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실시한 '2021 미성년 수용자 자녀 전수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3만7751명 중 미성년 수용자 자녀는 1만2167명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보호자 없이 혼자 또는 미성년 형제끼리 생활하는 가구가 80가구로 파악됐다. 그중 20가구는 부모 수용 전부터 기초생활수급가구였다. 아동보호체계의 명백한 사각지대가 확인된 셈이다.
법무부는 같은 해 전수조사와 함께 관계부처·민간이 참여하는 수용자 자녀지원 협의체를 구성했다. 긴급복지·한부모·기초생활·수사규칙·형집행법 등 제도적 기반도 보강됐지만, 경제적 어려움과 복잡한 면회 절차 탓에 권리의 실효성은 여전히 낮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국가 차원의 정확한 실태 파악도 미흡하고(조사 시기·주체·방식에 따라 편차 존재), 부모 수감을 사유로 한 위탁 현황 통계 역시 부재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무엇보다 사회가 수용자 자녀들을 '지원이 필요한 아동'이 아닌 '가해자의 가족'으로 낙인찍어 개입이 부족했고, 지원도 '잠재적 범죄 예방' 프레임에 머물렀다는 한계가 있었다.
배영미(서울시립대)·이지선(이화여대)·허은영(이화여대) 연구진은 <한국청소년연구>에 게재한 '부모의 수감 이후 홀로 생활하는 청소년에 관한 질적 사례연구'에서, 보호자 없이 미성년 형제끼리 생활하는 청소년의 환경과 경험을 당사자 관점에서 심층 분석하고 실천·정책 대안을 제시했다.

배영미·이지선·허은영(2024)연구에 따르면 부모 수감으로 미성년 형제끼리 생활하는 아동들이 월 5만~20만원의 극빈한 생활비로 편의점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며 생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들이 생존권·보호권·발달권 등 기본권 전 영역에서 침해를 받고 있다며 실태 파악 제도화와 통합지원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이미지 디자인=로이슈 AI 디자인팀
이미지 확대보기연구의 심층 면담 대상은 만 18세 미만이며, 부·모(또는 부모 모두)가 수감 중인 미성년 단독세대로, 1대1 면담이 가능한 자발적 동의자였다. 총 10가구(주답자는 형제자매 중 최연장자)가 면담에 참여했다. 대부분 초·중·고 재학생(16명)이었고, 대학생 1명이 포함됐다. 10가구 중 9가구가 이미 한부모 가정이었으며, 저보증금·고월세의 주거취약 상태가 두드러졌다.
연구진은 1대1 심층면접(필요 시 형제 동시 면접)과 반구조화 질문지를 통해 부모 수감 후 삶의 변화·어려움·지원 현황을 탐색했다. 사례 간 비교·통합 결과, 핵심 주제로 "부모의 부재로 삶의 중심이 흔들림"이 도출됐다.
■ 부모의 부재로 삶의 중심이 흔들린 일상
1. 부모 역할의 '전면 자립' 압박
부모의 수감 후 가사·식사 준비, 동생 돌봄, 자립 불안이 한꺼번에 덮쳤다. 경험 부족으로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 못해 학교 급식·도시락 의존이 일상화됐고, 미성년 형제끼리 사는 가구는 동생 귀가·용돈·집안 관리까지 떠안고 있다. 부모 수감 사실을 동생에게 알릴지를 두고도 갈등과 스트레스가 컸다.
2. 즉각적인 경제난 → 신체·행동 변화
이들 가구는 월세·공과금에 공적급여가 소진돼 실제 사용 가능한 생활비는 5만~20만 원 수준인 사례가 많았다. 학원 중단과 식비 절감이 이어지며 배고픔이 상시화됐고, 그 결과 체중 감소·체력 저하·의욕 상실이 나타났다. 변화를 담임교사나 친구가 먼저 감지하기도 했다.
3. 심리·정서적 어려움과 안전 위협
부모의 수감으로 인한 충격과 고립, 장기적 경제난이 겹치며 학업·일상 전반에 스트레스가 누적됐다. 채무 추심인들의 방문·협박 등으로 집과 학교의 안전이 위협받는 사례도 확인됐다.
4. 면회 장벽—정보·시간·비용·절차
부모와의 면회는 최소 1회~최대 10회로 편차가 컸다. 정보 부족·거리·비용 탓에 면회 포기가 빈번했고, 실제로는 서신·인터넷·스마트접견에 의존했다. 그러나 수업 중 등기 수령의 어려움, 스마트접견을 위해 교정시설 방문 신청이 필요한 절차상 장벽 등으로 이용 자체가 막히는 경우도 있었다.
5. 지원의 불충분·부재
일부는 한부모·긴급복지·기초생활 등 공적급여를 받았지만 주거비 등 고정지출 후에는 남는 돈이 거의 없었다. 친인척과의 관계가 이미 단절된 사례가 많아 비공식 지원망이 부재했고, 어떠한 공적 지원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생존권·보호권·발달권·참여권·부모접견권 등 기본권 전 영역에서 침해가 확인됐다.
