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법, 13세미만미성년자 강간 혐의 남성 무죄 왜?

기사입력:2024-01-23 14:55:51
(사진=창원지법)

(사진=창원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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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전용모 기자] 창원지법 제4형사부(재판장 장유진 부장판사, 이큰가람·이진석 판사)는 2024년 1월 4일 미성년자를 만나 모텔로 데려가 가죽수갑으로 손을 묶고 채찍으로 때려 억압한 뒤 성인용 기구에 이어 강간했다는 공소사실로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 관한 법률위반(13세미만미성년자강간)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검사가 제출한 다른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를 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며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해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사의 증명이 그만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어 유죄의 의심이 가는 등의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점을 들었다. 피해자가 피해를 당한 것처럼 꾸며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또 부산과학수사연구소에 대한 사실조회를 통한 피해자의 신체, 질 세척액 등에서 남성의 정액 반응이나 피고인의 DNA는 검출되지 않았다는 점, 채찍으로 수십회 맞았다는 피해자의 당시 신체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사진 등 아무런 자료가 없는 점,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해자의 진술은 그 신빙성이 높다고 보기 어려운 점, 피해자가 미성년자라는 것에서 나아가 아직 만 13세 이르지 못했다는 사실까지 피고인이 알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점 등을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를 했다고 추단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한편 대법원은 2024년 1월 4일 자폐성 장애 겸 지적장애인인 피고인이 지하철 내에서 추행을 한 공소사실로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공중밀집장소에서의추행)사건 상고심에서,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자폐성 장애에 따른 상동행동으로서 추행의 고의가 없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취지의 원심의 판단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은 물론 형사소송법상 증거재판주의 및 검사의 증명책임에 반한다고 볼 여지가 큰 점 등을 이유로 유죄로 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했다(대법원 2024. 1.4. 선고 2023도13081 판결). 이 판결은 그간 성범죄 사건에서 무조건 남성은 가해자로 판단해 억울함이 있어도 유죄를 선고했던 그간의 관행에 제동을 건 판결로 주목 받고 있다.

-피고인은 2023년 5월 28일경 랜덤채팅 어플에서 피해자 B(당시 12세)가 '만나서 놀 사람'이라는 취지의 글을 올린 것을 보고 피해자에게 연락해 "지금 만나서 놀자."고 했고 이에 피해자가 "제가 14살인데 괜찮아요?"라고 묻자 피고인은 "괜찮다. 그런 거 상관 없다."고 답해 직접 피해자를 만나 간음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 뒤 피고인은 다음날 0시 26분경 창원시에 있는 아파트 지하 2층 주차장에서 피해자를 만나 자신의 승용차에 피해자를 태운 다음 무인 모텔로 함께 들어갔다.
피해자가 "집에 가봐야 한다."고 말하면서 모텔방을 나가려 하자 이를 제지한 뒤 "가만히 있어라. 가만히 안 있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100대 맞는다."라고 말하면서 미리 준비해온 가죽 수갑으로 손을 뒤로 묶고 채찍으로 수회 때려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하고 변태적 행위를 시킨 뒤 강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고인 및 변호인은 "피해자와 모텔에 들어가 성인용 기구들을 보여준 사실은 있지만, 피해자가 13세 미만이라는 점은 몰랐고,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사실은 한 적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먼저 피해자가 13세 미만이라는 점을 피고인이 인식했는지 여부를 판단했다.

재판부는 기록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 피해자가 만 13세 미만이라는 사실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했다는 점에 관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어렵다고 판단했다.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의 구성요건을 다루는 사실은 그것이 주관적 요건이든 객관적 요건이든 그 입증책임이 검사에게 있다. 구 성폭력범죄의처벌 및 피해자보호등에 관한 법률 제 8조의2 제1항에서 정하는 법죄의 성립이 인정되려면, 피고인이 피해자가 13세 미만의 여자임을 알면서 그를 강강했다는 사실이 검사에 의하여 입증되어야 한다. 물론 피고인이 일정한 사정의 인식여부와 같은 내심의 사실에 관해 이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이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을 바탕을 두고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분석·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 그러나 피해자가 13세 미만의 여자라는 객관적 사실로부터 피고인이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 추단된다고 볼 만한 경험칙 기타 사실상 또는 법적 근거는 이를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대법원 2012. 8. 30.선고 2012도7377 판결 등 참조). 위 법리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 관한 특례법 제7조(13세 미만의 미성년자에 대한 강강, 강제추행 등) 제1항[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형법 제297조(강간)의 죄를 범한 사람은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해자는 해바라기센터 및 이 법정에서 피고인과 대화할 당시 피고인에게 "14살"이라고 말했고, 피해자가 사용한 닉네임에 "14살"이 들어가 있었다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피해자의 생년월일을 고려하면 위 14살은 소위 우리나라 나이로 계산한 것으로 보이고, 우리나라 나이 14살은 생일이 지나지 않은 경우 만 12세, 생일이 지난 경우 만 13세이다. 그런데 피고인이 피해자의 생일을 알았다는 증거는 없고, 설령 피고인이 알았더라도 피해자의 만 나이를 정확히 알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의 키는 158cm이고 몸무게는 80kg이 넘을 정도로 성인 여성의 평균 체격에 이르고, 아파트 주차장 CCTV영상에 의하여 확인되는, 이 사건 당시 피해자의 외모, 옷, 피해자의 해바라기센터 및 법정진술을 통해 알 수 있는 피해자의 목소리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가 미성년자라는 것에서 나아가 아직 만 13세 이르지 못했다는 사실까지 피고인이 알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또 재판부는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를 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살폈다.

