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법원 제1부(주심 대법관 신숙희)는 사기 사건 상고심에서 검사가 '서면 구형'을 거쳤다는 이유만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피고인(50대)의 상고를 기각해 공소사실을 유죄(징역 2년)로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대법원 2026. 5. 8. 선고 2025도10476 판결).
-피고인은 2011. 2. 21.경 안양시 동안구에서 피해자를 대표이사로 하여 함께 대부업체를 운영하면서 법무법인 H에 입사해 등기팀 직원으로 근무해 왔다.
2013년 6월 17일경 피해자에게 가평 임야를 구입해 요양병원·공동주택부지로 분양하면 수익이 난다고 속여 등기비용 명목으로 2800만 원 송금받았다. 이어 같은해 6월 20일경 이천시 토지에 도시형생활주택을 신축하면 큰 수익이 있다며 토지매입·등기비용 명목으로 합계 2억 원을 받았다.
사실 피고인은 당시 별다른 재산 및 일정한 수입이 없었고 법무법인에 대한 3억 원 상당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어 피해자로부터 돈을 받아 채무변제 등 개인적인 용도에 사용할 생각이었고 수익을 낼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1심은 피고인 불출석으로 공시송달로 재판을 진행했고 이후 피고인의 상소권회복청구로 진행된 2심에서는 피고인이 출석했으나 검사가 항소심 공판기일에서 구두로 구형하지 않고 변론종결 뒤 서면으로 징역 2년 의견을 제출했다.
(쟁점사안) 검사가 구형을 법정에서 진술하지 않고 변론종결 뒤 서면으로 제출한 것이 공판중심주의에 위배되는지 여부. 피고인이 피해자를 기망해 돈을 편취했는지 여부.
1심(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23. 5. 24. 선고 2021고단2083-업무상배임, 2022고단1341-사기 병합 판결)은 사기 사건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하고 업무상배임의 점은 무죄.
원심(2심 수원지방법원 2025. 6. 11. 선고 2024노5228 판결)은 피고인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피고인이 원심의 공판절차에 출석하지 못한 데 귀책사유가 없어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의2 제1항에 따른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고, 이는 형사소송법 제361조의5 제13호가 정한 항소이유인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항소심 법원은 새로이 소송절차를 진행, 이 점에서 1심판결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
피고인의 소유라고 주장하는 부동산은 모두 이 사건 범행 이후 취득한 것이거나 다른 사람 명의의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가 마쳐져 있어서 재산적 가치가 없는 것이며, 이 사건 범행 당시 법무법인의 등기팀에서 근무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기간이 그리 길지 않고 오히려 그 직전까지 사기죄로 형 집행 중이었으므로 일시적인 수입만으로 피고인의 변제능력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인은 동종 범죄로 여러 차례 처벌 받았고, 그로 인한 누범기간 중임에도 범행을 반복한 점, 피해액이 상당히 거액임에도 현재까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면서 피해를 회복하지 않은 점, 피해자가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은 불리한 정상이다.
한편 이 사건 범행은 범죄전력 기재 죄들과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해야 하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대법원 판단) 검사의 서면 구형이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서면 구형으로 인해 피고인의 최후진술 절차에 관한 공판중심주의가 형해화되거나 피고인의 방어권, 변호인의 변호권이 본질적으로 침해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는 한 서면 구형을 거쳤다는 이유만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했다.
형사재판절차에서 피고인은 당사자로서 검사와 대등한 지위에서 자신의 정당한 이익을 방어할 권리를 갖고, 이러한 방어권의 대상이 되는 피고인의 이익에는 사건의 유무죄 등 실체에 관한 사항뿐만 아니라 양형에 관한 사항도 당연히 포함된다. 형사소송법 제303조가 피고인과 변호인의 최종의견 진술의 순서를 검사의 최종의견 진술 이후로 정한 것은 검사가 진술한 모든 최종의견에 대해 피고인과 변호인이 이를 반박하거나 다툴 수 있는 기회를 충실하게 보장하기 위함이다.
