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 109 또는 자살예방 SNS 상담 '마들랜'(카카오톡 채널·앱)에서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자살은 개인의 심리적 고통, 사회적 관계 단절, 환경적 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나는 다차원적 현상이다. 특히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에서 청소년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며 그 비율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코로나19 이후 청소년의 사회적 고립과 정서적 불안이 심화되면서 자살 관련 행동 역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고 있다는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와 푸른나무재단은 "학교폭력과 집단따돌림 피해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으며, 피해 청소년은 자살 및 자해 충동을 경험할 위험이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청소년 자살을 단순히 개인의 심리 문제로 볼 수 없다. 또래 관계와 사회적 배제, 가족 관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류민지·이경화 연구진(경기대)은 〈청소년학연구〉에 게재한 논문 '집단따돌림 경험이 청소년의 자살시도에 미치는 영향: 자살생각의 매개효과와 부정적 정서 및 부모-자녀관계의 조절효과'를 통해 집단따돌림이 청소년 자살위험으로 이어지는 심리·사회적 경로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전국 청소년 6,359명의 설문 자료를 활용해 집단따돌림, 자살생각, 자살시도, 부정적 정서, 부모-자녀관계의 상호작용을 검증했다.

류민지·이경화(경기대, 2025) 연구에 따르면 집단따돌림을 경험한 청소년은 그렇지 않은 청소년보다 자살시도 가능성이 약 3.1배 높고, 우울·불안 등 부정적 정서 수준이 높을수록 위험이 더욱 증폭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부모-자녀 간 정서적 유대가 일정한 보호 효과를 보이지만 자살생각이 강하게 형성된 청소년에게는 그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며 학교 기반 정서 지원 강화와 부모 대상 위기 대응 교육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미지 디자인=로이슈 AI 디자인팀(*본 이미지는 기사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것입니다.)
이미지 확대보기연구 분석 결과 집단따돌림 경험은 청소년의 자살생각과 자살시도 모두에 유의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따돌림 피해를 경험한 청소년은 그렇지 않은 청소년보다 자살시도 가능성이 약 3.1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집단따돌림은 단순한 사회적 스트레스를 넘어 심리적 절망감과 자기파괴적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우울·불안 클수록 더 위험"...부정적 정서가 위험 증폭
같은 따돌림 피해를 경험하더라도 모든 청소년이 동일한 수준의 자살위험을 보이지는 않았다.
연구 결과 우울·불안·외로움 등 부정적 정서 수준이 높은 청소년일수록 집단따돌림이 자살생각으로 이어지는 영향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
즉, 따돌림 피해 자체가 자살위험을 직접 유발하기보다는 정서적으로 취약한 청소년일수록 같은 피해에도 심리적 충격이 더 크게 누적돼 자살생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부정적 정서를 "자살위험을 증폭시키는 핵심 심리기제"로 평가했다.
■ 부모와 관계 좋을수록 자살위험 낮아...하지만 만능은 아니다
부모-자녀관계는 대표적 보호요인으로 확인됐다. 부모와의 정서적 유대와 의사소통 수준이 높을수록 자살생각과 자살시도 모두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특히 부모 지지가 높은 청소년 집단에서는 집단따돌림이 자살생각을 거쳐 자살시도로 이어지는 간접경로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부모와의 안정적 관계가 위험 경로를 실질적으로 차단하는 완충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진은 부모-자녀관계를 단순한 '만능 보호장치'로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세부 분석 결과 부모-자녀관계는 전반적 자살위험을 낮추는 효과를 보였지만, 이미 자살생각이 강하게 형성된 청소년에게서는 그 보호 효과가 일률적으로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부모와의 관계가 좋더라도 청소년의 심리 상태나 위험 맥락에 따라 보호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연구진은 "부모 지지의 양뿐 아니라 부모의 정서 민감성과 위기 대처 역량도 함께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 "자살 예방, 왕따 중재만으로 부족"
청소년 자살예방 정책은 단순한 학교폭력 대응을 넘어 보다 입체적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연구진들은 제언한다.
류민지·이경화 연구진(경기대)은 따돌림 피해 학생에 대한 지속적인 사후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피해 학생이 또래집단 안에서 심리적 회복과 관계적 재통합을 이룰 수 있도록 관계 중심의 지원 체계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정서·행동 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정기 상담과 프로그램 연계, 또래관계 적응 점검 등을 포함한 체계적 사후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소년이 정서를 조절하는 능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인관계 갈등이나 소외를 경험할 경우 자기비난과 절망감으로 빠지기 쉽다는 연구결과다. 이에 따라 학교 기반 정서 지원체계를 강화하고, 고위험 학생을 조기에 선별해 전문가 개입 및 전문기관 연계를 확대함으로써 청소년의 정서회복력과 자기조절 역량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청소년이 처한 위험 유형과 심리 상태, 부모와의 관계 수준, 정서적 반응 방식에 따라 위험 정도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부모의 정서 민감성이 중요하다고도 분석했다. 더불어 부모 대상 정서 인식 교육과 위기 대응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교와 지역사회가 학부모를 대상으로 정서 상담 및 위기 대처 교육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지역사회 자원과 연계한 가족상담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청소년 자살, 개인 문제가 아니다"...관계와 환경이 만든 비극
류민지·이경화 연구팀은 청소년 자살위험이 '집단따돌림이라는 사회적 스트레스', '부정적 정서라는 개인 취약성', '부모-자녀관계라는 보호요인'이 서로 맞물려 형성되는 복합적 현상이라고 결론 내렸다. 또한, "청소년 자살은 개인의 약함이나 일시적 감정 문제가 아니라 관계와 환경이 함께 만든 구조적 문제"라며, "정서 지원과 가족 지원을 함께 고려하는 다차원적 예방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논문
류민지·이경화(2025). 집단따돌림 경험이 청소년의 자살시도에 미치는 영향: 자살생각의 매개효과와 부정적정서 및 부모-자녀관계의 조절효과, 청소년학연구, 33(2), 167-200.
김지연(Jee Yearn Kim) Ph.D.
미국 신시내티 대학교(University of Cincinnati)에서 형사정책학 박사를 취득했다. 현재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법심리연구소 박사후 연구원으로, 생성형 AI 기술 역기능 및 사용자 위험 요인 대응 정책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범죄 행위의 심리학, 범죄자 위험 평가, 교정 개입 원칙, 형사사법 실무자 조직행동, 스토킹 범죄자 개입 등이다.
김지연 형사정책학 박사 cjdr.kim@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