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이요클리닉, 자녀의 약물 남용에 대한 대화는 "차분한 태도와 신뢰 쌓기가 핵심"
청소년의 약물 남용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사회 위기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1217세 청소년의 8.33%가 최근 한 달 내 약물을 사용했고, 고등학교 졸업 전까지 46.6%가 불법 약물을 경험한다고 보고됩니다. 국내 역시 만 1418세 청소년의 2.6%가 마약류 사용 경험이 있으며, 84%가 인터넷과 SNS를 통해 마약을 쉽게 구할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청소년기 약물 사용이 특히 위험한 이유는 미성숙한 뇌의 특성 때문입니다. 청소년의 뇌는 보상 회로가 자극에 쉽게 반응하고 재구성되는 상태로, 단 한 번의 호기심도 중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래 압력, 가족 내 약물 사용 이력, 정신적 외상, 우울·불안 등 복합적 요인들이 청소년을 약물 유혹으로 이끌고 있습니다.
약물 남용의 결과는 치명적입니다. 의존과 금단 증상은 물론 학업 부진, 충동 조절 실패로 이어지며, 마리화나의 기억력 저하, 코카인의 심장마비 위험, 펜타닐의 호흡 정지 등 심각한 건강 문제를 초래합니다. 따라서 약물 남용이 시작 전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약물 남용을 예방하기 위해선 부모가 자녀의 변화를 세심히 관찰하고 조기 경고 신호를 포착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합니다. 부모와의 적극적인 대화, 정서적 지지, 약물에 대한 명확한 반대 입장이 청소년을 보호하는 가장 강력한 방패막이 됩니다.
그렇다면 부모는 구체적으로 약물 남용에 대해 어떻게 자녀와 대화해야 할까요? 다음에서는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효과적인 대화 전략과 실질적인 예방 방법들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소년 약물 남용이 국내외에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부모와 자녀 간의 솔직하고 신뢰감 있는 대화가 예방의 첫걸음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감정적 준비와 공감적 경청, 명확한 가정 규칙 설정을 통해 청소년을 약물 유혹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미지 디자인=로이슈 AI디자인팀
이미지 확대보기■청소년과의 대화, 약물 문제 예방의 첫걸음
청소년의 약물 사용이 의심되는 경우, 부모가 대화를 통해 조기에 개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독센터(Addiction Center)에 따르면, 자녀의 약물 사용을 의심한 부모 중 약 5명 중 1명은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사용조차도 반복되면 빠르게 습관이나 중독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약물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고 개입하려면, 무엇보다 솔직하고 신뢰감 있는 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메이요클리닉(Mayo Clinic)과 중독센터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청소년과의 대화를 준비하고 이어갈 것을 권장한다.
1. 감정적 준비부터 장소와 타이밍까지, '대화 계획'은 필수
자녀가 약물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접한 부모는 충격과 분노, 실망 등의 복합적인 감정을 겪게 된다. 이처럼 감정이 격해진 상태에서 대화를 시도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따라서 대화를 시작하기 전, 부모는 감정을 충분히 정리하고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어야 하며, 자녀와 함께 양육을 책임지는 보호자와도 충분히 논의한 뒤 대응 방향을 조율해야 한다.
대화를 시도할 시점도 중요하다. 자녀와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는 장소를 선택하고, 외부의 방해 요소 없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는 잠시 내려놓고, 부모와 자녀가 온전히 대화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좋다.
반대로, 대화를 피해야 할 상황도 분명히 존재한다. 부모가 분노하거나 자녀가 짜증을 내는 상태에서는 대화를 시도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럴 때는 "지금보다는 나중에 차분하게 이야기하자"고 말하며 시간을 조정하는 것이 현명한 대응이다. 자녀가 음주나 약물에 취한 상태라면, 반드시 술이나 약물이 깬 이후에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2. 솔직한 대화를 끌어내는 비결은 '공감'과 '판단하지 않는 경청'
청소년이 자신의 약물 사용 사실을 털어놓기 위해서는 부모의 태도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위협적인 어조나 일방적인 비난보다는, 차분하고 공감적인 말투로 걱정하는 마음을 전달해야 한다. 부모가 "네가 걱정돼서 이야기하는 거야"라는 태도를 보일 때, 자녀는 보다 쉽게 자신의 상황을 털어놓을 수 있다.
강의하듯 일방적으로 말하기보다는, 자녀의 의견과 질문을 열린 자세로 경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최근에 술이나 약물을 사용한 적 있니?", "누군가 너에게 약물을 권한 적이 있니?"처럼 구체적이고 직설적인 질문은 대화의 물꼬를 트는 데 효과적이다.
청소년의 약물 사용을 지적할 때는 반드시 인격이 아닌 '행동'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약물 사용이 위험한 행동이라는 점을 강조하되, 자녀를 '나쁜 아이'로 낙인찍는 태도는 피해야 한다. 그래야 자녀는 자신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부모의 우려를 수용할 수 있게 된다.
3. 사실 여부에 따른 반응도 차분한 태도와 신뢰 쌓기가 필수
청소년의 대답에 대해서는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의심하게 된 구체적인 상황이나 행동 변화에 대해 설명하면서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
자녀가 사용 사실을 고백했을 경우, 부모가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반응하거나 화를 내는 것은 금물이다. 과도한 반응은 자녀가 이후로는 솔직한 대화를 꺼리게 만들 수 있다. 지금이 일회성 사용인지, 반복적 사용의 시작인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차분한 태도로 지속적인 대화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편, 청소년이 사실을 숨기거나 거짓말을 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자녀가 끝까지 사용을 부인하더라도, "엄마(아빠)는 네가 걱정돼서 그래"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하며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의심이 지속된다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나 중독 전문 상담가의 도움을 받아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것도 필요하다.