■실태 파악–통합지원–주거·접견 권리 보장–법제화
1. 실태 파악의 제도화
현재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정확한 현황 파악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부모 수감으로 홀로 남겨지는 아동의 규모와 상황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으면 정책도 추상적일 수밖에 없다. 교정기관이 신규 수용자를 수용할 때 미성년 자녀 현황을 의무적으로 조사·통보하도록 제도화하면, 초기 단계부터 아동을 보호체계로 연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부모 수감 직후 자녀가 혼자 남겨지는 경우가 신속히 파악된다면, 지역 경찰–지자체–복지기관이 상시 연계하는 위기가정 통합지원센터가 즉시 개입할 수 있다. 단순히 조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파악 - 연계 - 보호조치(임시보호·위탁·생활지원)"로 이어지는 인과적 흐름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2. 통합지원 체계 구축
부모의 수감은 단순한 돌봄 공백이 아니라 생활 전반의 위기를 동반한다. 따라서 가사·영양·정서·학업·진로·안전을 따로따로 지원하는 방식으로는 효과가 제한적이다.
해결방안으로는 원스톱 사례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수용자 자녀 지원 매뉴얼을 마련하고, 학교·지자체·민간이 연계하는 전담 코디네이터를 배치해 사례를 총괄 관리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트라우마 심리치료(정서 안정), 학업 지속 지원(멘토링·대안교육), 안전 개입(핫라인·보호명령 연계)으로 이어지는 연속적인 지원 패키지를 제공한다면, 자녀들이 심리적·학업적·생활적 측면에서 동시에 보호받을 수 있다.
3. 주거권 보장의 우선성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용자 자녀 상당수가 저보증금·고월세 주거취약 가정에 속했다. 부모의 소득 단절로 생활비가 줄어들면, 가장 먼저 주거비가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 불편이 아니라 아동 발달권·학습권과 직접 연결된다.
따라서 임대료 지원·보증금 융자·공공임대 우선배정 같은 주거 특별지원 트랙을 마련해야 한다. 법적으로 "주거취약 아동·청소년"으로 정의하고 예산 라인을 신설하면, 주거 불안이 완화되고 학업 및 정서 안정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하다.
4. 부모 접견권 실효화
부모와의 단절은 아동의 정서적 안정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거리·비용·절차상 장벽 때문에 접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정서적 불안, 학업 부적응, 사회적 고립으로 연결될 수 있다.
따라서 접견 시간·횟수 확대, 원격접견 상시화, 자녀 거주지 인근 교정시설 배정을 제도화해야 한다. 동시에 비용 지원·절차 간소화·미성년 우선 예약·학교 시간 조정 같은 현실적 장치가 뒷받침돼야 한다. 여기에 학교·복지관·온라인을 통한 표준화된 안내 가이드를 제공하면, 아동의 접근성과 권리 보장이 크게 향상된다.
5. 법적 기반과 이행력 강화
현행 제도는 산발적이고, 실행 단계에서 이행력 부족이 문제다. 따라서 수용자 자녀 지원 특별법을 제정해 정의·권리·국가와 지자체의 책무·재정 지원·서비스 제공을 명시해야 한다.
또한 형집행법 제53조(신규 수용자 자녀 보호조치)를 형식적 조항에 그치지 않고, 이행 점검–평가–공시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 "법적 근거 → 실행력 확보 → 현장 체감 개선"으로 이어지는 인과적 고리를 강화하는 것이다.
부모의 수감은 발달기에 있는 아동·청소년에게 양육환경 붕괴라는 생애사건이다. 지금도 미성년 형제끼리 고립된 생존을 이어 가고 있다. 학교·지역사회·국가가 실태 파악–통합지원–주거·접견 권리 보장–법제화의 네 축을 신속히 가동할 때, 이들의 오늘은 '버티는 삶'에서 '가능성을 복원하는 삶'으로 바뀔 수 있다.
▶연구논문
배영미·이지선·허은영(2024). 부모의 수감 이후 홀로 생활하는 청소년에 관한 질적 사례연구. 한국청소년연구, 35(4), 255-282.
김지연(Jee Yearn Kim) Ph.D. 독립 연구자로 미국 신시내티 대학교 형사정책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범죄 행위의 심리학(Psychology of Criminal Conduct), 범죄자 분류 및 위험 평가(Offender Classification and Risk Assessment), 효과적인 교정개입의 원칙(Principles of Effective Intervention), 형사사법 실무자의 직장 내 스트레스 요인, 인력 유지 및 조직행동(Workplace Stressors, Retention, and Organizational Behavior of Criminal Justice Practitioners), 스토킹 범죄자 및 개입 방법(Stalking Offenders and Interventions)이다.
김지연 형사정책학 박사 cjdr.k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