내역, 차량 블랙박스 음성과 내비게이션 목적지 기록 등이 있다.
인정되는 위자료 규모는 통상 500만 원에서 3,000만 원 사이로 형성되어 있다. 다만 이 범위 안에서 실제 액수를 가르는 요소는 따로 있다. 관계가 지속된 기간, 혼인 파탄의 정도, 자녀의 유무와 연령, 상간자가 기혼 사실을 알게 된 시점 이후의 태도, 소송 과정에서의 반성 여부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된다. 특히 기혼 사실을 명확히 알면서도 장기간 관계를 유지했거나 피해 배우자에게 접촉해 2차 피해를 가한 정황이 확인되면 통상적인 수준을 웃도는 금액이 인정되기도 한다.
관련 사례로, 결혼 12년 차인 A 씨는 배우자의 외도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 다만 초등학생 자녀 둘을 고려해 이혼 대신 상간자소송만 진행하기로 결정하고 대리인을 선임했다. 대리인은 두 사람이 주고받은 메시지와 동반 여행 사진을 확보하는 한편, 상간자가 배우자의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가족수당 수령 사실을 알 수 있었던 점을 근거로 고의성을 소명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A 씨에게 1,2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평택 민경태법률사무소 민경태 변호사는 "배우자의 외도가 곧바로 이혼으로 이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어린 자녀가 있거나 경제적 사정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면 즉각적인 혼인 해소가 오히려 더 어려운 선택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혼 여부와 무관하게 피해 배우자가 감당해야 하는 충격과 상실감의 크기는 다르지 않다"며 "혼인을 유지하기로 했더라도 상간자에게는 명확한 증거를 바탕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으므로, 전문변호사와 함께 대응 방향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jky1977@lawissue.co.kr
상간자소송 이혼 없이도 위자료 청구 가능해
기사입력:2026-09-04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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