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창고에서 시작된 한글비엔날레, 나주를 세계의 문화 목적지로 만들다
나주의 문화지형이 달라지고 있다. 그 변화의 한가운데 나주시 산포면 송림마을이 있고, 그곳에서 장기간 펼쳐지는 금보성비엔날레가 있다.
지역문화의 경쟁력을 말할 때 우리는 흔히 거대한 미술관과 공연장, 막대한 예산과 유명 행사를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문화의 역사는 반드시 큰 도시와 거대한 건물에서만 시작되지 않았다. 때로는 한 사람의 예술가와 하나의 작품, 버려지거나 잊힌 공간에서 시작된 창조적 실험이 도시의 이름을 바꾸고 사람의 이동을 만들어냈다.
지금 나주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 역시 그런 가능성을 보여준다.
40년 가까이 한글을 자신의 조형언어로 연구해 온 금보성 작가는 (개인전 90회)농촌의 유휴공간이었던 농협창고를 문화공간으로 바꾼 송림아트센터에서 장기간의 개인 비엔날레를 펼치고 있다.
-전시의 중심은 단연 한글이다.
따라서 금보성비엔날레는 사실상 하나의 ‘한글비엔날레’라고 할 수 있다.
한글을 아름답게 쓰는 전시도, 문자를 디자인하는 전시도 아니다. 자음과 획을 해체하고 이동시키며 선과 면, 색과 여백, 회화와 공간으로 다시 구축한다. ‘읽는 한글’을 ‘보는 한글’로 전환해 한글이 세계 현대미술의 시각언어가 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이 질문이 서울의 대형 미술관이 아니라 나주의 농촌마을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27미터 한글, 규모가 경험을 바꾸다
송림아트센터에서 관객의 시선을 압도하는 것은 길이 27미터, 높이 5.5미터에 이르는 초대형 한글 작품이다.
작품의 크기만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 정도 규모가 되면 회화는 더 이상 벽에 걸린 그림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관객의 몸과 공간을 함께 끌어들이는 하나의 환경이 된다.
사진 한 장으로는 온전히 전달하기 어렵고 스마트폰 화면으로는 더욱 경험하기 어렵다. 관객이 직접 작품 앞에 서야 한다. 가까이에서는 하나의 색과 획을 보고, 뒤로 물러서야 비로소 전체 구조를 만나게 된다.
한글을 읽으려던 눈은 어느 순간 색과 형태를 보기 시작한다.
한국인에게 너무 익숙한 문자가 낯설어지고, 한글을 읽지 못하는 외국인에게는 처음부터 거대한 추상과 시각언어로 다가온다. 바로 이 지점에서 금보성비엔날레의 차별성이 생긴다.
한글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한글을 경험하게 한다.
그래서 이번 전시를 두고 ‘평생 한 번은 직접 보아야 할 한글 작품’이라는 기대가 생기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전국에서 나주로, 해외에서 나주로
더 중요한 변화는 작품이 사람을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관객이 이미 모여 있는 서울이나 대도시에서 전시하는 것이 아니다. 작품을 보기 위해 관객이 산포면 송림마을까지 이동해야 한다. 전국에서 관객들이 찾아오고 해외 관람객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문화도시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 가운데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람이 많은 곳에 문화를 가져다 놓는 것과, 문화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한 도시를 찾아오게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후자가 가능해질 때 지역은 비로소 문화의 소비지에서 생산지로 바뀐다.
나주는 지금 그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 특히 나주 전시가 끝난 뒤 주요 한글 작품이 미국 미술관에 영구 소장될 예정이라는 점은 현재 전시의 희소성을 더욱 높인다. 작품이 미국으로 건너간다면 한국에서 지금과 같은 공간과 규모로 작품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된다. 그래서 관객에게는 또 하나의 이유가 생긴다.
“한국에 있을 때 보아야 한다.”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직접 보고자 하는 관객이 나주를 찾고, 작품 앞에서 사진과 영상을 남기고, 그 기록이 다시 SNS를 통해 확산된다.
