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못 받았다고 덥석 플래카드 걸었다간...‘유치권행사’가 번번이 깨지는 이유

기사입력:2026-06-25 10:00:00
사진=정태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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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진가영 기자] 건설·건축 현장에서 건축주나 시행사로부터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에 달하는 공사대금을 제때 받지 못했을 때, 시공업자나 유관 기업 대표들이 선택하는 가장 강력한 최종 병기는 바로 유치권행사다. 현장에 붉은 글씨로 "유치권 행사 중"이라는 플래카드를 걸고 출입을 통제하면 경매 절차가 중단되거나 건축주가 압박을 느껴 밀린 돈을 줄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대단히 냉정하다. 실무상 재판으로 유치권의 존부를 다투게 되면 법원에 의해 유치권이 부존재 처분을 받아 깨지는 비율이 무려 90%에 육박한다. 민법이 규정하는 유치권의 성립 기준과 대법원이 요구하는 입증의 수준이 상상 이상으로 까다롭기 때문이다.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섣불리 현장을 점거하며 유치권행사에 나섰다간, 공사비는 한 푼도 못 건진 채 오히려 업무방해죄나 주거침입죄 같은 범죄 혐의의 피의자가 될 수 있다.

법률상 유치권행사가 합법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민법 제320조가 정한 요건을 단 하나도 빠짐없이 100% 충족해야 한다. 채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덥석 점유부터 시작해서는 안 된다.

우선 채권과 목적물 사이의 '견련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 즉, 유치권을 주장하는 공사대금 채권이 '바로 그 건축물' 자체를 위해 투입된 비용이어야 한다. 신축 건물의 골조 공사나 미장, 창호 공사비 등은 당연히 인정된다. 그러나 시행사에게 빌려준 순수 대여금이나 건물의 가치를 직접적으로 높이지 않은 단순 소모성 자재 대금, 혹은 다른 현장에서 발생한 미수금을 이 현장에 청구하며 유치권행사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음으로는 변제기가 도래해야 한다. 계약서상 공사대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날짜(변제기)가 도래하지 않았다면 유치권을 행사할 수 없다. 기성고에 따라 대금을 분할 지급받기로 한 경우, 해당 회차의 지급일이 객관적으로 경과했음을 계약서와 내용증명 등 공문으로 확정 지어 놓아야 안전하다.

유치권행사 시 가장 까다로운 부분은 바로 '점유의 연속성과 독점성'이다. 단순히 플래카드를 걸어두거나 가끔 들러 확인하는 수준은 점유로 인정되지 않는다. 시공사가 해당 현장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어야 하므로 컨테이너를 설치해 상주 직원을 배치하거나 도어록을 설치해 외부인의 출입을 완전히 차단해야 한다. 또한 점유는 폭력이나 불법적인 방법으로 개시되어서는 안 되며 단 하루라도 상대방에게 점유를 빼앗기거나 일시적으로 현장을 비우면 그 순간 유치권은 영구히 소멸한다.

한편, 대다수 시행사나 PF 금융기관은 공사 계약을 체결할 때나 착공 전 금융 조달 단계에서 시공사에게 '유치권 포기 각서'를 제출하게 하거나 계약서 특약 사항에 "공사대금 미지급을 이유로 유치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삽입한다. 민법상 유치권 성립 조항은 강행규정이 아닌 임의규정이기 때문에, 이러한 포기 특약이 단 한 줄이라도 존재한다면 아무리 공사비를 받지 못했더라도 유치권행사는 법적으로 무효가 된다.

로엘 법무법인 정태근 대표변호사는 “유치권행사는 고도의 계약서 해석과 판례 분석이 결합된 고난도 가사·부동산 소송의 영역이다. 초기 단계부터 빈틈없는 법적 방어선을 구축하지 않으면 유치권 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해 오는 상대방의 공세를 버텨낼 수 없다”라고 경고했다.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jky1977@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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