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복군의 아들' 윤희신, 이제 '경제의 복군'을 증명할 차례다

7월 1일 윤희신 태안군수 업무 시작 기사입력:2026-07-01 00:57:45
[로이슈 황성수 기자] - 24년 만에 되찾은 군수직, 그러나 진짜 시험은 지금부터다
태안에서 '윤희신'이라는 이름 석 자는 단순한 정치 신인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한 세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기억의 이름이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태안군수 선거에서 국민의힘 윤희신 후보가 당선되면서, 태안은 선거 역사상 처음으로 아들이 부친의 뒤를 잇는 '부자(父子) 군수'를 갖게 됐다. 득표율 58.07%, 더불어민주당 강철민 후보(41.92%)를 16%포인트 이상 따돌린 압승이었다.

숫자만 보면 무난한 승리다. 그러나 이 승리의 무게는 득표율로 다 설명되지 않는다. 군민들이 투표용지에서 본 것은 후보 한 사람이 아니라, 30여 년 전 사라질 뻔했던 '태안군'이라는 이름을 되살려낸 한 가문의 서사였기 때문이다.

- 군민이 기억하는 것은 '복군 운동을 이끈 윤형상의 아들'이다
윤 당선인을 이해하려면 그의 아버지부터 이야기해야 한다. 고(故) 윤형상 전 군수는 1988년 태안 복군 추진위원회 수석 부위원장을 맡아, 일제강점기인 1914년 서산군에 흡수됐던 태안군을 되살리는 복군 운동을 주도한 인물이다. 행정구역 하나를 되찾는다는 것은 단순한 지도상의 선 긋기가 아니다. 그것은 한 지역공동체가 자기 이름과 정체성을 회복하는 일이었고, 윤형상은 그 한복판에 서 있었다.

복군의 결실 위에서 그는 군정의 첫 책임자가 됐다. 1995년과 1998년 자유민주연합 후보로 잇따라 당선돼 민선 1·2기 군수를 지냈고, '다 이루려는 욕심은 안 된다'는 소신에 따라 7년 임기를 끝으로 정계를 떠났다. 2002년 임기를 마친 그가 2022년 별세한 뒤, 정확히 24년 만에 아들이 군수직을 되찾았다.

당선인이 평생 가슴에 새겼다는 부친의 한 마디가 있다. '정치는 권력이 아니고 책임'이라는 가르침이다. 아버지가 '이름의 복군'을 이뤘다면, 아들에게 주어진 숙제는 그 이름에 실질을 채우는 일, 즉 '경제의 복군'이다. 그리고 그 무게는 권력이 아니라 책임의 형태로 그를 누른다.

- 직장을 접고 고향으로, 두 번의 낙선을 견딘 사람
윤 당선인의 정치 이력은 화려한 엘리트의 그것이 아니다. 오히려 인내와 좌절로 채워진 시간에 가깝다. 1968년 충남 서산군(현 태안)에서 태어나 태안중·북일고를 거쳐 아주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정치와의 첫 인연도 자기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것이었다. 대학생이던 1991년 부친의 도의원 선거를 도왔고, 1995년 군수 선거 때는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고향으로 내려와 발로 뛰었다.

자신의 이름을 건 도전은 번번이 벽에 부딪혔다. 2014년 충남도의원 비례대표에 출마했다 낙선했고, 2018년에는 태안1선거구에서 45.11%를 얻고도 2위에 머물렀다. 그 사이 성일종 국회의원 보좌관을 지내며 의정과 정책 실무를 익혔고, 2022년 마침내 국민의힘 후보로 충남도의원에 당선되며 공직에 진입했다. 두 번의 낙선을 견딘 사람이 세 번째 도전 끝에 도의원이 됐고, 다시 4년 만에 군수가 됐다. 그의 정치적 자산이 '아버지의 후광'만이 아니라 '버틴 시간'에 있다는 점은 이 대목에서 분명해진다.

- 선거의 분수령이 된 기업도시와 국방미래항공연구센터
이번 선거가 단순한 인물 대결이 아니었다는 사실은 최대 쟁점에서 드러난다. 화두는 태안기업도시 인근에 추진되는 '국방미래항공연구센터'였다. 윤 당선인은 이를 전국 최초의 무인기 연구개발 전용 활주로를 핵심으로 한 국가 전략 인프라로 규정했다. 그는 대한항공·한화에어로스페이스·LIG넥스원·KAI 등 방산 대기업의 충남도 협약을 근거로, 인구절벽 위기의 태안에 청년 일자리를 만들 기회라고 강조했다.

맞은편의 논리는 정반대였다. 강철민 후보는 '군사도시화' 우려를 내세워 삭발까지 단행하며 사업에 반대하고, 기회발전특구 지정을 통한 대기업 유치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군민의 선택은 명확했다. '공포'보다 '미래'를, '반대'보다 '유치'를 택한 것이다. 이 선택은 곧 윤 당선인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온다. 군민이 일자리를 기대하고 표를 줬다면, 일자리로 답해야 하기 때문이다.

