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성인지 균형감각’이 필요한 재판부

기사입력:2023-08-22 08:00:00
[로이슈 전용모 기자] ‘애매한 성범죄 사건’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릴 수 없다면 국민참여재판 기회라도 확대해야 한다고 본다.

가장 이성적이어야 할 법원. 그러나 유독 성범죄 사건 만큼은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인 무죄추정의 원칙이나 증거재판주의보다 성인지감수성이라는 비이성적 논리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듯 하다.

이를 두고 울산을 포함한 부산 등 지역사회는 물론이고 법조계조차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성범죄 엄벌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법원의 형도 매우 세졌다.

문제는 미성년자나 부녀자를 대상으로 직접적인 폭행과 협박이 수반되는 성범죄가 아니라 연인이나 지인 간에 변심과 보복심에 추정되는 ‘애매한 성범죄 사건’에 대해서도 일반 재판에서 너무나 쉽게 중형이 선고되는 듯하다는 게 울산지역 한 변호사의 전언이다.

여기에는 언론도 한몫하고 있다. 일부 언론의 경우 ‘국민참여재판, 성범죄자에게 관대’ 등 ‘성범죄자’로 확정판결(?)을 내린 듯한 보도가 난무하고 있다.

과거에는 재판 경험이 많고, 노련한 법관들은 애매한 성범죄 사건에 대해 워낙 형이 세다 보니 무죄판결을 많이 내렸다고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요즘 젊은 판사들은 ‘의심스러울 때는 유죄’로 판결한다는 게 정설로 굳어지는 듯 하다.

성범죄 사건은 수사기관이나 법원도 마찬가지로 마치 뜨거운 감자처럼 서로 떠넘기기식으로 일단 처벌하자는 모양새다. 하지만 우리 사회 인권보호의 마지막 보루인 법원은 지켜야 할 것은 지켜야 한다.

애매한 성범죄 사건에 대해서는 경찰은 오해받지 말고, 검찰에 일단 기소의견으로, 검찰은 “법원의 판단이라도 받아 보자”는 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성범죄 사건 만큼은 법원의 재정신청도 다른 사건에 비해 잘 받아주는 편이다.

법원이 종합적인 판단보다는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에 지나치게 치우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일부 판사들은 대외적으로 언급하지 않지만 지나치게 특정 여성단체의 주장이나 여론을 의식, 국민들의 보편적인 성범죄에 대한 인식은 외면한 채 무죄판결에 매우 인색하다는 인상마저 주고 있다.

그래서 일반 재판에서 성범죄 무죄율은 1% 내외로 알려지고 있다. 요즘 성범죄와 관련 국민참여재판을 제외하고, 무죄 판결문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그렇다 보니 요즘 일부 변호사들은 여러 가지 정황상 무죄 다툼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사건에 대해서도 구공판을 마주하면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치열한 법정 다툼보다는 “실형이 예상된다”며 의뢰인과 가족들에게 허위자백(?)을 유도하거나 고소인과 합의를 보라고 너무나 쉽게 조언하는 부작용을 만들어내고 있다.

성범죄 초범의 경우에도 실형을 선고하는 법원의 살벌한 분위기(?)에 따라 아예 억울한 일부 피고인들은 제대로 된 재판마저 포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들 피고인은 대부분 남성이다. 억울한 그 남자도 또 다른 여성의 소중한 아버지이자 아들이고, 오빠, 남동생일 수도 있다.

피고인 입장에선 무죄을 다툰다는 그 자체가 양날의 검이다. 아니다. 무죄 비율로 볼 때 대부분 성범죄 재판은 실형이라는 사지(死地)로 내몰리고 있는 셈이다.

진행되기 전부터 유죄라는 심증을 갖고 있는 재판부에 공소사실 부인 자체가 진지한 반성이 없는 것으로 비춰져 실형이 불을 보듯 뻔한 현실 속에서 어쩌면 앞서 언급된 변호사의 제안은 ‘현실적인 조언’이라고 볼 수도 있다.