하나의 작품이 관객을 움직이고, 관객의 기록이 또 다른 관객을 움직이는 구조다. 나주는 이제 한글미술의 ‘전시장’이 아니라 ‘생산지’다. 여기에서 나주의 문화적 의미를 정확히 볼 필요가 있다.
나주는 완성된 한글 작품을 서울이나 다른 지역에서 가져와 전시하는 장소가 아니다.
작가가 나주에 머물고, 나주에서 생각하고, 나주에서 작품을 제작하며, 그 작품이 나주에서 처음 관객을 만난다. 따라서 나주는 한글미술의 전시장인 동시에 생산지가 된다. 이 차이는 매우 크다.
진정한 문화도시는 유명한 문화를 얼마나 많이 가져왔느냐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 도시에서 무엇이 새롭게 태어났고 무엇을 세계로 내보냈는가가 더 오래 남는다. 서울에서 생산된 미술을 나주가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나주에서 현대미술이 생산되고, 전국과 해외의 관객이 그것을 보기 위해 찾아오며, 다시 작품이 세계의 미술관으로 이동한다.
나주는 현대미술, 특히 한글회화의 새로운 생산거점이자 중심지로 부상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농협창고 하나가 문화의 지도를 바꾸다
이러한 변화가 농협창고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은 상징적이다. 새로운 문화시설을 짓는 데에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역에는 이미 수많은 공간이 있다. 사용하지 않는 창고와 학교, 공장과 빈집이 존재한다. 송림아트센터는 농촌의 유휴공간도 콘텐츠를 만나면 목적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제까지 평범한 창고였던 공간을 오늘 전국의 관객이 찾아온다. 해외 관람객이 들어서고 초대형 한글 작품 앞에서 사진을 남긴다. 그리고 그 사진이 다시 서울과 해외로 퍼져나간다.
건물을 새로 짓는 것보다 그곳을 찾아가야 할 이유를 만드는 것이 먼저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100만 구독자, 미술관 밖의 거대한 전시장
금보성비엔날레의 또 다른 경쟁력은 디지털 확장성이다. 유튜브 ‘금보성’ 구독자 100만 명이라는 플랫폼은 단순한 개인 채널의 숫자로만 볼 일이 아니다. 지역문화의 관점에서는 송림아트센터 밖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거대한 전시장과 같다.
금보성 작가는 전시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나주배박물관과 영산포 홍어거리, 홍련마을, 청년 농부 등 나주의 여러 장소를 찾아 사람과 공간, 음식과 풍경을 기록한다. 그 경험은 사진과 글, 영상과 음악으로 만들어져 SNS를 통해 다시 외부로 나간다.
이 과정에서 작품만 홍보되는 것이 아니다.
-‘나주’라는 도시 자체가 콘텐츠가 된다.
나주의 문화 콘텐츠가 지속성이 아닌 행사 중심이기에 지원이 끊기면 사라지는 축제이기에 성장 보다는 일회성이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독립적인 콘텐츠가 생성되는 문화 기획과 책임을 회피하지 않도록 제도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나주야~〉다.
금조성 작가는 서울에서 나주로 내려오는 마음을 가사로 쓰고 곡을 붙인 이 노래는 나주의 여러날밴드인 인디 밴드가 불렀다. 공개된 지 2주도 되지 않아 유튜브 조회수 100만 회를 기록했다.
노래 한 곡이 수많은 사람에게 나주라는 이름을 전달했다. 이는 지역홍보에서 생각해 볼 중요한 변화다.
방송광고는 송출이 끝나면 멈춘다. 홍보물은 배포가 끝나면 역할도 끝난다. 그러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보고 듣고 공유하는 문화콘텐츠는 계속 이동한다.
노래는 나주의 이름을 알리고, 한글미술은 사람을 나주로 불러들이며, 나주에서 생산된 작품은 다시 나주의 이름을 세계로 가져간다. 이보다 자연스러운 도시마케팅은 찾기 어렵다.
-5개월의 시간은 무엇을 남기는가
금보성비엔날레가 갖는 또 하나의 특징은 장기간에 걸쳐 진행된다는 점이다.
