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형사재판소(ICC)는 2002년 7월 1일 로마규정에 따라 설립된 상설 국제 재판소로,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를 두고 있다. ICC는 집단학살, 전쟁범죄, 인도에 반한 범죄, 침략범죄 등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가장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기소하고 재판하는 역할을 맡는다. 현재 123개국이 로마 규정에 가입해 있으며, ICC는 회원국뿐만 아니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요청에 따라 비회원국 사건도 조사할 수 있다.
국제형사재판소(이하 ICC)는 국가 법원이 범죄를 처리할 의지나 능력이 없을 경우 보완적으로 개입하며, 사법적 독립성과 공정성을 유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재판소는 검사국, 사법부, 사무국으로 구성돼 있으며, 각 부서는 조사, 재판, 행정 업무를 분담해 수행한다. ICC는 피해자 보호와 증인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정의 구현뿐만 아니라 피해자 중심의 사법 절차를 추구한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2025년 사법연도 개막식을 열고, 전쟁범죄 등 중대 국제 범죄의 피해자들을 위한 정의 구현을 다짐했다. 재판소는 재정·정치적 도전 속에서도 사법 독립성을 유지하며 글로벌 법의 지배 강화를 목표로 활동을 이어간다. / 사진=ICC 개막식 (출처 : ICC 홈페이지)
이미지 확대보기ICC의 칠레 출신 카림 A.A. 칸 KC 검사장은 개막 연설에서 재판소의 핵심 사명을 강조했다. 그는 “ICC는 전쟁범죄, 인도에 반한 범죄, 집단학살, 침략범죄와 같은 가장 중대한 국제 범죄의 피해자들에게 정의를 제공하고, 책임성을 보장하기 위해 설립됐다”고 밝혔다. 칸 검사장은 2024년 한 해 동안 재판소가 여러 사건에서 중요한 진전을 이뤘으며, 특히 아프리카와 유럽 지역에서의 조사와 재판에서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재판소가 직면한 도전 과제도 솔직히 언급했다. “우리의 작업은 복잡하고 때로는 정치적 논란을 동반한다. 하지만 이는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인류에 대한 가장 심각한 범죄에 맞서 싸우는 필수적인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칸 검사장은 2025년을 “법의 지배를 강화하고, 정의를 전 세계적으로 증진하는 중요한 해”로 규정하며, 재판소의 모든 구성원이 단합해 사명을 완수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사법적 독립성과 공정성 강조
ICC 의장 토모코 아카네 판사는 사법연도의 시작을 알리며 재판소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핵심 가치로 내세웠다. 그는 “ICC는 국제법에 따라 공정하고 효율적인 재판을 보장하기 위해 모든 이해관계자와 협력하고 있다”며, “재판소의 판결과 절차는 국제형사사법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카네 의장은 "재판소가 다양한 문화와 법적 배경을 가진 당사자들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며 공정한 판단을 내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개막식에서는 재판소의 현재 진행 중인 주요 사건들도 조명됐다. ICC는 현재 아프리카의 수단, 콩고민주공화국, 아시아의 아프가니스탄, 유럽의 우크라이나 등 여러 지역에서 발생한 전쟁범죄, 인도에 반한 범죄, 집단학살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또한, 재판소는 기후 변화와 관련된 환경 파괴 범죄나 사이버 전쟁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국제 범죄를 다루기 위한 법적 프레임워크를 모색하고 있다.
■재정 및 정치적 도전 과제 논의
이날 행사에서는 ICC가 직면한 재정적, 정치적 도전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도 이뤄졌다. 일부 참석자들은 재판소가 보다 효과적으로 운영되기 위해 회원국들의 재정 지원과 정치적 협력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일부 국가들의 비협조와 재판소에 대한 정치적 압력이 조사와 재판 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대해 칸 검사장은 “ICC는 회원국과 국제사회의 전폭적인 지원 없이는 그 사명을 완수할 수 없다”며, “정의를 위한 싸움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회원국들이 로마규정의 정신을 실천하고, 재판소의 독립성을 존중하며 적극적인 협력을 약속해 줄 것을 당부했다.
■23년의 여정과 미래 전망
2025년 사법연도는 ICC가 설립된 지 23주년을 맞는 해로, 재판소는 그간의 성과를 되짚으며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2002년 로마규정 발효 이후 ICC는 수십 건의 사건을 다루며 국제형사사법의 기준을 세웠다. 그러나 재판소는 재정 부족, 일부 국가의 비협조, 복잡한 국제 정세로 인해 여전히 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칸 검사장은 연설 말미에 “ICC는 피해자들의 고통을 잊지 않고, 그들의 정의를 위해 계속 나아갈 것”이라며, “2025년은 재판소가 더 강력하고 효과적인 기관으로 거듭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카네 의장 역시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ICC는 인류의 양심을 지키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ICC는 앞으로도 새로운 조사와 재판을 통해 책임성과 정의를 위한 글로벌 기준을 세우며, 국제형사사법의 최전선에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김지연 형사정책학 박사 cjdr.k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