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매년 6월 15일 ‘노인학대 예방의 날’을 전후로 집중신고기간을 운영하지만, 가해자가 대부분 가족이거나 시설 종사자인 탓에 신고가 잘 이뤄지지 않는 ‘암수(暗數) 범죄’ 성격이 강하다. 순천향대 조호대 교수가 발표한 ‘노인학대 예방 및 대응에 대한 경찰의 역할’(한국치안행정논집, 2022) 논문을 토대로 노인학대 현황과 경찰 대응의 실태·문제점·개선 방안을 짚어봤다.

조호대/순천향대(2022) 연구에 따르면, 노인학대 88.8%가 가정에서 발생하며 배우자와 아들이 가해자 1·2위를 차지했다. 연구진은 경찰의 전담인력 부족과 법적·조직적 공백을 최대 문제점으로 진단하며 법령 정비, 전담수사팀 신설, 지역사회 순찰 강화를 해결방안으로 제시했다. / 이미지 디자인=로이슈 AI 디자인팀
이미지 확대보기노인학대는 신체적·정서적·성적·경제적 학대와 유기·방임으로 나뉜다.
· 신체적 학대: 폭행, 도구 사용 등으로 신체·정신에 손상을 입히는 행위
· 정서적 학대: 비난·모욕·위협 등으로 정서적 고통을 주는 행위
· 성적 학대: 노인의 의사에 반하는 모든 성적 행위
· 경제적 학대: 재산을 빼앗거나 처분을 막는 등 경제적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
· 유기·방임: 부양의무자가 노인을 버리거나(유기) 의식주·의료를 제공하지 않는(방임) 행위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노인학대는 88.8%가 가정에서 발생했다. 가해자 역시 가족이 대다수였고, 그중 배우자와 아들이 압도적 1·2위를 차지했다. 결국 경찰의 예방·대응 활동은 가정 내 학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미다.
시설·병원 등 기타 장소에서 일어난 학대는 11.2%에 불과했다. 이 중에서도 노인복지시설이 가장 많았다.
피해 유형은 2개 이상 중복되는 경우가 가장 흔했고, 정서적 학대와 신체적 학대가 주를 이뤘다. 신체적 학대는 폭행이, 정서적 학대는 언어폭력(위협·모욕)이 대부분이었다. 가정에서 주로 발생하다 보니 성적·경제적 학대나 유기·방임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 노인학대 대응, 경찰 3개 부서가 나눠 맡는다
경찰 내 노인학대 담당 조직은 크게 학대전담경찰관(AP), 여성청소년과, 지구대·파출소 등 3곳이다.
1. 학대전담경찰관(AP)
2016년 신설된 조직으로 가정폭력·아동학대·노인학대 예방부터 수사 연계, 사후관리까지 거의 전담한다. 현장 동행 모니터링, 재발 우려 가정 관리, 지자체·보호기관 협력 등 업무 범위가 매우 넓다.
2. 여성청소년과
피해자 보호는 여성청소년계, 수사는 여성청소년수사팀이 담당한다. 학대전담경찰관도 이 부서 소속이다.
3. 지구대·파출소
신고 접수 시 가장 먼저 출동해 초동조치를 하고 사건을 여성청소년과로 이관한다. 평소에도 지역 예방활동의 최전선 역할을 한다.
■ “신고 늘려야 학대가 보인다”… 경찰 예방 전략
경찰은 예방을 위해 다음 세 가지 활동을 펼친다.
1. 집중신고기간 운영
2017년부터 매년 6월 한 달간 운영한다. 이 기간 접수된 사건은 집중 관리하며 엄벌·피해 회복·재발 방지에 주력한다. 온·오프라인 홍보, 시설 방문 교육, 신고 활성화 캠페인도 병행한다.
2. 상시 예방교육·홍보
집중신고기간 외에도 시설 방문 교육, SNS·언론 홍보 등을 통해 학대 인식을 높인다.
3. 합동점검
서울시는 고위험 가구(2회 이상 반복 신고된 가구)를 대상으로 서울시·경찰청·노인보호전문기관이 합동 점검한다. 다만 다른 시·도는 기관별로 따로 움직여 일관성이 떨어진다.
■ 임시조치·분리보호가 핵심… 현장 대응은 ‘가폭법’에 의존
1. 수사
노인복지법상 누구나 학대를 알면 신고할 수 있고, 의료인·복지시설 종사자 등은 의무 신고 대상이다. 신고는 112나 노인보호전문기관으로 들어오며, 지구대·파출소가 초동 후 여성청소년수사팀이 본격 수사한다.
2. 임시조치
가정 내 학대는 ‘가정폭력처벌법’을 적용해 가해자 격리·접근금지 등의 임시조치를 할 수 있다. 긴급한 경우 법원 결정 없이도 경찰이 직접 긴급임시조치를 발동할 수 있다. 하지만 시설 종사자에 의한 학대는 노인복지법에 임시조치 규정이 없어 사실상 손을 쓸 수 없다.
3. 보호조치
보호조치는 노인보호전문기관이 주도하고, 경찰은 분리조치와 의료기관 인도 등을 지원한다.
■ 전담인력 669명뿐… “경찰 대응 한계 뚜렷”
1. 사무분장 불명
노인학대 보호 업무는 지방자치단체 몫이지만, 수사는 국가경찰·자치경찰 중 어디 소관인지 법령에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아 혼선이 빚어진다.
2. 학대전담경찰관 인력 부족
전국 669명, 경찰서당 평균 4~5명에 불과하다. 세종은 단 3명이다. 게다가 이들 80%가 경력 2년 미만 저연차로, 아동학대·가정폭력까지 겸임해 업무 과부하가 극심하다.
3. 암수범죄 특성
가정과 시설이라는 폐쇄 공간에서 이뤄져 피해자나 제3자의 신고 없이는 발견이 거의 불가능하다.
■ 법령 손질·인력 충원·지역 순찰 강화해야
1. 법령 정비
노인학대 수사를 자치경찰 사무로 명확히 규정해 지휘·감독 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다.
2. 전담인력·전담수사팀 신설
아동학대는 전담수사팀이 있지만 노인학대는 없다. 노인학대 전담수사팀을 별도로 만드는 등 인력·조직 보강이 시급하다.
3. 지역사회 순찰·감시망 강화
신고에만 의존하지 않고, 순찰 시 독거노인 가정 방문을 늘리고 이웃·복지관 등과 협력 감시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초고령사회 진입 속에서 노인학대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의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경찰 대응은 여전히 인력 부족, 법적 공백, 암수범죄 특성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조호대 교수는 “법령 정비와 전담인력 확충, 지역사회 기반의 선제적 예방체계 없이는 노인학대를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연구논문
조호대(2022). 노인학대 예방 및 대응에 대한 경찰의 역할. 한국치안행정논집, 19(1), 135-150.
김지연(Jee Yearn Kim) Ph.D.
독립 연구자로 미국 신시내티 대학교 형사정책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범죄 행위의 심리학(Psychology of Criminal Conduct), 범죄자 분류 및 위험 평가(Offender Classification and Risk Assessment), 효과적인 교정개입의 원칙(Principles of Effective Intervention), 형사사법 실무자의 직장내 스트레스 요인, 인력 유지 및 조직행동(Workplace Stressors, Retention, and Organizational Behavior of Criminal Justice Practitioners), 스토킹 범죄자 및 개입 방법(Stalking Offenders and Interventions)이다.
김지연 형사정책학 박사 cjdr.kim@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