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은 예방이 핵심이지만, 사건 발생 직후 신속한 초기 대응과 공정한 사안 처리 역시 중요하다. 교육부는 2023년 4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에 따라 전국 시도교육청에 학교폭력 제로센터를 설치했고, 같은 해 10월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을 통해 제로센터 운영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어 2024년 3월부터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제도가 본격 시행됐다.
전담조사관 제도는 교원을 악성 민원으로부터 보호하고, 보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수행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제도 시행 이후 전담조사관의 전문성과 역할 범위에 대한 현장의 요구가 커지면서, 전담조사관에게 요구되는 역량을 체계적으로 분석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현정원·한유경(이화여대) 연구팀은 <청소년학연구>에 실린 '학교폭력 전담조사관제도 운영과 전담조사관 역량에 대한 시도교육청 업무 담당자 인식 분석' 연구를 통해 전담조사관제 운영 실태와 개선 과제를 점검했다.
■ 전담조사관제 도입 효과... 교사 민원 부담 감소
연구에 따르면, 전담조사관제 도입의 가장 큰 성과는 교원의 업무 부담 경감이었다. 연구 참여자들은 사안 조사에서 교사가 민원에 직접 대응하지 않게 되면서 심리적 부담과 소진이 크게 줄었고, 교육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평가했다. 사안 처리의 객관성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 역시 전반적으로 향상됐다는 인식이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다만 일부 시도에서는 전담조사관 배정 요청, 일정 조율, 조사관 간 역량 차이로 인한 추가 행정 처리 등으로 학교 현장의 부담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 교육청 업무는 증가... 제도 안착 과정의 부담
반면 전담조사관제 운영으로 시도교육청의 행정 업무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관 모집·위촉, 연수 운영, 배정, 조사 보고서 검토, 사례회의 운영 등 새로운 행정 수요가 상당수 발생하면서, 한정된 인력과 예산 속에서 업무 담당자의 부담이 커졌다.
■ 전담조사관에게 요구되는 핵심 역량은?
연구진은 전담조사관의 역량을 지식·실천·태도의 세 영역으로 구분했다.
먼저 지식 역량으로는 학교폭력의 개념과 유형, 관련 법령과 정책, 사안 처리 절차에 대한 체계적 이해가 필수적으로 요구됐다. 보호자 문의와 민원 대응 과정에서 법적 근거와 절차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천 역량으로는 조사 보고서 작성 능력, 디지털 자료 활용 능력, 객관적 사실 확인 능력, 학생·학부모와의 공감적 소통 능력이 강조됐다. 특히 퇴직 경찰, 퇴직 교원, 상담 경력자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조사관 간에 강점과 약점이 달라, 출신 경력에 따른 역량 편차가 문제로 지적됐다.
태도 역량과 관련해서는 중립성과 공정성, 공감 능력, 갈등 완화와 회복적 접근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나타났다. 학교 외부 인력이라는 점에서 전담조사관은 이해관계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위치에 있지만, 조사 과정에서 감정이 고조된 학생과 보호자를 상대해야 하는 만큼 높은 윤리성과 감정 조절 능력이 요구된다.
■ 연수 확대·역할 정립이 관건
연구 참여자들은 효과적인 제도 운영을 위해 전담조사관 연수 확대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시도별로 연수 내용과 시간이 상이해 역량 격차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공통 기준에 따른 체계적 연수와 학교·학생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한 전담조사관과 학교의 역할과 권한 범위를 명확히 구분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사안 조사는 전담조사관이 담당하되, 관계 회복과 교육적 중재는 학교가 중심이 되는 구조를 분명히 해야 혼선을 줄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제도 성과는 분명... 실행력 강화가 과제
현정원·한유경(이화여대) 연구팀(2025) 연구에 따르면 전담조사관제 도입 이후 교사의 심리적 부담과 민원 대응 압박이 현저히 감소했고, 사안 조사에 대한 신뢰도 역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조사관 수 확대, 역량 강화, 명확한 역할 정립, 학교 내 상담·조정 인력 보강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담조사관의 전문성 확보와 학교의 교육적 기능 회복을 위한 지원 구조가 병행돼야 한다고 연구진은 제언했다.
▶연구논문
현정원·한유경(2025). 학교폭력 전담조사관제도 운영과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역량에 대한 시도교육청 업무 담당자 인식 분석. 청소년학연구, 32(5), 377-403
▶추가출처
교육부, 초·중·고 교육, 2024년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
김지연(Jee Yearn Kim) Ph.D. 독립 연구자로 미국 신시내티 대학교 형사정책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범죄 행위의 심리학(Psychology of Criminal Conduct), 범죄자 분류 및 위험 평가(Offender Classification and Risk Assessment), 효과적인 교정개입의 원칙(Principles of Effective Intervention), 형사사법 실무자의 직장내 스트레스 요인, 인력 유지 및 조직행동(Workplace Stressors, Retention, and Organizational Behavior of Criminal Justice Practitioners), 스토킹 범죄자 및 개입 방법(Stalking Offenders and Interventions)이다.
김지연 형사정책학 박사 cjdr.kim@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