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도박은 온라인 또는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는 도박 행위로, 스포츠 베팅, 실시간 슬롯 게임, 확률형 아이템 등 다양한 형태로 청소년들에게 파고들고 있다. 2022년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조사 결과, 재학생의 4.8%, 학교 밖 청소년의 12.6%가 도박문제 위험군으로 분류됐으며, 불법 도박 검거 건수는 2017년 48명에서 2022년 268명으로 5년 새 5배 이상 급증했다. 도박 시작 평균 연령도 18.2세에서 17.6세로 낮아지는 등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처럼 확산되고 있는 청소년 사이버 도박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재범을 막기 위해서는 위험 요인과 보호 요인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승희 국민대 교수는 최근 발표한 연구논문 '청소년 사이버 도박의 생태체계적 요인과 대응 방안에 관한 연구'(아시아 태평양 융합 연구 교류 저널)에서 청소년 사이버 도박의 개인적·환경적 원인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실효성 있는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이 연구의 주요 내용을 통해 청소년 사이버 도박의 실상과 해결책을 살펴본다.

유승희 교수(국민대) 연구에 따르면, 최근 우리 사회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청소년 사이버 도박은 개인 심리, 가정, 학교, 지역사회, 법·문화가 얽힌 복합적 문제로, 생태체계적 접근을 통한 통합적 대응이 필요하다. / 이미지 디자인=로이슈 AI디자인팀
이미지 확대보기■청소년 사이버 도박의 확산
사이버 도박이 오프라인 도박보다 빠른 속도로 청소년층에 확산되고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SNS와 일반 웹사이트를 통해 불법 도박 사이트 광고가 손쉽게 노출되면서, 청소년들은 이를 단순한 '게임'으로 인식하고 무분별하게 접근하고 있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도박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중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게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2022년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재학생의 4.8%, 학교 밖 청소년의 12.6%가 도박 문제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불법 도박으로 검거된 14~19세 청소년은 2017년 48명에서 2022년 6월 268명으로 5배 이상 급증했으며, 도박을 시작하는 평균 연령도 18.2세에서 17.6세로 낮아졌다.
청소년 도박은 단순한 개인 문제를 넘어 우울, 불안, 자살, 학업 포기, 학교 부적응, 대인관계 단절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도박 자금을 마련하거나 빚을 청산하기 위해 절도, 사기, 학교폭력, 성매매, 디지털 성범죄 등 2차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점이다. 특히 사이버 도박은 오프라인 도박보다 이용 연령이 낮고 중독 수준이 심각해 더 큰 사회적 폐해를 초래하고 있다.
■ 청소년들이 도박에 빠져드는 원인
유승희 국민대 교수의 2025년 연구는 브론펜브레너의 생태체계이론을 바탕으로 청소년 사이버 도박의 다층적 원인을 분석했다. 이 이론에 따르면 개인(유기체), 미시체계(가족, 학교), 중간체계(관계망), 외체계(지역사회), 거시체계(법, 문화)가 상호작용하며 청소년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1. 유기체 요인: 심리적 취약성과 성별
청소년기는 충동을 억제하는 전두엽 발달이 미숙한 반면, 쾌락에 반응하는 편도체와 도파민 분비는 활발한 시기다. 이 때문에 충동성이 높고 자기통제력이 낮은 청소년일수록 사이버 도박에 쉽게 끌리게 된다. 자아정체감과 자아존중감이 낮은 경우에는 도박을 통해 일시적 성취감을 추구하며 중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남성 청소년은 경쟁심과 승부욕이 강하고 게임·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 도박에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2. 미시체계 요인: 가정과 학교
가정에서는 부모와의 안정된 애착관계가 도박 노출을 줄이는 반면, 정서적 유대가 부족하거나 과잉간섭을 할 경우 오히려 도박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수용적이고 지지적인 양육 태도는 청소년의 안정적 성장을 돕는 중요한 요소다.
