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으로 '학교 탈출'한 교실 밖 청소년들…"모든 순간이 생존"

[형사정책 연구브리핑] "살기 위해 학교를 떠났다"… 학교폭력 피해 청소년 6명 심층 증언 기사입력:2025-09-12 00:00:30
"학교는 지옥이었다."

학교폭력을 피해 중·고등학교를 자퇴한 청소년 6명이 한 목소리로 토로한 말이다. 협박과 감시, 끝없는 괴롭힘 속에서 이들에게 학교를 떠나는 것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유일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학교 밖 삶 역시 녹록하지 않았다. 치유되지 않은 트라우마와 사회적 편견 속에서 이들은 또 다른 고통을 견뎌내고 있다.

교육부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매년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은 1~3% 수준을 보인다. 2023년 1차 조사에서는 피해 응답률이 1.9%로, 2022년보다 0.2%포인트 소폭 증가했다. 학교급별로는 초등학교 3.9%, 중학교 1.3%, 고등학교 0.4%로, 초등학교 피해가 가장 높았다. 유형별로는 언어폭력(37.1%), 신체폭력(17.3%), 집단따돌림(15.1%) 순으로 나타났다.

학교폭력 피해는 단순한 일시적 고통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 영향을 남긴다. 피해 청소년은 무능감과 무력감 같은 정신적 타격을 받고 친구 관계가 붕괴되면서 점차 고립된다. 피해자는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인간관계를 단절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연구는 학교폭력 후유증이 성인기에 더 뚜렷하게 드러나 사회적 부적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학업 성취 저하, 결석, 유급, 외로움 등은 학업 부적응을 불러오고, 결국 학업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조사(2023)에 따르면, 학생의 29.5%가 학업 중단을 고민한 적이 있으며, 그 이유 중 '괴롭힘 피해'가 5%를 차지했다.

서원대 박지현 교수 연구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로 중·고등학교를 자퇴한 청소년 6명이 "학교는 지옥이었다"며 생존을 위해 학교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증언했다.학교를 떠난 후에도 트라우마와 사회적 편견에 시달리고 있어, 학교·지역사회·국가 차원의 체계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 이미지 디자인=로이슈 AI디자인팀

서원대 박지현 교수 연구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로 중·고등학교를 자퇴한 청소년 6명이 "학교는 지옥이었다"며 생존을 위해 학교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증언했다.학교를 떠난 후에도 트라우마와 사회적 편견에 시달리고 있어, 학교·지역사회·국가 차원의 체계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 이미지 디자인=로이슈 AI디자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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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밖 청소년'의 정의와 연구 목적


'학교 밖 청소년'은 초·중학교에서 3개월 이상 장기 결석하거나 취학 의무를 유예한 경우, 고등학교에서 자퇴·퇴학한 경우, 혹은 진학하지 않은 청소년을 뜻한다(청소년기본법·법제처).

서원대 박지현 교수의 연구 '학교폭력 피해로 학업을 중단한 학교 밖 청소년의 경험에 관한 현상학적 연구'(〈한국청소년연구〉)는 학교폭력 피해자의 학업 중단 과정을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연구는 "학교폭력 피해 경험이 학업 중단으로 이어지는 과정과, 학업 중단 이후의 생활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밝히고자 했다.

연구 참여자는 학교폭력을 경험한 뒤 중학교나 고등학교 시기에 학업을 중단한 16~21세 청소년 6명(모두 여성)으로, 반구조화 면담을 통해 증언을 수집했다. 참여자들은 공통적으로 언어폭력을 경험했으며, 5명은 집단따돌림 피해도 겪었다. 피해 기간은 1년 미만부터 4년 이상까지 다양했다.

■"학교는 지옥 같았다"… 피해자의 증언

피해 청소년들의 증언은 "학교는 지옥이었다"는 표현으로 요약된다. 청소년들은 협박과 감시 속에서 하루하루를 공포에 떨며 살았고, 학교가 아닌 곳에서도 이어지는 괴롭힘에 숨 쉴 수 없을 정도의 어려움을 겪었다고 호소했다.

또한, 피해를 피하려고 노력했지만 가해자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결국 친구와의 관계가 끊기고, 선생님과의 관계마저 불편해졌다. 피해 청소년은 괴롭힘을 자신 탓으로 돌리며 시간이 갈수록 주눅 드는 경험을 하며 고립 속에 홀로 견디는 시간을 보냈다.

일부는 미래를 위해 졸업만이라도 하겠다는 마음으로 버텼지만, 가족에게 알릴 수 없는 두려움 속에서 관심사에 몰입하거나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며 버텼다. 한편, 몇몇은 선생님의 관심과 격려에서 큰 힘을 얻었다고 회상했다.

■생존 위해 학교를 떠나는 순간, 그리고 이후의 삶

결국 "살기 위해" 학교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피해자들은 학교의 무책임한 태도—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지 않거나 화해를 종용하는 방식—때문에 더 큰 좌절을 겪었다. 보호받지 못한 피해자는 오히려 가해자에게 협박을 당하거나 역고소 위협을 받기도 했다.