◇형사재판에 있어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형사소송법 제307조), 이는 증거능력 있고 적법한 증거조사를 거친 증거에 의해서만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음을 뜻한다. 나아가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검사의 증명이 그만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이르지 못한 겨우에는 설령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어 유죄의 의심이 가는 등의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3. 1. 12. 선고 2022도14645판결 등 참조).

-피해자는 해바라기센터 및 이 법정에서 '피고인으로부터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피해를 당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면서 당시 상황을 나름대로 설명했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그와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는 한다.

그러나 이 부분 쟁점에 관한 직접적인 증거는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데,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해자의 진술은 그 신빙성이 높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사가 제출한 다른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를 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피해자는 피해자의 어머니에게 "편의점에 간다."거나 "산책을 하러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피고인을 만나러 나갔다 집에 돌아왔고, 피해자의 어머니로부터 추궁당하자 "아는 언니를 만났다."라고 다시 거짓말을 했다가, 피해자의 어머니로부터 "경찰에 신고하겠다."라는 말을 듣게 되자 피해자의 어머니를 통해 경찰에 이 사건을 신고했다.

피해자가 처음 보는 피고인을 무고할 어떠한 이해관계가 있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지만, 피해자가 피고인을 만나게 된 경위, 신고 경위 등에 비추어 볼때, 피고인을 만나고 온 것을 피해자의 어머니에게 들키자 혼날 것을 두려워 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피해를 당한 것처럼 꾸며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이 사건 당시 피해자는 만 12세였고, 피해자의 법정진술에 의하면 '이 사건 이전에 성관계를 해본 적 없고 이 사건이 처음이었다.'는 것인데(증인녹취서), 피해자는 해바라기센터 조사에서 피고인과의 관계 당시 느낌을 묻는 질문에 추상적으로만 진술했다.

피해자는 '피고인이 가죽 채찍으로 20~30회 가량 때렸다. 아픈정도를 1부터 10까지로 표현했을 때 9.5정도 된다. 피가 날 것 같았다. 엉덩이가 빨갛고...'라고 진술했다. 검사가 몰수를 구하는 채찍의 형태, 해바라기센터 조사시점(사건은 5.29. 새벽에 발생했고, 피해자에 대한 해바라기센터 조사는 5.31. 오후 7시경) 등에 비추어 볼때 다시 어느정도는 상처나 흔적이 신체에 남았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와 관련해 피해자의 당시 신체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사진 등 아무런 자료가 없다. 피해자 역시 해바라기센터에서 '상처난 것은 없었다. 멍은 없었다.'라고 진술하기도 했다.

또한 피해자는 해바라기센터에서 '피고인이 차를 태우고 어두운 곳, 이상한 산으로 가서 차고지로 들어갔고, 계단을 올라가보니 침대랑 이런 게 있어서 모텔인 줄 알았다. 간판은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고, 법정에서는 'E모텔에 관해 알고 있냐'는 질문에 '모른다'고 진술했다. 그런데 피해자는 진정서에 피고인이 'E모텔'에서 자신을 강간했다고 명확하게 모텔이름을 기재했다.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의 피해자의 진술을 그대로 믿을 수 있는 지 의심이 든다고 했다.

이 사건 범행이후 이루어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산과학수사연구소의 각 감정의뢰 회보에 의하면 피해자의 신체, 질 세척액 등에서 남성의 정액 반응이나 피고인의 DNA는 검출되지 않았다. 피고인으로부터 압수된 성인용 기구들 중에는 피해자가 이 사건에 언급한 적이 없는 성인용 기구 한 개에서 피해자의 디엔에이가 검출되었을 뿐, 검사가 이 사건 범행에 제공된 물건이라는 취지로 몰수를 구하는 성인용 기구나 다른 성인용 기구에서는 피해자의 DNA가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또 피해자의 의복 겉면 가슴부위에서 피고인의 Y-STR디엔에이형을 포함한 혼합 남성의 Y-STR디엔에이형이 검출되었을 뿐 나머지 부분에서는 피고인의 디엔에이 등이 검출되지는 않았다.

이 법원의 부산과학수사연구소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 의하면, '남성 특이적인 Y-STR디엔에이형은 동일 부계 남성들이 모두 공유하므로 개인식별은 불가능하다.'라는 것이므로, 피해자 옷에서 Y-STR디엔에이형이 검출된 사실만으로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의 가슴부위를 만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부산과학수사연구소는 이 법원의 사실조회에 대해 '디엔에이형의 검출유무는 검출 한계 이상의 디엔에에 존재 유무에 따라 결정되며, 접촉을 한 겨우라도 피고인(남성)의 디엔에이가 검출 한계 이하로 존재한다면 디엔에에형이 검출되지 않을 수 있다. 정액 반응의 유무는 질 내 사정 유무에 따라 원론적으로 달라질 수 있고, 사정을 한 경우라도 여러 가지 물리적, 생물학적인 환경으로 인해 음성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피고인의 디엔에이도 검출되지 않을 수 있다.'라는 취지로 회신했다.

피해자의 의복이나 신체에 원래 존재하고 있던 피고인의 정액이나 디엔에이가 비나 피해자의 샤워로 인해 검출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그러한 가능성만으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를 했다고 추단할 수는 없다고 결론 지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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