4. 올바른 메시지를 주는 대화 주제, 부모의 역할이 중요
약물 사용의 위험성을 전달할 때는 단순한 공포심 유발보다는 자녀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예를 들어 건강, 외모, 학업, 운동 수행능력, 운전 등―에 약물이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중심으로 설명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한 요즘 청소년은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약물 사용을 '멋진 일'로 오인할 수 있다. TV, 영화, 음악, SNS 콘텐츠 속에서 반복되는 약물 사용 장면이나 미화된 이미지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도록 돕고, 실제 현실의 위험성을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래의 압박 역시 청소년 약물 사용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자녀와 함께 친구가 약물을 권했을 때 정중히 거절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함께 고민하고 연습해보자. 부모의 사전 교육과 지지는 청소년이 위험한 상황에서도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장 든든한 지원이 될 수 있다.
■부모가 실천할 수 있는 추가 예방 전략은?
청소년의 약물 남용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대화 외에도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이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 메이요클리닉(Mayo Clinic)은 자녀의 행동을 관찰하고 지도하는 데 있어 실질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부모는 자녀의 일상에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자녀가 어디에서 누구와 시간을 보내는지, 어떤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외출 후 자연스럽게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묻는 대화 습관은 자녀의 생활을 이해하고 변화를 감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가능하다면 성인의 감독 아래 이루어지는 건전한 활동에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는 자녀에게 신뢰와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하고, 위험한 행동에 대한 유혹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가정 내에서 명확한 규칙을 설정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예컨대, 약물이 사용되는 장소에서는 즉시 자리를 떠야 한다거나, 약물을 사용한 이가 운전하는 차량에는 절대 탑승하지 않는다는 등의 구체적인 규칙을 자녀와 함께 정해야 한다. 이러한 규칙은 구체적이고 실질적일수록 효과적이며, 이를 어겼을 경우의 결과 역시 사전에 명확히 정하고 일관되게 적용해야 한다.
자녀의 친구 관계에 대한 관심도 중요하다. 청소년기는 또래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시기인 만큼, 자녀의 친구 중 약물을 사용하는 이가 있다면 자녀가 그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자녀가 어떤 친구들과 어울리는지를 살피고, 위험한 행동을 조장하는 환경에 노출되지 않도록 지도해야 한다.
가정 내에 있는 처방약 및 일반약품도 주의가 필요하다. 모든 약품은 목록화해 보관 상태를 관리하고, 자녀가 무분별하게 접근할 수 없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종종 청소년이 처음 접하는 약물이 바로 가정 내에 있는 진통제나 불면증 치료제와 같은 처방약이라는 사실은 경각심을 일깨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의 정서적 지지와 칭찬이다. 자녀가 긍정적인 행동을 보일 때, 진심 어린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부모와의 강한 유대감은 청소년이 약물 사용의 유혹을 이겨내는 데 있어 가장 강력한 보호 장치가 된다.
부모는 청소년에게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음주를 하더라도 절제된 모습을 보이고, 처방약은 반드시 용법과 용량을 지켜 복용해야 한다. 불법 약물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일관된 거부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자녀는 부모의 행동을 통해 중요한 삶의 기준을 배우게 된다.
만약 자녀의 약물 사용이 의심되거나 이미 확인된 경우라면, 주저하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의료 전문가, 정신건강 전문 상담사, 중독 치료 기관 등과의 상담을 통해 정확한 판단과 조기 개입이 가능하다.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
청소년과의 약물 예방 대화는 절대 이르지 않다. 오히려 빠를수록 좋다. 부모를 포함한 주변의 어른들이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일상 속에서 자녀의 변화를 주의 깊게 살핀다면, 청소년이 약물 남용이나 중독의 길로 빠지는 것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오늘 나누는 짧은 대화가, 자녀가 미래에 건강한 선택을 내릴 수 있는 중요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원문 기사 출처
- 식품의약품안전처: 보도자료 ‘성인 100명 중 3명은 마약류 불법 사용경험 응답’ (배포: 2024.4.12).
- National Center for Drug Abuse Statistics(NCDAS): Teenage Drug Use Statistics [2023]: Data & Trends on Abuse.
- Mayo Clinic: Teen drug abuse: Help your teen avoid drugs.
- AddictionCenter: Teen Drug Abuse - Signs Of Teenage Drug Use.
-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CDC): Substance Use Among Youth | Reducing Health Risks Among Youth
김지연(Jee Yearn Kim) Ph.D.
독립 연구자로 미국 신시내티 대학교 형사정책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범죄 행위의 심리학(Psychology of Criminal Conduct), 범죄자 분류 및 위험 평가(Offender Classification and Risk Assessment), 효과적인 교정개입의 원칙(Principles of Effective Intervention), 형사사법 실무자의 직장내 스트레스 요인, 인력 유지 및 조직행동(Workplace Stressors, Retention, and Organizational Behavior of Criminal Justice Practitioners), 스토킹 범죄자 및 개입 방법(Stalking Offenders and Interventions)이다.
김지연 형사정책학 박사 cjdr.k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