학교 밖으로 나간 뒤에도 피해 청소년의 삶은 쉽지 않았다. 폭력을 벗어났지만 여전히 고통스러운 과거의 상처와 아픔에 갇혀 살아갔다. 학교를 그만둔 이후 가족의 눈치를 보게 되고, 가족 갈등이 발생하면 가족에게 죄책감을 느끼거나, 사회적 편견에 부딪히며 더 막막해졌다. 심지어 길에서 가해자를 마주칠까 두려워했고, 사람이 무서워 모든 사람에게 까칠하게 대하며 치유되지 않은 상처를 끌어안고 살아간다고 호소했다. 일부는 과거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악몽을 꾸는 등 여전히 불안과 두려움에 갇혀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는 상담·치료와 새로운 인간관계를 통해 회복하며 "학교를 나온 것이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진로를 준비하고, 가족과 꿈드림센터 등 지원 기관의 도움을 받아 조금씩 성장해 나가고 있었다.

■필요한 지원: 학교, 지역사회, 국가가 함께 나서야

1) 학교의 역할

학교는 학교폭력 피해 청소년을 가장 먼저 마주하는 공간이자 보호막이 되어야 한다. 피해 학생은 대체로 자기 가치감이 낮고, 사회적 관계 형성이 미숙해 고립되기 쉽다. 따라서 학교 현장은 즉각적인 피해 감지와 대응이 중요하다.

· 맞춤형 상담 지원: 피해 학생에게 상담·심리치료·집단 상담 기회를 제공해 자아존중감을 회복시키고 사회적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신속한 분리 조치: 피해 학생이 가해자와 다시 마주하지 않도록 분리하는 것이 우선이며, 이후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피해자의 시각에서 확인해야 한다.

· 회복적 정의 프로그램: 사안이 경미하다고 해서 단순히 학교장 자체 해결에 그칠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해자 간 관계 회복 프로그램을 의무화하여 장기적으로 안전한 학교생활을 보장해야 한다.

· 교사 역량 강화: 피해 학생이 힘이 되었던 주요 요인은 교사의 관심과 격려였다. 교사의 상담·생활지도 역량을 높이기 위한 체계적인 연수와 행정 지원이 필요하다.

2) 지역사회의 역할

학교를 떠난 청소년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원하는 곳은 지역사회다.

·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꿈드림센터): 심리·정서적 지원을 전문적으로 담당할 상담 인력을 배치해, 단순 학업 지원을 넘어 트라우마 치유와 생활 지도를 강화해야 한다.

· 심리·문화·학습 통합 지원: 피해 청소년이 사회적 편견과 고립감에서 벗어나도록, 지역 내 피해자 지원센터를 통해 정서·문화·학습 활동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 안전망 구축: 가해자와 같은 공간에서 다시 마주하지 않도록 보호 체계를 강화하고, 청소년이 신뢰할 수 있는 안전한 상담·지원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3) 국가의 역할

학교와 지역사회의 노력이 제도적 장치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속성이 약하다.

정책적 사각지대 해소: 정규 학교를 떠난 순간, 청소년은 사회적 지원에서 단절되기 쉽다. 따라서 학교 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정서·학업·진로 지원을 촘촘히 마련해야 한다.

제도 개선: 피해 청소년의 학업 중단을 단순히 개인 문제로 치부하지 않고, 국가가 직접 나서서 예방·보호·회복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맞춤형 서비스 제공: 획일적인 학업 지원이 아니라 트라우마 치료, 진로 상담, 위기 개입 등 피해자의 상황과 요구에 맞춘 다양한 서비스가 필요하다.

학교폭력 피해로 학교를 떠난 청소년은 개인의 선택으로만 볼 수 없는 구조적 문제 속에 놓여 있다. 학교는 가장 가까운 보호막, 지역사회는 일상적 안전망, 국가는 제도적 기반을 제공해야 한다. 세 축이 유기적으로 맞물릴 때, "생존을 위해 학교를 떠난 선택"이 "새로운 도양을 위한 기회"로 전환될 수 있다.

▶연구논문

박지현(2024). 학교폭력 피해로 학업을 중단한 학교 밖 청소년의 경험에 관한 현상학적 질적연구. 한국청소년연구, 35(4), 201-230.

김지연(Jee Yearn Kim) Ph.D.
독립 연구자로 미국 신시내티 대학교 형사정책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범죄 행위의 심리학(Psychology of Criminal Conduct), 범죄자 분류 및 위험 평가(Offender Classification and Risk Assessment), 효과적인 교정개입의 원칙(Principles of Effective Intervention), 형사사법 실무자의 직장내 스트레스 요인, 인력 유지 및 조직행동(Workplace Stressors, Retention, and Organizational Behavior of Criminal Justice Practitioners), 스토킹 범죄자 및 개입 방법(Stalking Offenders and Interventions)이다.


김지연 형사정책학 박사 cjdr.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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