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진가영 기자] 성범죄 혐의를 받는다는 것은 여타 다른 형사사건의 피의자가 되는 것과 다르다. 혐의를 제기 받는 그 자체만으로도 사회적 낙인이 찍힐 수 있으며 가정과 직업에 미치는 파급력 또한 상당하다.

성범죄 사건에는 두드러진 특징이 있다. 피해자 진술에 크게 의존한다는 것이다. 은밀한 장소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증인이나 물증이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피의자로서는 경찰조사에서 진술한 단 한마디의 말이 재판까지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수사기관은 최초 조서의 흐름을 기준 삼아 이후 모든 진술과 정황을 해석한다. 이 과정에서 피의자의 진술 일관성 또한 확인한다.

성범죄 혐의를 받게 되었다면 그 즉시 초기 진술을 준비하면서 사건 관련 증거를 수집, 분석하고 피해자와의 합의에 나서는 등, 다방면으로 발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그렇기에 경찰조사를 받기 전 변호인과 상담하여 사실관계에 따라 초기 진술 내용을 정리하고 가다듬는 것이 필수적으로 여겨진다. 이와 같은 준비 없이 경찰조사를 받았다가는 사실관계와 다르게 불리한 진술을 하거나, 추후 진술을 번복해 사건이 복잡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수사기관은 물론 재판부에게도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성범죄 혐의가 억울하든, 사실이든 간에 피의자가 된 이상 경찰조사 대응은 필수다. 경찰조사를 받으라는 연락이 오는 것은 경찰이 어느 정도 증거를 확보해 혐의를 확인했을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그러한 상황에서 처벌을 피하고자 무턱대고 혐의를 부인하는 것은 도리어 처벌을 무겁게 만들 수 있다.

피해자 진술에 의문점이나 모순되는 부분이 있을 경우 이를 조목조목 반박해야 한다. CCTV 영상이나 목격자 진술 등 주변 정황이 뒷받침되면 그것 만으로 유죄가 선고되는 사례가 많다. 그러니 사건 초기에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일관된 진술과 유리한 정황을 보여줄 증거를 발 빠르게 준비해야 한다.

부산 성범죄전문 김기률 변호사는 "많은 변호사들이 형사 사건에도 '골든 타임'이 존재한다고 말하는데, 이때의 골든 타임이란 바로 경찰 조사 이전을 의미한다"며 "성범죄 사건은 절대 수동적으로 임해서는 안 된다. 피의자 측에서 오히려 사건 초기부터 사실관계에 따라 주도적으로 전략을 세워 대응해야 조사 단계에서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경찰조사는 형사사건의 근간을 이루는 일차 자료가 된다. 이는 향후 검찰과 재판 단계에서 내내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기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수사기관은 이미 수천 건의 사건을 다뤄본 베테랑들인 만큼 피의자 입장에서 압박이 될 수 있는 심문을 분초 단위로 전개한다. 그런데 경찰조사에 변호인이 동석할 수는 있어도 원칙적으로는 직접 답변할 수 없다.

그렇기에 전문 법조인과 사전에 사실관계에 따른 모의 조사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김기률 변호사가 모의조사 시뮬레이션 미팅을 진행하는 것도 위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예상 질문을 정리하고, 사실관계를 확인·분석한 뒤 실제 상황처럼 답변을 해보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정리한 사실관계에 따라 진술하며 원활하게 조사를 받는 것이 목표다.

부산 법률사무소 일상의 김기률 형사전문변호사는 "성범죄 혐의 초기 대응 전략의 핵심은 형사사건의 근간을 이루는 일차 자료인 조사와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명확하게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대응 방향을 설정하는데 있다.”고 말했다.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news@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