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전여송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정가 부풀리기’와 ‘시간제한 거짓 할인’에 대해 엄중 조치 방침을 밝힌 직후, 프롬바이오 자사몰에서 유사한 가격 표시가 대거 확인됐다. 1일 본지가 프롬바이오 ‘이달의 할인’ 행사상품 73개를 전수 분석한 결과, 판매가를 실제로 내린 상품은 4개(5.5%)에 그쳤고, 69개(94.5%)는 판매가 인하 없이 정가·할인율을 조정하거나 가격을 재설정하는 방식으로 할인 효과를 내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공정위 방침 발표 직후인 5월 19일부터 6월 18일까지 한 달간 진행됐다. 행사상품 10개 중 9개는 정상적인 가격 인하와 거리가 있었고, 10개 중 7개는 판매가는 그대로 둔 채 할인으로 인식될 수 있는 표시를 달고 있었다.
◆ 가격은 그대로…정가만 바꿔 할인율 조정
프롬바이오 자사몰에서는 소비자가 내는 돈은 그대로인데 정가만 자주 바뀌었다. 할인율을 계산하는 기준값인 정가가 수시로 바뀌면서, 실제 가격 인하 없이 할인율 숫자만 달라졌다.
'이봉주 관절연골엔 보스웰리아 4개월'이 이런 구조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준다. 판매가는 세 시점 내내 169,000원으로 고정됐지만, 정가는 304,000원·241,400원·186,900원으로 세 번 바뀌었다. 5월 정가 304,000원에서는 44%, 6월 초 241,400원에서는 30% 할인이 표시됐다. 그런데 할인이 끝난 6월 18일에는 정가를 186,900원으로 더 낮추고도 화면에는 23% 할인이 걸렸다. 이 정가(186,900원)와 판매가(169,000원)로 실제 할인율을 계산하면 9.6%에 불과해, 화면에 표시된 23%는 어느 정가로도 설명되지 않는 숫자였다. 바뀐 것은 가격이 아니라 할인율 계산에 쓰인 정가였다.
할인율 숫자도 크게 움직였다. 한 상품의 표시 할인율은 한 달 새 평균 19.0%포인트, 최대 57%포인트까지 변했다. '디어퀸 파인애플 효소 1개월'은 5월엔 67%였다가 10%로, '쏙쏙젤리 60일분'은 5월 70%였다가 23%로 바뀌었다. 정가도 판매가도 그대로인데 할인율 숫자만 바뀐 상품도 있었다. '컬리케일 분말'은 정가 22,900원·판매가 17,900원이 그대로인데 표시 할인율만 22%에서 34%로 올랐다.
정가를 부풀린 폭도 작지 않았다. 정가를 판매가의 두 배 이상으로 책정한 상품이 21개(28.8%), 세 배 이상이 4개였다. '레자몽즙 선물세트'는 판매가 2만5000원에 정가를 10만원으로 표시해, 정가가 판매가의 네 배에 달했다.
할인이 끝난 뒤 값이 오른 상품도 6개 있었다. '위건강엔 매스틱 5개월'은 250,000원에서 450,000원으로, '3개월'은 165,000원에서 270,000원으로 올랐고, '위&장엔 매스틱 유산균 1개월'은 82,000원에서 120,000원이 됐다. 값이 오르는 동안에도 화면에는 할인 표시가 그대로 걸려 있었다.
◆ 73개 중 50개, '가짜 할인' 3가지 특징
유형을 나눠 보면, 판매가는 그대로 둔 채 정가와 할인율만 단계적으로 낮춘 상품이 52개(71.2%)로 가장 많았다. 본지가 캡처로 확인한 것만 추려도 최소 51개에 이른다. 정가도 판매가도 그대로인데 표시 할인율만 키운 상품이 6개(8.2%), 한시 할인이 끝나자 판매가를 올린 상품이 6개, 줄곧 무할인이다가 정가를 새로 만들어 '할인'으로 둔갑시킨 상품이 5개(6.8%)였다.
가격은 그대로 두고 정가만 바꾼 뒤 할인이 끝난 후에도 같은 값에 판, '가짜 할인'의 세 가지 특징을 모두 갖춘 상품은 6월 18일 데이터가 확보된 66개 중 47개(약 71%)로 3분의 2를 넘었다. 할인이 끝난 뒤에도 같은 값에 팔린 상품은 59개(80.8%)에 달했다. 할인 기간에만 적용되는 특별가라기보다 평소 판매가를 '할인가'처럼 표시한 것에 가깝다.
소비자가 본 할인율은 대체로 가격 인하가 아니라 정가 변경에 따라 다시 계산된 숫자였다. 정가를 한 차례 부풀리는 데 그친 공정위 대표 사례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형태로, '신종 기만 할인'으로 볼 수 있는지는 규제당국이 들여다봐야 할 대목이다.
이런 가격 표시는 특정 상품군에만 나타난 현상이 아니었다. 매스틱 제품 8개, 헤링오일·레자몽·오메가3 각 5개, 글루타치온·멜라마인 각 4개 등 조사 대상에 오른 주요 품목군은 사실상 전부 한 개 이상이 '가짜 할인' 의심에 해당했다. 특정 상품의 실수라기보다 자사몰 전반에 적용된 가격 표시 방식으로 읽힌다.