검사의 최종의견 진술과 피고인의 최후진술은 형사재판의 마지막 단계에서 사건의 유무죄와 양형에 관한 최종적인 의견을 밝히는 절차이다. 이 절차는 유무죄 등 실체에 관한 심리와 양형에 관한 심리를 엄격하게 구분하고 있지 않은 우리 형사소송절차에서 양형에 관한 심리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으므로, 검사가 양형에 관한 의견을 밝히는 절차에 있어서도 공판중심주의는 실질적인 지배원리로 충실히 기능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피고인이 유죄임을 전제로 하는 검사의 구형은 양형에 관한 의견 진술에 불과하여 법원이 그 의견에 구속된다고 할 수 없고(대법원 2001. 11. 30. 선고 2001도5225 판결, 대법원 2004. 3. 26. 선고 2004도659 판결 등 참조), 판결내용 자체가 아니고 공판기일의 통지, 재판의 공개 등 소송절차가 법령에 위반되었음에 지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로 인하여 피고인의 방어권, 변호인의 변호권이 본질적으로 침해되고 판결의 정당성마저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여지는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는 한, 그것 자체만으로는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85. 7. 23. 선고 85도1003 판결, 대법원 2005. 5. 26. 선고 2004도1925 판결 등 참조).
-검사가 공판기일에서는 양형에 관한 의견을 진술하지 않다가 변론이 종결된 후 서면으로 그 의견을 밝히는 이른바 ‘서면 구형’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검사가 양형 의견을 서면으로 제출한 경위, 시기 및 방법, 그 의견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근거, 피고인이 행사할 수 있는 방어권의 기회 및 내용 등에 비추어 그 서면 구형으로 인하여 피고인의 최후진술 절차에 관한 공판중심주의가 형해화되거나 피고인의 방어권, 변호인의 변호권이 본질적으로 침해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는 한, 서면 구형을 거쳤다는 이유만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는 볼 수 없다.
검사는 공시송달로 피고인의 출석 없이 진행된 제1심의 제6회 공판기일에서 피고인에 대한 사기의 공소사실에 대해 징역 2년의 양형 의견을 진술했고, 제1심법원은 피고인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한 사실(나머지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검사가 징역 2년의 양형 의견을 밝혔으나 무죄가 선고되었다).
이후 1심판결 중 사기 부분에 대한 피고인의 상소권회복청구가 받아들여져 진행된 원심(2심)에서, 검사는 제3회 공판기일에 최종의견을 ‘서면으로 제출하겠다’고 진술한 다음 일주일 뒤 원심법원에 징역 2년을 구하는 내용만이 기재된 ‘구형 의견서’를 제출한 사실, 원심법원은 판사의 경질을 이유로 변론을 재개한 후 제4회 공판기일에 공판절차를 갱신하여 검사의 ‘종전 변론을 원용하겠다’는 진술을 듣고, 피고인 및 변호인에게 최후진술의 기회를 부여하는 절차를 거쳐 변론을 종결했고, 제5회 공판기일에 판결을 선고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검사가 서면으로 밝힌 양형 의견은 제1심에서 진술된 양형 의견이나 제1심판결의 선고 형량과 다르지 않고, 피고인 및 변호인으로서는 소송기록과 원심의 공판 진행 과정을 통해 검사의 양형 의견을 예측하거나 알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제3회 공판기일 이후 검사가 서면으로 밝힌 양형 의견에 대해 제4회 공판기일에 구체적으로 반박하거나 다툴 수도 있었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원심이 검사의 '서면 구형'을 거쳐 판결을 선고했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공판중심주의가 형해화되는 정도에 이르렀다 거나 피고인의 방어권, 변호인의 변호권이 본질적으로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사기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본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사기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수사절차 및 원심의 소송절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잘못이 없다.
원심판결에 전문법칙 위반의 위법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은 피고인이 이를 항소이유로 삼거나 원심이 직권으로 심판대상으로 삼은 바가 없는 것을 상고심에 이르러 비로소 주장하는 것으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대법원, 검사 '서면 구형'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 없어 유죄 원심 확정
기사입력:2026-06-26 18: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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