학교에서는 또래의 권유나 모방이 도박 접근의 주요 경로가 되고 있다. 친구가 도박으로 돈을 따는 모습을 보면서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되는 것이다. 반면 교사의 관심과 예방교육은 중독을 억제하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3. 중간체계 요인: 관계망
부모와 학교의 협력, 교직원과 학생 간 신뢰, 부모와 자녀 친구 간 소통은 도박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부모가 자녀의 또래 관계를 이해하고 개방적 소통을 유지하면 위험 신호를 조기에 파악할 수 있다. 학교는 예방교육 시수를 확보하고 통일된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4. 외체계 요인: 지역사회
PC방 등 물리적 공간에서의 도박 접근성과 도박을 묵인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청소년의 도박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여가시설이 부족할 경우 청소년들이 무료함을 도박으로 채우게 된다. 따라서 건전한 여가 프로그램과 활동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긍정적 대안을 제공할 수 있다.
5. 거시체계 요인: 법, 정책, 문화
법적 측면에서 현행 법률은 오프라인 도박 중심으로 설계돼 사이버 도박의 기술적 특성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청소년 도박은 대부분 훈방이나 교육 조치로 끝나 불법성에 대한 인식이 낮은 상황이다.
단속 측면에서도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은 암호화 기술, 가상화폐, 해외 서버 등을 이용해 단속을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적으로는 물질주의와 성공 지상주의를 조장하는 대중매체가 청소년에게 "돈=성공"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면서 도박 유입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청소년 사이버 도박에 대응하는 통합적 대응 방안
유승희 교수는 개인, 가정, 학교, 지역사회, 제도를 아우르는 입체적 개입 방안을 제시했다.
1. 유기체적 대응
충동 조절 훈련과 감정 조절 교육, 도박 유혹에 대한 인지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자아정체감 강화를 위한 심리적 유예기를 보장하고, 남학생의 취약성을 고려해 스포츠·문화활동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2. 미시체계적 대응
가정에서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대화를 통해 애착관계를 강화하고, 부모 교육과 가족상담을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학교에서는 도박의 불법성을 알리는 실례 중심의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교사 연수와 행동 수칙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3. 중간체계적 대응
학교와 학부모 간 정보 공유 채널을 구축하기 위해 뉴스레터, SNS, 간담회 등을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교사와 학교장이 협의해 예방교육 체계를 수립하고, 부모와 자녀 친구 간 네트워크를 형성해 위험 신호를 조기에 감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4. 외체계적 대응
지역사회에서는 신고 문화를 조성하고 PC방의 도박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스포츠, 문화, 직업체험 등 다양한 여가 프로그램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5. 거시체계적 대응
법 제도 측면에서는 사이버 도박에 대한 정의와 처벌을 명확히 하고, 예방교육 시수를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부처 간 협업을 통해 청소년 보호, ICT, 사법 부처가 협력하고 국제공조를 강화할 것을 강조했다. 문화 개선 방면에서는 고가 소비 광고를 규제하고, 윤리적 소비와 비판적 사고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청소년 사이버 도박은 개인 심리, 가정, 학교, 지역사회, 법과 문화가 복잡하게 얽힌 복합적 문제다. 유승희 교수의 연구는 생태체계적 접근을 통해 원인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개인부터 제도까지 통합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예방교육, 인프라 확충, 법적 보완, 문화 개선이 유기적으로 작동해야만 청소년을 도박의 위험에서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의 핵심 메시지다.
▶기사 연구논문
유승희(2025). 청소년 사이버도박의 생태체계적 요인과 대응 방안에 관한 연구. Asia-pacific Journal of Convergent Research Interchange, 11(1), 701-722.
▶ 청소년 도박문제 정보 링크:
- 도박문제 관련 전문 상담 서비스: 전화 1336 (국번없이, 무료)
-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치유재활지원팀: 02-740-9085
-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https://www.kcgp.or.kr/portal/main/main.do
-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https://www.ngcc.go.kr/data/youthGambleSOS.do
김지연(Jee Yearn Kim) Ph.D.
독립 연구자로 미국 신시내티 대학교 형사정책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범죄 행위의 심리학(Psychology of Criminal Conduct), 범죄자 분류 및 위험 평가(Offender Classification and Risk Assessment), 효과적인 교정개입의 원칙(Principles of Effective Intervention), 형사사법 실무자의 직장내 스트레스 요인, 인력 유지 및 조직행동(Workplace Stressors, Retention, and Organizational Behavior of Criminal Justice Practitioners), 스토킹 범죄자 및 개입 방법(Stalking Offenders and Interventions)이다.
김지연 형사정책학 박사 cjdr.k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