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전여송 기자]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 민병주) 내부에서 상습적인 직장 내 괴롭힘과 국가 R&D 부정수급 감시 시스템 방치 등 심각한 기강 해이 사례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지난해 9월 임기가 만료된 민병주 원장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기관으로서의 대국민 신뢰 확보라는 책무를 저버린 채 총체적 부실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9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진흥원의 2025년 종합감사 결과보고서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중징계 요구부터 국가 R&D 자금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핵심 모니터링 시스템의 조직적 방치 등 총체적인 부실이 확인됐다.
이번 감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직장 내 괴롭힘’ 항목이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피신고인 A 씨는 심야 시간대(22시~06시)에 실원들에게 업무 지시를 내리는 것은 물론, 만취 상태로 개인적인 감정을 담은 메시지를 발송하고 전화를 거는 등 상습적인 괴롭힘을 일삼았다.
단순한 연락 수준을 넘어선 물리적 위협과 폭언도 확인됐다. A 씨는 회의 중 자신의 의견과 맞지 않을 경우 책상 위에 있는 책을 쓸어버리거나 손찌검을 하는 듯한 위협적인 행동을 했다고 적시했다. 특히 승진을 앞둔 7년차 연구원들에게 ‘승진하려면 고생을 해야 한다’며 업무를 과도하게 몰아주거나, 인턴들에게 ‘초과근무는 의리’라며 강요하는 등의 갑질이 일상화되어 있었다. 계약직 직원에게는 처우에 대한 부적절한 언급을 수 차례 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관의 본업인 R&D 과제 관리에서도 심각한 직무 유기가 포착됐다. 실시간연구비관리시스템(RCMS)은 부정 수급 의심 징후가 포착될 경우 ‘요주의’ 및 ‘조사’ 등급의 알람을 발송한다. 하지만 감사 대상 기간 발생한 58건의 고위험 알람 중 적기에 조치된 건은 단 5건(8.6%)에 불과했다.
나머지 53건(91.4%)의 알람은 발생 후 수개월간 방치되다가 종합감사가 시작된 10월에서야 뒤늦게 처리됐다. 국가 R&D 자금의 부정 사용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야 할 관리자들이 경고 시스템을 무시한 셈이다.
규제자유특구 및 국제공동기술개발 등 주요 사업의 행정 절차도 규정 준수보다는 편의주의로 점철됐다. 신규 R&D 과제 선정 통보 후 30일 이내에 체결해야 하는 협약은 전체의 31.8%(299건)가 지연됐으며, 협약 후 1개월 이내 지급해야 하는 연구개발비 지급 규정 또한 상습적으로 어겨졌다.
내부 견제 장치인 일상감사 시스템도 무력화됐다. 3,000만 원 이상의 고액 지출이나 특별평가 계획 등 감사실의 사전 열람이 필수적인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과정이 누락된 결재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특히 기안자뿐만 아니라 최종 전결권자까지 감사실 열람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진행한 것으로 드러나 진흥원 내 자정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음을 방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가 R&D 자금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에서 부정 수급 방지 시스템을 방치하고 구시대적 갑질이 자행된 것은 공공기관으로서의 기본적 책무를 망각한 것”이라며 “지난해 9월 임기가 만료된 민병주 원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현재, 기관 내 자정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전여송 로이슈(lawissue) 기자 arrive71@lawissue.co.kr
‘심야 음주 괴롭힘’에 ‘R&D 경보 무시’까지… KIAT, 임기 만료 리더십 아래 무너진 내부 통제
기사입력:2026-01-09 19: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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