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공무원의 정신건강과 직무 스트레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폭력과 자살·사망 사건 등 교정 현장의 외상 경험이 교도관의 교정 철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충분히 연구되지 않았다.
캐나다 교정청(Correctional Service Canada)의 협력 하에 진행된 CCWORK(Correctional Workers Well-Being, Organizations, Roles, and Knowledge) 연구의 일환으로, 스테프혼(Emily M. Stefhon) 외(노스다코타대학교)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 '교도소에서의 첫 1년: 트라우마와 교도관 지향성의 변화'('The first year behind bars: Trauma and shifts in correctional officer orientation', 〈The Prison Journal〉)는 신규 교도관들이 입직 후 첫 1년 동안 어떤 인식 변화를 겪는지 추적 분석했다.
스테프혼 연구팀은 특히 폭력과 자살·흉기 사건 등 외상 경험이 교도관들의 재활 중심 가치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폈다.

스테프혼(Stefhon) 외(2026) 연구에 따르면 신규 교도관의 68%가 첫 1년 안에 폭력·자살·사망 등 외상 사건을 경험했으며, 트라우마 노출 집단의 88%에서 재활에 대한 인식이 변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테프혼 연구팀은 재활 신념 약화가 개인의 심리 문제만이 아니라 교정환경의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다며, 교도관 대상 트라우마 지원 체계 구축과 조직 차원의 정신건강 문화 조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이미지 디자인=로이슈 AI 디자인팀(*본 이미지는 기사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것입니다.)
이미지 확대보기■ 교도관들은 원래부터 처벌주의적이지 않았다
연구 결과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랐다.
신규 교도관 가운데 76%는 입직 시점에 교도소의 가장 중요한 목적을 수용자 재활(rehabilitation)이라고 답했다. "교도소는 수용자들이 삶을 다시 바로잡을 수 있도록 돕는 곳"이라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반면 교도소를 처벌 중심 기관으로 바라본 응답자는 42%에 그쳤다. 55%는 교도소를 본질적으로 처벌 기관으로 보지 않았다.
스테프혼 연구팀은 많은 신규 교도관들이 현장에 들어오기 전에는 재활과 사회복귀라는 교정의 이상에 상당히 공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입직 1년 만에 무너진 재활 신념
재활에 대한 기대는 현장 경험을 거치며 빠르게 약화됐다.
입직 당시 '명확한 재활 지향'을 보였던 교도관 비율은 1년 뒤 76%에서 21%로 급감했다. 반면 교도소를 재활 기관으로 보지 않는다는 응답은 10%에서 45%로 늘었다.
주목할 점은 재활 신념이 약화됐다고 해서 처벌 중심 성향이 강화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상당수 교도관들은 교도소를 재활 기관도, 처벌 기관도 아닌 단순한 수용·관리 시설(warehouse)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수용자를 변화시키는 공간이라기보다 사회 안전을 위해 위험한 사람을 격리·관리하는 곳으로 바라보게 된 것이다.
스테프혼 연구팀은 이 변화를 '수용·관리(custodial) 지향성'의 확대라고 설명했다.
■ 첫해 교도관 68%가 트라우마 경험
교정 현장의 외상 노출은 예상보다 훨씬 빈번했다.
조사 대상자의 68%는 입직 후 첫 1년 동안 최소 한 차례 이상 외상 사건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험 유형에는 흉기 공격, 폭행, 자살, 교수형 사망, 반복적인 폭력 목격 등이 포함됐다. 일부 교도관은 입직 3개월 만에 살인 사건을 목격했다고 응답했으며, 또 다른 교도관은 반복되는 흉기 사건 이후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가 바뀌었다"고 진술했다.
더 큰 문제는 많은 교도관들이 이런 경험을 "별일 아니다", "원래 이런 직업이다"라며 트라우마를 직업의 일부로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스테프혼 연구팀은 교도관들이 스스로는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인식하더라도 실제로는 재활에 대한 관점과 직업 정체성이 변화하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 트라우마 경험자, 재활 관점 변화 가능성 크게 높아
스테프혼 연구팀은 트라우마와 인식 변화의 관계에 특히 주목했다.