아트페어와 호텔아트페어, 화랑아트페어, 프리즈와 키아프 같은 미술행사는 각각 성격과 역할이 다르지만 대체로 비교적 짧은 기간에 관람과 거래, 네트워킹을 집중시킨다.
금보성비엔날레는 다른 시간을 선택했다. 일반적인 전시가 아닌 나주 문화의 변화를 외곽에서 진행하였다.
장기간 한 장소에 머물면서 작품을 제작하고, 전시하고, 관객을 만나고, 지역을 경험하고, 다시 작업한다.
작품은 완성품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제작→전시→관객→지역→기록→SNS→새로운 관객으로 이어지는 과정 전체가 비엔날레의 일부가 된다.
그래서 레지던시의 의미도 달라진다.
작가에게 숙소와 작업실을 제공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지역과 관계를 맺고 그 관계를 새로운 문화콘텐츠로 생산하는 ‘문화 레지던시’로 확장된다.
금보성 작가가 자신의 나주 생활을 ‘나주와의 동거’라고 표현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주, 문화 귀농·귀촌과 한글의 성지로
여기에서 나주의 또 다른 가능성이 보인다.
나주는 단순히 관객이 전시를 보고 돌아가는 도시를 넘어, 예술가와 청년이 머물고 창작하며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문화 귀농·귀촌의 거점으로 발전할 수 있다. 지금까지 귀농·귀촌 정책은 주로 농업과 주거, 일자리의 관점에서 논의돼 왔다. 그러나 앞으로의 지역소멸 대응은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청년과 창작자가 지역을 선택하려면 먹고사는 조건과 함께 왜 그곳에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문화적 이유가 필요하다. 작업할 공간이 있고, 작품을 발표할 장소가 있으며, 함께 교류할 사람이 있고, 자신의 창작이 전국과 세계로 연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면 농촌은 더 이상 떠나야 할 공간만은 아니다.
오히려 대도시에서는 확보하기 어려운 넓은 공간과 긴 시간, 자연과 공동체를 기반으로 새로운 창작을 시작할 수 있는 장소가 된다. 이런 점에서 나주는 문화 귀농·귀촌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 수 있다.
특히 한글을 중심으로 한 작업과 전시, 레지던시가 지속적으로 축적된다면 나주는 단순한 한글 전시장에 머물지 않고 작가와 연구자, 학생과 관객이 찾아오는 ‘한글문화의 성지’로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
한글 작품이 제작되고, 한글을 연구하고, 한글미술을 배우고, 국내외 관객이 이를 보기 위해 찾아오는 도시. 그것은 기존 관광도시와는 전혀 다른 문화적 정체성이다. 한글을 보려면 나주로 가고, 한글미술을 연구하려면 나주를 찾아야 하는 도시. 그러한 이미지가 축적된다면 나주는 한글문화의 새로운 지도를 만들 수 있다.
-문화로 도시와 농촌의 경계를 허물다
이러한 흐름은 윤병태 나주시장이 바라보는 문화정책의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윤 시장의 문화에 대한 관점에서 주목할 점은 모든 문화의 중심을 다시 도시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공간 자체를 문화생산의 중심이자 플랫폼으로 만드는 데 있다.
사람을 도시로 보내는 정책이 아니라 문화가 지역에 머물게 하고, 사람이 그 문화를 따라 지역으로 들어오게 하는 방식이다. 이는 지역소멸 시대에 특히 중요한 접근이다.
지역에서 청년이 떠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단순히 일자리만이 아니다. 자신의 삶과 취향, 창작과 관계를 이어갈 문화적 환경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역정책은 청년에게 “떠나지 말라”고 말하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떠나지 않아도 되는 이유,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문화가 그 이유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
노후화된 농촌의 창고와 빈 건물에 예술이 들어가고, 그곳에 작가와 청년이 머물며, 전시와 공연, 교육과 콘텐츠 제작이 이루어진다면 쇠퇴하던 공간에도 다시 사람이 모일 수 있다.
사람이 모이면 카페와 음식점이 살아나고, 숙박과 관광이 연결되며, 주민에게도 새로운 일상과 경제적 기회가 생긴다. 노화된 공간에 문화를 접목해 마을의 시간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것. 바로 그것이 지역문화정책이 해야 할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다.
