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 캠퍼스 지키는 '학생 순찰대' ... 여학생 범죄 불안 줄었을까?

[형사정책 연구브리핑] C대 사례로 본 자율 방범 활동의 효과와 한계 기사입력:2025-12-13 23:35:02
최근 경찰은 전통적인 범죄 대응 중심 치안 활동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와 협력하는 예방 중심 치안 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커뮤니티 폴리싱(Community Policing)과 협력적 문제 해결 전략이 강조되면서 시민 순찰 활동이 대표적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시민 순찰은 주민이 직접 순찰 활동에 참여해 범죄를 억제하고 범죄 두려움을 완화하는 데 목적을 둔다.

이 같은 활동은 경찰력만으로는 급증하는 범죄를 예방·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단순한 물리적 범죄 예방을 넘어 심리적 안정감 증대, 공동체 참여 확대, 지역사회 활력 제고 등 지속 가능한 안전망 구축에 기여하는 대안으로 평가된다.

대학 캠퍼스는 공공재적 성격으로 출입이 비교적 자유롭고, 야간에는 상주 인원이 급감해 외부인에 의한 범죄에 노출되기 쉽다. 최근 캠퍼스 범죄의 심각성이 지적되면서, 학생 주도의 '대학생 순찰대'가 다수 대학(예: 연세대, 중앙대, 동국대, 한양여대, 백석예술대 등)에서 운영되고 있다.

대학생 순찰대는 시민 순찰 개념을 캠퍼스 환경에 적용한 자율 방범 활동이다.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교내 안전을 강화하고 범죄 예방에 기여하며, 심리적 안정감과 공동체 의식 형성에도 일정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관련 연구는 아직 충분히 축적되지 못한 실정이다.

이에 김동영(중앙대)·정회윤(인하대)는 '대학생 순찰대 활동이 범죄 불안감에 미치는 영향 연구(<한국치안행정논집>)'를 통해 대학생 순찰대 활동이 교내 학생들의 범죄 불안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연구팀은 순찰대 활동이 실제로 심리적 안전감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검증하고자 벡 불안 척도(Beck Anxiety Inventory, BAI)를 활용해 불안 정도를 측정한 뒤, 정상·가벼운 불안·중증 불안 세 집단으로 구분해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캠퍼스 '학생순찰대' / 사진 디자인=로이슈 AI 디자인팀 (본 이미지는 AI로 생성한 것입니다.)

캠퍼스 '학생순찰대' / 사진 디자인=로이슈 AI 디자인팀 (본 이미지는 AI로 생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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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생 순찰대, 야간 캠퍼스의 '눈'이 되다

대학생 순찰대는 정해진 구역을 정기적으로 순찰하며 캠퍼스 내 안전 위협 요소를 점검한다. 특히 야간 시간대 좁은 통로, 지하 주차장, 외진 공간 등 범죄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순찰하고, 고장 난 가로등이나 CCTV 사각지대, 파손된 시설물 등을 학교 측에 보고해 신속한 보수가 이뤄지도록 한다.

순찰대원들은 지정된 구역을 정해진 시간에 순찰하며, 의심스러운 상황 발생 시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추고 있다. 학생들과 직접 소통하며 안전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잠재적 범죄 위험 요소를 사전에 파악해 예방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연구에 포함된 C대학 순찰대는 평일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02시까지 운영되며, 시험 기간을 제외하고 학기 중 지속적으로 활동한다. 일일 8명이 3개 조로 나뉘어 지정 코스를 순찰하고, 학칙 위반 단속과 범죄 의심 상황 발생 시 경찰과 연계한 대응을 맡는다.

■ 눈에 보이는 순찰, 존재감만으로 범죄 억제와 심리적 안정감 줄까?

순찰 활동은 '보이는 감시자'라는 인식을 통해 잠재적 범죄자에게 심리적 억제 효과를 준다.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순찰 활동이 범죄 두려움을 낮춘다는 선행연구 결과도 축적돼 있다.

다만 캠퍼스 순찰대의 경우, 순찰대 인지 수준이 높을수록 범죄 두려움이 감소했다는 연구와, 활동 전·후 두려움 차이가 크지 않았다는 상반된 결과가 공존한다. 이는 물리적 억제 효과와 심리적 안정감이 반드시 동일하게 작동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는 C대학을 사례로 여학생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실시해, 순찰대 활동을 실제로 목격한 경험과 야간 캠퍼스에서 느끼는 불안을 맥락적으로 분석했다. 순찰대 운영과 발전 방향을 함께 모색하는 데 목적을 뒀다.

■ 연구 설계: 불안 수준별 경험 분석

연구팀은 C대학에 재학 중인 여학생 가운데 대학생 순찰대 활동을 실제로 목격한 학생 9명을 무작위로 선정했다. 모든 참여자에게 벡 불안 척도(불안 증상의 정도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도구)를 실시해 평소 심리적 불안 수준을 측정한 뒤, 정상·가벼운 불안·중증 불안 세 집단으로 분류했다.

불안 척도 평가 후 1차 인터뷰에서는 범죄 불안감 수준과 대학생 순찰대에 대한 인식을 중심으로 질문했고, 2차 인터뷰에서는 1차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순찰대 부재 상황을 가정해 느낄 감정과 불안을 보다 심층적으로 물었다. 연구자의 해석이 참여자의 실제 경험을 제대로 반영했는지 확인하는 검증 절차도 거쳤다.