트라우마를 경험하지 않은 교도관 중에서는 40%가 기존 재활 관점을 유지했다. 반면 트라우마를 경험한 집단에서는 단 13%만이 기존 관점을 유지했다.
트라우마 노출 집단의 88%는 재활에 대한 인식이 변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처벌 지향성 변화에서는 트라우마의 영향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논문은 트라우마가 교도관을 더 처벌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수용자의 변화 가능성과 재활의 효과에 대한 믿음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고 해석했다.
■ "재활은 이상, 현실은 생존"
심층 인터뷰에서는 재활 신념이 약화되는 이유도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특히 최대보안시설(Maximum security institution)에서 근무한 교도관들은 재활보다 안전과 생존이 우선시되는 현실을 반복적으로 경험했다고 답했다.
장기수와 조직폭력배 수용자, 반복되는 폭력 사건, 부족한 교정 프로그램, 열악한 치료·재활 여건 등이 재활 가능성에 대한 회의감을 키운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스테프혼 연구팀은 재활 신념의 약화가 개인의 심리 변화만으로 설명될 문제가 아니라, 교정환경의 구조적 한계와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분석했다.
■ "트라우마는 직업의 일부"라는 위험한 인식
인터뷰에서는 트라우마를 바라보는 교도관들의 상반된 태도도 확인됐다.
일부는 "그저 일의 일부일 뿐"이라며 외상 경험의 영향을 부정했다. 또 다른 이들은 폭력과 자살·사망 사건을 교정직의 일상으로 받아들이며 정상적인 현상으로 인식했다.
스테프혼 연구팀은 그러나 이런 자기 평가와 달리 실제 인식 변화는 분명하게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트라우마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 교도관들조차 재활에 대한 믿음이 약화되고 경계심과 불신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분석 결과는 외상 경험이 교도관의 직업 정체성과 수용자에 대한 시각을 장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 "교도관 정신건강 지원은 재활정책의 핵심"
스테프혼 연구팀은 교정조직이 트라우마를 단순히 직업의 숙명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폭력과 자살·사망 사건을 경험한 교도관들이 적절한 심리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조직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재활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교정 현장이 실제로 재활 목표를 실현할 수 있도록 조직 차원의 지원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스테프혼 연구팀은 "트라우마를 인정하고 관리하지 못한다면 교정조직은 재활에 회의적인 인력을 양산할 수 있다"며 "교도관의 정신건강을 보호하는 일은 직원 복지 차원을 넘어 교정제도의 재활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교도관들은 처음부터 처벌주의자가 아니었다. 그러나 입직 후 첫 1년 동안 반복되는 폭력과 트라우마를 경험하며 재활에 대한 믿음을 잃었고, 수용자의 변화보다 관리와 격리에 무게를 두는 교도관으로 변해갔다. 이번 연구는 교도관의 정신건강 문제가 개인의 복지를 넘어 교정제도의 방향과 성격까지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사 연구 출처
스테프혼(Stefhon), E. M., 미첼(Mitchell), M. M., 카시아노(Cassiano), M. S., & 리차르델리(Ricciardelli), R. (2026). 「교도소에서의 첫 1년: 트라우마와 교도관 지향성의 변화」("The first year behind bars: Trauma and shifts in correctional officer orientation"). 〈The Prison Journal〉, 106(2), 245–269.
김지연(Jee Yearn Kim) Ph.D. / 미국 신시내티 대학교(University of Cincinnati)에서 형사정책학 박사를 취득했다. 현재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법심리연구소 박사후 연구원으로, 생성형 AI 기술 역기능 및 사용자 위험 요인 대응 정책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범죄 행위의 심리학, 범죄자 위험 평가, 교정 개입 원칙, 형사사법 실무자 조직행동, 스토킹 범죄자 개입 등이다.
김지연 형사정책학 박사 cjdr.kim@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