윤병태 시장이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도시와 농촌의 문화적 연결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도시와 농촌의 경계를 허무는 것은 행정구역을 바꾸는 일이 아니다. 도시의 문화가 농촌으로 흐르고, 농촌에서 새로운 문화가 생산되어 다시 도시와 세계로 나가며, 서로 다른 공간의 사람들이 문화를 통해 만나도록 만드는 것이다. 문화가 도시와 농촌 사이의 가교가 되는 것이다.
산포면 송림마을에서 벌어지는 변화는 이 정책적 철학이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농촌의 오래된 농협창고가 현대미술의 전시장이 되고, 작가의 작업실이 되며, 전국과 해외에서 관객이 찾아오는 장소가 됐다. 이곳에서 한글 작품이 제작되고 SNS를 통해 세계로 확산된다.
도시가 문화를 독점하고 농촌이 소비하는 구조가 아니라 농촌이 문화를 생산하고 도시와 세계가 그것을 찾아오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나주시의 문화정책은 지방정부가 지역소멸과 고령화, 청년유출 문제에 어떻게 접근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모범사례로 평가할 만하다.
대규모 시설을 새로 짓는 방식만이 답은 아니다.
기존 공간을 재해석하고, 지역문화인과 예술가를 연결하고, 청년이 창작하고 머물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며, 그 결과물을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외부와 연결하는 방식이 훨씬 지속가능할 수 있다.
지역의 공간을 문화생산의 플랫폼으로 만드는 것, 청년이 떠나지 않고 다시 돌아올 이유를 만드는 것, 노화된 마을에 예술을 접목해 활력을 되찾게 하는 것, 그리고 도시와 농촌이 문화를 통해 소통하게 하는 것.
이 네 가지가 하나의 정책으로 연결될 때 문화는 장식이 아니라 지역을 다시 살리는 동력이 된다.
-작품이 미국으로 가면 ‘나주’도 함께 간다
이번 비엔날레에서 가장 긴 시간으로 바라봐야 할 대목은 전시가 끝난 이후다.
나주에서 제작되고 전시된 주요 한글 작품이 미국 미술관에 영구 소장되면 물리적으로는 작품만 이동한다. 그러나 문화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작품에는 제작연도와 재료, 크기, 작가의 이름뿐 아니라 작품의 제작 배경과 전시 이력이 축적된다.
그 기록 속에 남아야 할 이름이 있다. 나주!
-NAJU, KOREA.
미국의 관객이 한글을 읽지 못하더라도 작품을 볼 수 있다. 오히려 읽을 수 없기 때문에 한글을 문자 이전의 선과 면, 색과 공간으로 먼저 경험할 수도 있다.
그리고 작품을 연구하고 전시의 역사를 추적하면 한글회화가 제작되고 실험되며 세계로 출발했던 장소 가운데 하나로 나주를 만나게 된다.
이것이 중요하다.
관광광고는 도시를 보여준다.
작품은 도시를 기록한다.
광고의 수명과 미술관 소장품의 시간은 다르다. 작품이 수십 년 뒤 다시 전시되고 연구되고 출판된다면 그 작품이 만들어진 장소 역시 반복해서 호출될 가능성이 생긴다. 따라서 나주에서 생산된 한글 작품이 미국 미술관에 영구 소장되는 일은 한 작가의 해외 진출만으로 평가할 일이 아니다.
한글미술의 국제적 이동경로에 ‘나주’라는 지명을 남기는 문화적 기록의 시작이라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금보성비엔날레는 결국 ‘한글비엔날레’다
금보성비엔날레의 중심에 한글이 있고, 전시의 질문도 한글에서 시작되며, 대표작 역시 한글이라면 이 비엔날레의 문화적 정체성은 분명하다.
금보성비엔날레는 곧 한글비엔날레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나주는 한글비엔날레가 시작된 도시가 된다.
더 나아가 한글회화가 제작되고, 국내외 관객이 찾아와 경험하고, 작품이 다시 미국으로 이동하는 한글미술의 생산과 확산의 거점이라는 새로운 도시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나주배와 홍어, 천년의 역사로 기억돼 온 나주에 새로운 한글 현대회화하는 문화적 층위가 더해지는 것이다.
