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전여송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가 13차례 교섭에도 합의에 이르지 못한 가운데, 노동조합이 협상 과정에서 “파업으로 회사가 입을 손실이 더 크니 해당 비용을 미리 보상하라”는 취지의 주장을 편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임금 및 처우 개선을 위한 통상적 교섭 범위를 넘어, 파업 가능성을 전제로 사실상 ‘파업 손실비용’을 선지급하라는 요구를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 “파업하면 더 손해”… 교섭 아닌 압박 논란
24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이번 교섭에서 노조는 평균 14% 수준의 임금 인상과 함께 임직원 1인당 3000만원의 격려금, 3년간 자사주 배정 등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은 요구 수준 자체보다 협상 논리에 있다.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 회사가 감당해야 할 손실이 더 크니, 화재보험료나 환헤지 수수료처럼 해당 비용을 직원들에게 미리 지급하는 것이 낫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정상적인 임금교섭이라기보다, 파업 가능성을 전제로 회사의 비용 부담을 협상 카드로 활용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상 “파업하지 않을 테니 그 대가를 미리 달라”는 주장과 다르지 않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협상을 통한 입장 조율이 아니라, 파업 가능성을 전제로 금전적 양보를 압박하는 방식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상생’ 강조했지만… 회사 손실을 협상 카드로 활용
이번 논란은 노조가 스스로 회사 손실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이를 줄이기 위한 비용을 사측이 선제적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방식으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더욱 커지고 있다.
이는 회사의 경영 부담과 생산 차질 우려를 협상의 명분이 아니라 압박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파업권이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라 하더라도, 통상적으로는 최후의 수단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이번 사례처럼 파업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먼저 거론하며 금전 보상을 요구하는 방식은 권리 행사라기보다 손실을 전제로 한 협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노조가 ‘상생’을 강조하면서도 회사의 안정적 운영과 미래 경쟁력을 협상 테이블 위에 올렸다는 점에서 후폭풍이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 글로벌 경쟁 속 내부 리스크… “K-바이오 경쟁력 위협”
업계에서는 노조의 요구가 기업의 투자 여력을 훼손해 글로벌 경쟁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78만5000리터 규모의 생산능력을 기반으로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경쟁사들의 추격도 거세다. 일본 후지필름은 2028년까지 70만리터 이상의 생산능력 확보를 추진 중이며, 중국 CL바이오로직스 역시 창립 5년 만에 70만리터 규모 설비를 구축하는 등 생산능력 확대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스위스 론자, 일본 후지필름 등 글로벌 기업들과 위탁개발생산(CDMO)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내부 갈등이 수주 경쟁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수적인 산업 구조상 투자 여력 훼손은 곧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총 450조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약 15조원 규모의 투자를 추진 중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노조가 보상 확대 요구를 지속할 경우 투자 여력이 줄어들고, 중장기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5년 바이오헬스 산업 수출은 279억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으며, 이 가운데 의약품 수출은 처음으로 1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매출의 97%를 수출에서 올리는 대표적인 수출 기업으로, 위탁개발생산 수주 확대 등을 통해 국내 바이오 산업 성장에 기여해온 것으로 평가된다.
전여송 로이슈(lawissue) 기자 arrive71@lawissue.co.kr
"파업 안 할테니 손해비용 미리 달라"...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 억지요구 논란
기사입력:2026-03-24 17:3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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