성범죄에 연루되면 직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일단 교육계 종사자의 경우 ‘사회적 사망선고’부터 받고 시작한다. 먼저 직장을 잃는다. 가정은 유무죄를 떠나 파탄에 이르거나 그 직전까지 내몰린다. 물론, 결과도 장담할 수 없다.

무죄판결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상대편을 무고로 고소해봐야 기소될 가능성은 “낙타가 바늘 귀로 들어가는 것”만큼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한마디로 만신창이가 된 상태에서 ‘성처 뿐인 승리’인 셈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국민참여재판도 아닌 일판재판에서 ‘성인지 균형감각’을 보이는 소신 재판부는 단연 돋보일 수밖에 없다.

2022년 6월 3일 대구지방법원 제11형사부(재판장 이상오, 판사 정주희·박소민)는 A씨의 강간사건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렸다.

피해자와 사권 지 200일 되던 연인 간에 벌어진 A씨의 강간사건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리면서 “해당 여성 B씨의 진술은 성관계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한 것이었다는 점 외에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피고인의 폭행 내지 협박이 있었는지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나 묘사 등이 결여되어 있다”고 판결문을 통해 밝혔다.

강간죄가 인정되었으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사건은 ‘비동의 간음죄의 위험성’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같은 해 8월 20일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2형사부(재판장 이정민, 판사 이영미, 이은상)는 강간과 유사강간 사건으로 기소된 A씨에 대해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히며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다만, 이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성인지 감수성’을 의식한 듯 이를 비중있게 언급하고 있다.

최근 과거에 비해 ‘애매한 성범죄 사건’이 많이 늘었다는 게 지역 변호사들의 대체적인 전언이다.

“고소를 준비하는 상당수 여성 중에는 이미 유튜브나 인터넷을 통해 준전문가 수준이 되어서 의도적인 참고인 2~3명 만들기와 해바라기센터 상담일지, 정신과 치료 등을 이미 거쳐 간접적인 증거를 만든 뒤 법률보다 합의금 상담을 오는 경우가 많아 그 의도에 강한 의구심을 가질 때가 있다”는 게 한 변호사의 귀띔이다.

특히, 일부 의뢰인의 경우 성폭력 피해자의 권리확대, 수사와 재판과정의 이해는 물론,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 및 연대활동이라는 이름으로 법원 앞 시위 참여 등도 교육과정에 포함되어 있는 모 여성단체 주관의 성폭력전문교육까지 받았는데 판례분석까지 마치고 변호사와 상담하는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요즘에는 꽃뱀을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고소하고, 기소될 때까지 기다리거나 1심 재판이 끝난 뒤 목돈(합의금)을 챙기라는 친절한 조언(?)과 신체부위별 합의금 기준 등을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심지어는 사건 당시 설계단계(?)에서 만취하거나 심신미약의 남성에게 접근, 완곡한 거부를 통해 신체접촉을 유도한 뒤 뒤늦게 피해사실을 주장하며 고소하고, 불리하면 수사기관에 밑져야 본전이니 거짓말 탐기지(심리생리검사, 폴리그래프 Polygraph) 검사를 적극적으로 요청하라는 조언도 잊지 않는다.

‘진실반응’이 나오면 수사 반전과 로또(?)가 기대된다.

또 일부 고소인의 경우 진술의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전체적인 사실을 기반으로 불리한 진술 속에 범죄사실을 끼워넣기와 진술의 일관성 유지 방법, 사과요구 뒤 수사기관 증거제출 방법 등도 매우 구체적으로 유튜브나 인터넷을 통해 전문가 뺨치는 수준으로 학습이 된 상태라는 것. 이것에 부작용은 단어와 문맥이 지나치게 일치한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하는 지역의 한 변호사는 “성범죄 사건 대부분이 직접적인 증거가 없고 진술만 존재하는 상태에서, 예를 들어 고소인이 사전에 스토리를 짜서 쓴 것을 보면서 수사기관에서 반복해서 읽는다면 진술의 일관성은 당연히 유지될 수 밖에 없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이 설명을 듣는 내내 섬뜩했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을 법원의 법관만 모르는 듯 하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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