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전여송 기자] 국가 핵심 우주 기술을 다루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서 퇴직 예정자가 주말에 연구용 PC를 외부로 반출했지만, 기관은 사건 발생 한 달 반이 지나서야 이를 파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항우연 이상철 원장 자녀들이 미국 국적을 취득한 사실까지 확인되면서 국가 기밀 관리 적격성을 위협하는 '보안 무풍지대' 오명을 쓰게 됐다.

1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최민희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항우연 위성우주탐사연구소 소속 A 연구원은 퇴직 2주 전인 8월 16일, 남편과 함께 본관 건물에 출입해 자신이 사용하던 PC와 모니터 등 다수 장비를 외부로 반출했다. 외부인 출입이 제한된 보안기관임에도 기관 측에서는 아무런 제지나 확인 절차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 사건은 9월 30일 최 의원이 자료 제출을 요구하면서 처음 드러났다. 항우연은 그제서야 내부 확인에 착수하고, 10월 1일 감사부와 보안부서 간 협의를 거쳐 원장에게 보고했으며, 10월 2일에는 우주항공청과 국가정보원에 공식 보고했다. 현재 국정원과 우주항공청이 합동조사를 진행 중이며, 경찰 수사도 병행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항우연이 2023년 연구원 4명이 하드디스크를 분리·열람한 기술유출 의혹으로 감사를 받은 전례와 올해 3월 경찰 압수수색을 받은 사건을 고려하면, 반복되는 보안 사고라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더욱 크다.

최민희 의원은 “퇴직자가 외부인과 함께 연구용 PC를 반출했는데도 기관이 45일 동안 이를 인지하지 못한 것은 보안 무풍지대라는 뜻”이라며 “관리 부실과 보안 불감증이 낳은 필연적 결과”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항우연 보안업무규정 제4조는 원장에게 보안 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원장이 스스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항우연 이상철 원장의 개인적 배경도 논란을 더한다. 최 의원 확인 결과, 원장은 두 자녀를 미국 국적자로 두고 있으며, 이들은 병역 의무에서 완전히 제외된 상태다. 장남(1992년생)과 차남(1996년생)은 2005년 미국 국적을 취득했고, 한국 국적을 상실했다.

국가 전략과 첨단 기술 사업의 최고 책임자가 미국 국적 자녀를 두고 있는 상황에서, 핵심 기술 보안의 잠재적 위험이 배제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최 의원은 “원장이 미국 국적 자녀를 둔 상태로 임명된 것은 국민 신뢰를 저버린 조치”라며, “가족을 통한 외국 정보망 노출 가능성까지 고려할 때 국회 차원의 보안 적격성 재검증과 고위공직자 가족 관련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요구했다.

한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대전 본원(보안등급 ‘나’급), 나로우주센터, 제주추적소(‘다’급) 등 국가 전략 우주시설을 관리하며, 차세대 발사체,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다목적실용위성 등 국가 핵심 기술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항우연 보안업무규정' 제4조는 '원장은 인원·문서·자재·시설·지역에 대한 보안 책임을 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전여송 로이슈(lawissue) 기자 arrive71@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