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청사.(대법원홈페이지)
이미지 확대보기C는 2017년 9월 19일 오후 10시 55분경 원주시에서 승용차를 운전하던 중 도로에 나타난 고양이를 피하다가 중앙분리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는데(이하 ‘이 사건 교통사고’), 사고 당시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고, C는 승용차에 연기가 나는 상황에서 구조될 때까지 차량 내에 갇혀 있었다. C는 이 사건 교통사고로 뇌진탕, 경부척수의 손상, 추간판탈출증 등 상해를 입어 입원치료를 받았다.
C는 2017. 11. 13.부터 2018. 3. 28.까지 원주 D병원에서 상세불명의 우울병 에피소드, 상세불명의 불안장애의 소견으로 통원 및 약물치료를 받았다. 망인은 사고 이후 발생한 두통, 불안, 체중감소를 주 증상으로 호소했고, 치료기간 동안 연탄을 피우거나 처방약을 과다복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죽음을 시도하기도 했다.
C는 2018. 5. 11., 2018. 5. 18. G병원에 내원해 ‘비오는 날에 불안하고 몸이 떨린다. 사고가 온 날 비가 왔었다’는 증상과 수면 중 이상행동에 관한 증상을 호소했다. C의 주치의인 G병원 전문의는 통원치료 기간 동안 약물을 변경하거나 증감하는 등의 방법으로 C에 대한 치료를 지속했고, 새롭게 보고된 수면 중 이상행동에 관하여 재입원 후 평가를 고려했다.
C는 2018. 5. 16.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한 남편 J의 간병을 위해 G병원 병실에 머물렀는데, 2018. 5. 23. J의 병실 앞 복도 등을 서성이다가 0시 46분경 휴대전화와 보조배터리를 들고 병실을 나선 다음, 같은 층 여자화장실에 들어가 숨졌다. 망인은 평소 활발하고 사교적인 성격이었고 이 사건 교통사고 이전에는 우울증 등 정신과적 진단을 받거나 치료를 받은 바가 없었다.
피고는 "이 사건 교통사고로 인한 정신 병력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있었던 것이라 보기 어려워, 망인의 사망과 이 사건 교통사고로 입은 상해(우울증) 사이에 직접적 인과관계가 없을 뿐 아니라 약관에서 정한 보험자의 면책 사유(보통약관 제6조 제1항 1호)에 해당한다. 결국 이 사건 사고의 경우 보험금 지급 사유가 아니거나 면책 사유에 해당하여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항소했다.
원심(2심,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8. 26. 선고 2020나46778 판결)은 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망인 C의 죽음은 자유의지에 의한 행동일 뿐 이 사건 교통사고로 발생한 상해인 우울증으로 인한 것이 아니므로, 망인이 이 사건 교통사고로 발생한 상해의 직접 결과로 사망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 교통사고와 망인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기 어렵다는 전제에서 원고의 보험금 청구를 모두 배척했다. 당시 망인의 행동을 수면 중 이상행동 또는 해리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을 주된 근거로 들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과 같이 수면 중 이상행동 등의 가능성을 배제하더라도, 망인의 주치의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주요우울장애의 정신병리에 따른 죽음 가능성에 관하여 합리적인 의학적 견해를 밝혔고, 원심이 이를 배척하면서 든 근거들은 의학적ㆍ전문적 자료에 기초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이 사건 보험계약의 해석 및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원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고 봤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