◆ 공정위 제재 사례와 구조적 유사성
프롬바이오의 가격 표시는 공정위가 반복적으로 제재해 온 '기준가격 기반 할인 표시'와 구조적으로 유사한 형태로 볼 여지가 있다. 실제 거래 가격이 아닌 기준값을 먼저 설정한 뒤 이를 기준으로 할인율을 산정한다는 점에서 핵심 구조가 닮아 있다. 차이가 있다면 공정위 제재 사례가 정가를 한 차례 부풀려 할인율을 키운 것인 데 비해, 프롬바이오는 판매가를 고정한 상태에서 정가를 반복해 바꿔가며 할인율을 다시 매겼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판매가를 고정한 채 정가만 반복 조정하는 방식이 기존 사례보다 소비자 오인 가능성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치로도 같은 현상이 더 높은 비율로 확인된다. 공정위와 한국소비자원은 쿠팡·네이버·G마켓·11번가 입점상품 1,335개를 조사해, 설 선물세트 800개 중 정가를 올려 할인율을 부풀린 상품 102개(12.8%), 시간제한 할인 535개 중 끝난 뒤에도 같은 값이거나 더 내린 상품 108개(20.2%)를 부당광고로 판단했다. 프롬바이오에서는 할인이 끝난 뒤에도 같은 값에 팔린 상품이 59개(80.8%)로 공정위가 부당광고로 판단한 비율(20.2%)의 약 네 배에 달했고, 판매가는 그대로 둔 채 정가만 바꾼 상품도 최소 51개(69.9%)로 공정위의 정가 부풀리기 비율(12.8%)을 크게 웃돌았다. 다만 조사 대상·기간·방식이 서로 달라 비율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공정위가 부당광고로 판단한 것과 같은 유형의 표시가 프롬바이오에서는 훨씬 높은 비율로 확인된 셈이다.
공정위는 실제 거래 이력이 없는 가격을 '기준 가격'으로 세우고 이를 할인처럼 보이게 한 구조를 반복적으로 제재해 왔다. 2025년 8월에는 알리익스프레스 계열사 두 곳(오션스카이·MICTW)이 실제 판매된 적 없는 가격을 '할인 전 가격'으로 표시하고 그 가격으로 할인율을 산정한 행위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20억9300만원을 부과했다. 한 태블릿PC는 27만원에 팔면서 정가를 66만원으로 적어 '58% 할인'으로 광고했지만, 그 가격에 판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런 과장 광고가 7500여 차례였다.
앞서 2016년에는 대형마트 4개사가 일부 상품 가격을 올린 뒤 이를 기준으로 '할인'을 표시하거나 가격 변동이 없는 상품을 할인 행사처럼 광고한 행위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6200만원을 받았다. 이는 실제 거래 가격과 무관한 '기준 가격'을 세우고 이를 할인처럼 활용한 구조다.
◆ 표시광고법이 금지한 '실제 판 적 없는 정가'
표시광고법은 소비자를 오인시키는 거짓·과장·기만적 가격 표시를 금지한다. 위반으로 판단될 경우 시정명령과 함께 관련 매출액의 2% 이내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고, 사안에 따라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공정위 고시(부당한 표시·광고행위의 유형 및 기준 지정고시, 제2019-11호)는 특별한 사유 없이 20일 넘게 실제 판 적 없는 값을 '정가'로 내거는 행위를 부당광고로 본다. 표시된 정가로 실제 판 적이 없다면, 그 정가에서 나온 할인율은 소비자가 실제로 받은 할인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이 기준은 플랫폼 여부와 관계없이 상품을 판매하는 모든 사업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 자사몰을 직접 열고 가격을 매기는 프롬바이오도 공정위가 책임을 지운 '판매자'에 해당한다.
이런 방식이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는 자사몰 구조다. 공정위의 개선 권고는 오픈마켓 4개사를 대상으로 입점업체의 가격 표시를 시스템으로 걸러내게 하는 방식이었다. 오픈마켓은 플랫폼이 가격 표시를 일정 부분 통제하지만, 자사몰은 제조사가 정가와 할인율을 직접 설정·변경하는 구조라 외부 검증이 사실상 어렵다. 이번 조사 결과를 고려하면 공정위가 프롬바이오와 같은 자사몰의 '정가 반복 변경' 구조에 대해서도 추가 점검에 나설 필요성이 제기된다. 특히 프롬바이오가 건강기능식품을 취급하는 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가격 표시 방식에 대한 검증은 더욱 시급한 사안으로 볼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프롬바이오와 같은 형태는 오픈마켓이나 다른 자사몰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특이 사례"라며 "정가를 이같이 바꾸는 사례는 드물기 때문에 공정위와 같은 규제기관의 판단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조사는 공정위가 관련 소비자 피해 예방 방안을 발표한 직후 진행된 것으로, 규제당국이 문제 삼은 가격 표시 방식이 자사몰에서 계속 나타났다는 점은 향후 점검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지는 표시 정가의 산정 근거와 해당 정가로 실제 판매가 이뤄진 기간 등을 묻기 위해 질의서와 분석 자료를 프롬바이오와 홍보대행사 측에 전달하고 수차례 연락했으나, 프롬바이오는 기사 출고 시점까지 답변하지 않았다.
전여송 로이슈(lawissue) 기자 arrive71@lawissue.co.kr
[단독] 공정위 무시한 심태진의 프롬바이오…안 깎고 깎은 척 행사상품 94.5% '기만 할인' 논란
기사입력:2026-07-01 12: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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