현대미술이 생산되는 나주. 한글회화의 새로운 중심지로 성장하는 나주. 문화 귀농·귀촌의 새로운 실험이 이루어지는 나주. 한글문화의 성지로 나아가는 나주. 그리고 한글미술을 세계로 보내는 나주.
이것이 이번 비엔날레가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큰 도시적 가치다.
-세계가 나주를 바라보기 시작할 때
지역문화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은 “우리 지역으로 와 달라”고 반복해서 홍보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그곳에 가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것을 만드는 것이다. 세계적인 작품을 나주로 가져오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나주에서 세계적인 작품을 만들어 세계로 보내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화적 자산이다.
전자는 세계의 문화를 소비하는 도시를 만들기에 기업이나 지방정부가 언제나 할 수 있으며, 후자는 세계를 향해 문화를 생산하는 도시를 만든다.
지금 나주에서 시작된 실험의 가치가 여기에 있다.
농협창고가 미술관이 됐다. 27미터의 한글이 그 공간을 채웠다. 전국과 해외에서 관객이 찾아왔다.
-100만 구독자의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나주의 이름이 밖으로 퍼져나갔다.
〈나주야~〉라는 노래는 공개 2주도 되지 않아 100만 조회를 기록하며 나주라는 지명을 또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나주에서 만들어진 한글 작품은 전시를 마친 뒤 미국 미술관으로 향해 새로운 시간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 모든 것을 하나의 흐름으로 바라봐야 한다.
사람이 나주로 오고, 작품은 나주에서 태어나며, 콘텐츠는 나주를 알리고, 작품은 다시 세계로 나간다.
여기에 하나를 더해야 한다. 문화가 사람을 나주에 머물게 한다. 청년이 떠나는 지역이 아니라 청년과 예술가가 찾아와 창작하고, 노화된 마을이 사라지는 공간이 아니라 문화가 들어와 다시 활력을 얻는 곳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도시와 농촌은 더 이상 서로 떨어진 공간이 아니다.
문화라는 가교를 통해 사람과 생각, 창작과 경제가 끊임없이 오가는 하나의 생활권이 된다. 바로 이런 점에서 나주시의 문화정책은 지방정부가 문화로 지역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사례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질문은 “왜 나주에서 이런 전시를 하는가”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왜 세계가 나주를 찾아와야 하는가.
금보성비엔날레는 그 질문에 한글이라는 답을 내놓고 있다. 한국에서 태어난 한글이 나주에서 현대미술이 된다. 한글회화가 나주에서 생산된다.
전국과 해외의 관객이 그것을 보기 위해 나주를 찾는다. 청년과 예술가는 새로운 창작의 가능성을 찾아 나주에 머문다. 그리고 나주에서 출발한 작품은 미국 미술관으로 건너가 세계의 관객을 만난다.
그때 작품과 함께 남게 될 또 하나의 이름이 있다.
-NAJU, KOREA.
나주가 세계미술을 바라보던 지역에서 세계가 바라보는 문화도시로 전환되는 것.
도시와 농촌이 문화로 만나고, 오래된 농협창고와 최전선의 현대미술이 만나며, 오랜 역사의 한글과 오늘의 SNS가 하나의 공간에서 만나는 것.
그리고 그 문화가 다시 청년을 부르고 마을을 살리며 새로운 귀농·귀촌의 가능성을 만드는 것.
바로 그 연결이 금보성비엔날레와 나주 문화정책이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힘이다.
-한글이 나주에서 세계로 간다.
그리고 세계는 그 한글을 통해 다시 나주를 기억하게 될 것이다. 그때 나주는 단순한 전시 개최지가 아니라 한글미술의 생산지, 문화 귀농·귀촌의 플랫폼, 그리고 한글문화의 새로운 성지라는 이름으로 기록될 수 있다.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jky1977@lawissue.co.kr
나주의 최대 문화축제, 금보성비엔날레
기사입력:2026-08-27 13:5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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