■ 대학생 순찰대에 대한 기대: '보안 장치'에서 '심리적 버팀목'까지

연구 결과, 불안 수준에 따라 대학생 순찰대에 대한 인식과 기대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세 집단 모두 순찰·감시, 외부인 통제, 범죄 예방·제지라는 기본 역할에는 대체로 동의했다.

'순찰 및 감시' 역할과 관련해 세 집단 모두 대학생 순찰대가 범죄 예방을 위해 순찰을 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다만, 정상 집단은 순찰대를 캠퍼스 내 기본적인 보안 장치로 인식했지만,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반면 가벼운 불안 집단과 중증 불안 집단은 순찰 활동의 실질적 효과에 의구심과 불확실성을 드러냈고, 특히 중증 불안 집단일수록 "실제로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되는가"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강했다.

'외부인 통제' 역할에서는 세 집단 모두 캠퍼스 내 외부인의 출입을 치안 위협 요소로 인식했다. 정상 집단은 외부인 출입에 크게 민감하지 않았지만, 가벼운 불안 집단은 건물 내부 등 일부 공간에 대한 출입 제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증 불안 집단은 외부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 불안과 심리적 위협을 더 크게 호소했다.

'범죄 행위 저지'에 대해서는 세 집단 모두 대학생 순찰대의 목적이 범죄 예방에 맞춰져야 한다는 데 동의했지만, 실제 범죄 상황에서 비전문 인력인 학생이 직접 개입하는 것에는 회의적이었다. 다만 순찰 활동 자체가 잠재적 범죄자의 행동을 주저하게 만드는 억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에는 공감했다.

■ 지역 경찰·보안 시스템과의 연계 인식

캠퍼스 내 상주 경찰 인력 부재 상황에서 대학생 순찰대가 치안을 보완한다는 인식은 세 집단 모두에서 나타났다. 다만 경찰 역할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는 인식과 함께, 국가 책임이 학생 자율 방범 활동에 과도하게 전가될 수 있다는 비판적 시각도 공통적으로 제기됐다.

지역 주민 참여와 관련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일부는 "검증된 주민이 참여하면 안전성에 기여하고, 인력이 늘수록 더 안전해질 것"이라는 긍정적 의견을 보인 반면, 다른 일부는 "주민 역시 잠재적 가해자가 될 수 있고, 신뢰 가능성에 의문이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기존 보안 시스템과의 연계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CCTV, 조명, 비상벨 등 시설 확충과 사람에 의한 순찰이 결합될 때, 잠재적 범죄자에게 '범죄를 저지르기 어려운 공간'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시스템이 즉각적인 현장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대학생 순찰대의 현장성과 기동성도 주요 장점으로 지적됐다.

■ 정책적 제언: '보조 인력'이 아닌 '공식 안전 파트너'로

연구팀은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대학생 순찰대 운영과 관련해 몇 가지 정책적 제언을 제시했다. 우선 긴급 상황 대처 능력과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리학 기초 교육, 대인 대응 기술, 위기 상황 행동 요령과 함께 지역 경찰·보안 전문가와의 합동 훈련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정형화된 고정 순찰 루트에서 벗어나 AI 기반 동적 순찰 경로 설계와 취약지역 상주 방식을 병행하는 등 순찰 방식의 혁신이 요구된다. 주요 시설에 위치 정보를 포함한 QR코드를 설치해 순찰 시 신속한 상태 점검과 보고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도 제안됐다.

아울러 CCTV, 조명, 비상벨 등 기존 보안 시스템과 대학생 순찰대를 연계한 통합 보안 체계 구축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스마트폰 기반 안전 앱을 도입해 긴급 상황 시 학생들이 즉각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실시간 위치 공유와 비상 알림 기능을 활용할 경우 범죄 예방과 불안감 완화 효과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와 함께 대학생 순찰대의 제도적·재정적 지원을 강화하고, 활동의 중요성을 학생과 교직원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해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기적인 캠퍼스 안전 포럼이나 캠페인을 통해 순찰대의 역할과 성과를 공유하고, 구성원의 참여와 지지를 이끌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활동 성과에 대한 인정과 피드백 체계 강화를 통해 참여 동기를 높여야 한다는 제언도 제시됐다. 활동 성과가 우수한 학생에게 감사장 수여나 모범 사례 발표 기회를 제공하고, 참여 학생들이 직접 개선 아이디어를 제안·실행할 수 있는 참여형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대학생 순찰대는 경찰의 공백을 임시로 메우는 보조 인력이 아니라, 캠퍼스 안전망의 한 축으로 제도적 위상이 정립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여학생들의 범죄 불안감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전문성 강화, 보안 시스템 연계, 학교 차원의 책임 있는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논문

김동영·정회윤(2025). 대학생 순찰대 활동이 범죄 불안감에 미치는 영향 연구: 벡 불안 척도를 활용하여. 한국치안행정논집, 22(1), 17-41

김지연(Jee Yearn Kim) Ph.D.독립 연구자로 미국 신시내티 대학교 형사정책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범죄 행위의 심리학(Psychology of Criminal Conduct), 범죄자 분류 및 위험 평가(Offender Classification and Risk Assessment), 효과적인 교정개입의 원칙(Principles of Effective Intervention), 형사사법 실무자의 직장내 스트레스 요인, 인력 유지 및 조직행동(Workplace Stressors, Retention, and Organizational Behavior of Criminal Justice Practitioners), 스토킹 범죄자 및 개입 방법(Stalking Offenders and Interventions)이다.


김지연 형사정책학 박사 cjdr.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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