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공판기일 1회에 종결 한 후 무죄 1심 판단 뒤집고 유죄 원심 파기환송

기사입력:2026-09-01 12:00:00
대법원.(로이슈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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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법원 제1부(주심 대법관 서경환)는 공부상비밀누설 사건 상고심에서 추가적인 증거조사 없이 공판기일을 1회에 종결한 후 무죄 1심 판단을 뒤집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서울중앙지법)에 환송했다(대법원 2026. 7. 16. 선고 2026도892 판결).

서울특별시경찰청 사이버수사과 B팀 소속 경찰공무원인 피고인(경감)이, 같은 과 C팀에서 담당하던 축구선수 황의조에 대한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 관한 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등 사건의 압수수색검증영장 집행에 관한 정보(이하 ‘이 사건 압수수색정보’)를, 2024. 1. 24. 오후 2시 2분경 및 2024. 1. 25. 오전 10시 36분경 두 차례에 걸쳐 자신과 친밀한 관계(같은 대학 법학과, 법학전문대학원 졸업)에 있던 M변호사에게 알려줌으로써,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했다.

피고인은 2023. 11.말경 위 사건의 수사를 담당하던 서울특별시경찰청 G팀 경사 H에게 ‘같은 G팀 경사 I과 함께 M변호사를 끼워서 술을 한잔 하자.’고 제안하고, E는 2024. 1. 17.경 지인인 경찰청 계장(경정)K에게 ‘피고인의 세평을 한번 보고 괜찮으면 L과에 선발해 달라.’는 취지로 인사 청탁을 하는 등 피고인과 M변호사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1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1. 21. 선고 2024고단3426 판결)은 검사가 제출한 간접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E에게 이 사건 압수수색정보를 누설한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피고인 및 E 모두에게 이 사건 압수수색정보를 누설하거나 누설 받을 동기나 목적이 분명치 않은 점, 피고인과 변호사 사이, 변호사와 축구선수 사이의 정보 누설을 인정할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점, 이 사건 압수수색정보의 내용을 보더라도 피고인이 이를 누설했다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면이 존재하는 점 등의 사정들을 종합해, 검사가 제출한 간접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압수수색정보를 E에게 누설한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원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12. 18. 선고 2025노322 판결)은 간접증거들을 토대로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변호사에게 이 사건 압수수색정보를 누설했다고 판단해 1심판결을 파기하고 유죄(징역 1년)를 선고했다.

원심은 1심과 동일한 증거관계에서도 1심과 달리 피고인, 변호사, 축구선수의 관계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변호사에게 정보를 누설할 동기를 어느 정도 추단할 수 있는 점, 이 사건 압수수색정보 누설 무렵 피고인, 변호사 등 순서의 인터넷사용기록, 통화기록이 확인되는 점 등의 사정들을 종합해 피고인이 이 사건 압수수색정보를 변호사에게 누설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간접증거들만으로 피고인이 범행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할 만큼 압도적으로 우월한 증명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이상, 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법칙에 어긋나는 등으로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피고인이 이 사건 압수수색정보를 변호사에게 누설한 사실, 변호사가 다시 이를 축구선수에게 전달한 사실에 관하여 직접증거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핵심 인물인 변호사와 축구선수는 모두 1심에서 이 사건 압수수색정보를 누설하거나 전달한 사실이 없다고 각 증언했다.

피고인과 변호사 등 사이의 각 친분 관계 등 만으로는 피고인과 변호사의 정보 누설·전달의 동기나 목적이 뚜렷이 밝혀졌다고 보기 어렵다. 변호사와 축구선수 사이에 일반 전화통화 내역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들 모두 ‘함께 가기로 한 미국 여행(2024. 1. 25. 저녁 출국) 관련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일치하여 진술하고 있고, 위 진술을 뒷받침할 일부 자료도 제출된 점에 비추어 실제로 위 내용과 같은 대화가 오갔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검사가 제출한 간접증거들만으로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1심 판단에 의문이 들더라도, 곧바로 1심판단을 뒤집을 것이 아니라, 변호사와 축구선수를 증인으로 다시 신문하여 추가적인 증거조사를 하는 등의 절차를 거친 다음, 관련 법리에 따라 피고인이 이 사건 압수수색정보를 누설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했어야 한다.

또한 원심으로서는 변호사와의 관계, 피고인의 인터넷사용기록 내역 등에 관한 피고인의 진술 내용 등에 의문이 있다면, 그에 관하여도 적절히 석명권을 행사하거나 필요한 경우 추가적인 증거조사를 하여 심증의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나는 것이 있는지도 면밀히 심리했어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심리주의 원칙, 항소심의 심리 및 재판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파기환송했다.

-현행 형사소송법상 항소심은 속심을 기반으로 하되 사후심적 요소도 상당 부분 들어 있는 이른바 사후심적 속심의 성격을 가지므로 항소심에서 제1심판결의 당부를 판단할 때에는 그러한 심급구조의 특성을 고려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항소심이 심리과정에서 심증의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것이 없음에도 제1심의 판단을 재평가하여 사후심적으로 판단하여 뒤집고자 할 때에는, 제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법칙에 어긋나는 등으로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예외적 사정도 없이 제1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형사사건의 실체에 관한 유죄·무죄의 심증은 법정 심리에 의하여 형성하여야 한다는 공판중심주의, 그리고 법관의 면전에서 직접 조사한 증거만을 재판의 기초로 삼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에 부합한다(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도18031 판결, 대법원 2026. 5. 8. 선고 2025도17983 판결 등 참조).

법정형이 무거운 범죄의 경우에도 직접증거 없이 간접증거만으로 유죄를 인정할 수 있으나, 그러한 유죄 인정에는 공소사실에 대한 관련성이 깊은 간접증거들에 의하여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므로, 간접증거에 의하여 주요사실의 전제가 되는 간접사실을 인정할 때에는 증명이 합리적인 의심을 허용하지 않을 정도에 이르러야 하고, 하나하나의 간접사실 사이에 모순, 저촉이 없어야 하는 것은 물론 간접사실이 논리와 경험칙, 과학법칙에 의하여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유죄의 인정은 범행 동기, 범행수단의 선택, 범행에 이르는 과정, 범행 전후 피고인의 태도 등 여러 간접사실로 보아 피고인이 범행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할 만큼 압도적으로 우월한 증명이 있어야 한다. 피고인은 무죄로 추정된다는 것이 헌법상의 원칙이고, 그 추정의 번복은 직접증거가 존재할 경우에 버금가는 정도가 되어야 한다(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7도1549 판결, 대법 원 2022. 6. 16. 선고 2022도2236 판결 등 참조).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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