- '진정한 복군'은 일자리다 — 서산·홍성·당진 세 개의 축
여기서부터는 기록의 영역이 아니라 분석과 제언의 영역이다. 행정구역의 복군은 끝났지만, 정작 태안을 옥죄는 것은 인구 감소와 청년 유출, 그리고 화력발전 폐쇄가 남긴 경제 공백이다. 결국 태안의 진정한 복군은 '일자리의 복군'이며, 그 일자리는 기업도시 위에서 자라난다. 문제는 기업도시가 섬처럼 고립돼서는 안 된다는 데 있다. 교통에서 소외돼 온 태안의 미래는 결국 [세 개의 축]을 얼마나 튼튼히 세우느냐에 달려 있다.

먼저 [서산축]이다. 서산IC에서 서산읍을 거쳐 태안읍으로 들어오는 기존의 동맥으로, 모든 축 구상의 기준점이자 태안 내륙과 수도권·내포권을 잇는 1차 통로다. 이 축이 흔들리면 나머지 두 축도 의미를 잃는다.

다음은 [홍성축]이다. 홍성과 홍성IC에서 태안기업도시를 지나 안면도 입구와 태안읍으로 이어지는 남부 통로다. 홍성역은 서해선을 통해 수도권 대곡역(경기 고양)과 연결되는 충남 서부의 관문이다. 다만 한 가지는 정확히 짚어야 한다. 당초 '홍성-여의도 1시간' 구호의 전제였던 신안산선 직통이 무산되면서, 현재 운행 체계는 대곡역 착발을 축으로 한다. 따라서 태안이 이 철도망의 효과를 누리려면 태안기업도시·안면도에서 홍성역으로 빠르게 닿는 도로·대중교통 접근성이 관건이다. 홍성에서 서산 부석을 거쳐 남면·안면도·태안읍으로 이어지는 [버스·트램 등 신교통수단 도입 검토]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지막은 [당진축]이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지만, 태안 북부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동맥이다. 이원~대산 가로림만 해상교량은 국도 38호선의 일부로 해상교량 2.5km와 접속도로 2.8km를 합친 총연장 5.3km, 사업비 약 2,647억 원 규모이며, 개통 시 이원~대산 간 거리가 기존 70km에서 2.5km로 줄어 당진·서산 북부와의 왕래가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태안군이 민선 7기부터 추진해 온 숙원 사업이다. 여기에 대산~당진 고속도로가 연계되면 태안 북부는 당진·평택 산업벨트와 직결된다.

세 축의 의미는 단순한 도로망 확충에 그치지 않는다. 서산축이 기준선이라면, 홍성축은 남부를, 당진축은 북부를 끌어올린다. 그동안 발전에서 소외돼 온 [서산 남부와 태안 남부, 그리고 태안 북부]를 동시에 경제권으로 편입시키는 균형발전의 그림이다. 세 축이 교차하는 지점에 기업도시와 일자리가 자리하고, 그 위에 [홍성–서산–태안을 잇는 관광벨트]가 얹히면, 안면도와 천수만, 태안 해안의 자원이 수도권 수요와 직결돼 일자리와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 모든 그림은 태안군 단독으로는 그릴 수 없다. 해상교량도, 고속도로도, 철도 접근성도 결국 국비와 국가계획의 문제다. 서산·태안 지역구 국회의원인 성일종 의원, 그리고 도의원·군의원과의 촘촘한 정책 공조 없이는 한 발짝도 나아가기 어렵다. 윤 당선인이 도의원과 보좌관 시절 쌓은 의정 네트워크가 시험대에 오르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 7월 1일, '경영행정'은 구호가 아니라 증명이어야 한다
윤 당선인은 "7월 1일부터 태안군정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며 군민 복리를 위한 '경영행정'을 예고했다. 반려식물 산업 메카 조성, 태안기업도시 공공지원형 시니어 마을, 안면도 천수만 일주도로 개설 및 국립공원 일부 해제, 수산물가공센터, 학생수영장 건립 등이 주요 공약으로 제시됐다. 그는 경쟁자였던 강철민 후보에 대해서도 "방법은 달랐지만 태안을 향한 열정을 존중한다"며 그의 정책도 군정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아버지는 '태안'이라는 이름을 되찾았다. 아들에게 남은 일은 그 이름 안에 일자리와 사람과 미래를 채워 넣는 것이다. 세 개의 교통축을 세우고, 기업도시에 기업을 불러오고, 떠난 청년을 돌아오게 하는 일 — 그것이 윤희신이 증명해야 할 '두 번째 복군'이다. 복군의 아들이라는 상징은 출발점일 뿐, 그를 평가할 잣대는 오직 결과뿐이다. 그 4년의 시계가 7월 1일 0시부터 돌기 시작한다.

황성수 기자 / 지방자치 정책팀 lawissue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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