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2023년 실시한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에서는 전체 청년 인구의 약 5%에 해당하는 54만 명이 은둔 상태일 것으로 추정됐으며, 이 가운데 약 25%인 14만 명(13~18세)은 10대 시기부터 고립 생활을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청소년기 은둔이 '조기 신호'로 주목받는 이유다.
다만 국내에서는 학생이 학교·가정을 매개로 보호 체계에 연결돼 있어, 은둔 청소년이 상대적으로 덜 드러나는 측면도 있다. 이에 김선영 외 연구진(건국대·광주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은 '위기청소년의 학교, 전자매체, 가정, 개인 요인이 은둔에 미치는 영향(〈청소년학연구〉)' 연구를 통해, 등교 중이더라도 은둔 척도에서 컷오프(cut-off) 점수 이상이면 '광의의 은둔 청소년'으로 포함해 분석했다.

김선영 외(건국대·광주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2025) 연구에 따르면, 위기청소년 935명을 분석한 결과 은둔의 최대 영향 요인은 게임이나 학교폭력이 아닌 '가정 방임'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상담자 중심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크며 가족을 조력자로 참여시키는 가족 중심 협력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이미지 디자인=로이슈 AI 디자인팀 (*본 이미지는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것입니다.)
이미지 확대보기기존 조사에서는 10대 은둔의 원인으로 대인관계, 가족관계, 폭력·괴롭힘이 주요 요인으로 제시돼 왔다. 실제 은둔 청소년은 잦은 결석, 등교 거부, 학습 부진, 집단 따돌림뿐 아니라 비행, 약물 남용, 자살, 우울 등 정신건강 문제와도 연관될 수 있다는 보고가 이어졌다.
은둔 청소년 상당수가 대부분의 시간을 온라인 활동에 의존한다는 경향도 확인된다. 사회적 기술 부족으로 대인관계 불안이 커지고, 친구 관련 스트레스가 높아지는 양상이다.
연구는 은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학교(학교폭력 피해 등), 전자매체(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게임 과몰입), 가족(방임, 부모 간 불화), 개인(우울, 불안) 요인으로 구분해, 어느 요인이 실제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지 검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개별 요인만이 아니라 다차원 요인을 함께 투입해 상대적 영향력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실천적 개입의 우선순위를 설정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연구다.
■ 연구 대상 935명... 은둔 청소년 42%
연구진은 경기도 소재 중·고등학교(고등학교 3곳·중학교 4곳)를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했다. 최종 분석에 활용된 설문은 총 935부였다. 이 중 한국형 은둔 척도(25-item Hikikomori Questionnaire; HQ-25) 컷오프 41점 이상에 해당하는 397명(전체의 42%)을 '광의의 은둔 청소년'으로 분류했다. 광의의 은둔 청소년은 외부 활동이 완전히 단절되지는 않았지만 은둔 성향이 높은 집단을 포함하며, 협의의 은둔형은 방 밖으로 거의 나오지 않거나 집 앞 편의점 정도만 오가는 심각한 사회적 고립 상태를 가리킨다.
■ 은둔 높을수록 과사용·방임·부모 불화·우울·불안도 높아
상관관계 분석 결과, 은둔 수준은 인터넷·스마트폰 과사용, 방임, 부모 간 불화, 우울, 불안과 정적 상관을 보였다. 은둔 수준이 높을수록 온라인 사용이 늘고, 가정 내 방임 경험이나 갈등 노출, 우울·불안이 함께 높아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이 결과는 선행연구에서 제시된 '은둔 가정의 소통 부족, 갈등 심화' 양상과도 맥을 같이한다.
개인 요인 가운데 우울과 불안 역시 은둔과 정적 상관을 보여, 은둔 청소년일수록 우울·불안 수준이 높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 핵심은 '방임'... 최대 영향 요인으로 확인
성별을 통제한 위계적 회귀분석 결과, 은둔 컷오프 41점 이상 집단에서 은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변수는 '방임'으로 나타났다. 이어 우울, 불안 순이었다. 가정 내 방임이 은둔과 가장 강하게 연결되고, 개인의 우울·불안이 동반될수록 은둔 위험이 커진다는 의미다.
반면 같은 모델에서 학교폭력 피해,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게임 과몰입, 부모 간 불화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컷오프 41점 미만 집단에서도 결과는 유사했다. 이 집단 역시 은둔에 유의미하게 영향을 준 변수는 방임뿐이었으며, 나머지 변수들은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영향이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은둔 기준에 완전히 부합하지 않더라도 방임은 은둔을 설명하는 핵심 요인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 학교폭력·게임 영향 미미... 해석은 '다층적' 필요
학교폭력 피해와 은둔의 연결을 보고해 온 기존 연구와 달리, 이번 분석에서는 학교폭력 변인이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학교폭력과 은둔의 관계를 단선적으로 보기보다 우울·불안, 가족 지지, 또래관계 회복 가능성 등 매개 요인을 포함한 다층적 해석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전자매체 요인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스마트폰과 게임은 은둔 청소년에게 회피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소통의 통로로 작동할 수도 있어 은둔의 직접적 원인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 '개인 상담' 아닌 '가족 중심' 협력 체계가 우선
연구는 실천적 함의로 가족 요인, 특히 방임에 대한 개입 우선순위를 강조했다. 은둔 청소년을 돕는 과정에서 상담자 중심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크며, 가족을 상담 관계 형성의 조력자로 참여시키는 가족 중심 협력 체계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또한 은둔 청소년의 부모 역시 지원 대상임을 분명히 했다. 부모 교육과 멘토링을 통해 자녀 문제 특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관계 맺기와 의사소통 방법을 훈련하는 접근이 병행돼야 한다는 제안이다. 장기적으로는 지역기관과 연계해 은둔 청소년과 부모를 함께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청년층 중심이던 은둔 연구에서 나아가, 은둔으로 이행하기 전 단계의 청소년을 분석해 예방 개입의 단서를 제시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경기도 특정 지역에 한정된 조사라는 점에서 일반화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은둔 청소년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성향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이번 연구는 청소년이 사회에서 물러나기 전, 이미 가정 안에서 신호가 축적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보이지 않는 방 안의 고립을 막기 위한 첫 단추는 결국 '가족을 포함한 조기 개입 체계'라는 점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연구논문
김선영·최수미·최은희·신경필·이현진(2025). 위기청소년의 학교, 전자매체, 가정, 개인 요인이 은둔에 미치는 영향. 청소년학연구, 32(2), 159-186.
김지연(Jee Yearn Kim) Ph.D.
독립 연구자로 미국 신시내티대학교 형사정책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범죄 행위의 심리학(Psychology of Criminal Conduct), 범죄자 분류 및 위험 평가(Offender Classification and Risk Assessment), 효과적인 교정 개입의 원칙(Principles of Effective Intervention), 형사사법 실무자의 직장 내 스트레스 요인·인력 유지 및 조직 행동(Workplace Stressors, Retention, and Organizational Behavior of Criminal Justice Practitioners), 스토킹 범죄자 및 개입 방법(Stalking Offenders and Interventions)이다.
김지연 형사정책학 박사 cjdr.kim@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