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이미지 확대보기지난 5월 19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세 번째 사고가 발생했다. 에쓰오일에서 알킬레이션(휘발유 첨가제)공정 부탄 컴프레셔 후단 밸브 정비작업 중 가스누출로 인한 폭발로 화재가 발생했고, 1명이 사망하고 9명(하청 5명, 원청 4명)이 부상을 입은 중대재해다. 그 중 4명은 중상을 입어 현재 부산 화상전문병원 중환자실에 입원 치료 중이다.
사고 당시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불꽃이 수십미터를 치솟았고, 무려 15km 떨어진 곳에서도 지진이 발생한 듯한 진동으로 창문이 흔들렸다. 새벽까지 꺼지지 않는 불길은 울산 시민들이 불안감으로 밤을 지새우게 했다.
사고를 당한 하청 노동자들이 속한 업체는 S-OIL에 상주하면서 밸브 정비작업을 하는 하청업체 주식회사 아폴로이다. 사고 당일 오후 3시경 에쓰오일이 아폴로에 알킬레이션 공정 부탄 컴프레셔 후단 밸브 고착 해소를 위한 정비작업을 요구했다. 정비작업에 앞서 S-OIL 노동자들이 배관 안에 차있는 가스를 배출하는 퍼지작업을 진행했고, 오후 오후 8시경 아폴로 소속 노동자들이 정비작업을 시작했다.
작업자들이 가스측정기로 잔여가스를 확인하며 볼트를 풀던 중 갑자기 가스감지기가 울리며 가스 새는 소리가 심해지더니 약 20~30초 후 폭발이 발생했다. 가스 누출 반대 방향에 있던 노동자들은 아래층으로 대피했지만 가스 누출 방향에 있던 노동자들 쪽에는 대피 공간이 없었다. 결국 사망자 1명은 구조물이 무너지면서 사고가 발생한 6층에서 추락해 1층에서 발견됐고, 중상자 4명은 전신에 화상을 입었다.
하청 노동자들은 밸브 정비작업이 필요하다는 원청 S-OIL의 요구에 따라 작업허가서를 요청해 원청의 작업허가를 받고 작업에 투입됐다. 그러나 위험작업임에도 불구하고 작업현장에는 원청 S-OIL의 작업관리자도 없었고, 작업자들이 위험 시 대피할 수 있는 공간도 확보돼 있지 않았다. 무엇보다 잔류가스 배출이나 작업 중 가스 누출을 막을 수 있는 권한이 하청노동자에게는 없었다.
화학물질로 인한 화재, 폭발, 누출사고는 매년 평균 80여 건씩 일어나고 있다. 사고 원인은 시설 관리 미흡이 가장 많은 40%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사고 역시 시설 관리 미흡, 안전 조치 미비로 인해 발생했다. 또한 S-OIL이 최저가낙찰제로 정비업체를 선정하면서, 하청업체는 이윤을 짜내기 위해 노동자 수를 줄이거나 공기를 단축하는 등 노동강도를 높이고, 이로 인해 노동자들은 위험한 작업에 내몰리게 됐다.
사고 발생 후 6일째인 오늘까지도 원청 S-OIL과 하청업체 ㈜아폴로는 사망자와 부상자 가족들에게 공식적인 사과와 사고 원인 브리핑조차 하지 않고 있다. 유족들은 빈소에서 진상규명을 위해 애쓰고 있으며 부상자 가족들은 중환자실 앞에서 사고 원인도 모른 채 수술 등 치료비까지 걱정하며 간병을 하고 있다.
사고 현장에 함께 있던 동료들은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원청 S-OIL 대표는 국민들에게는 신속히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지만 정작 유족, 부상자, 사고 현장 노동자들에게는 어떠한 사과도 하지 않으며 무성의로 일관하고 있다.
국가산단의 노후화로 인한 사고 위험의 증가에도 불가하고 부실한 안전관리를 매번 확인하게 되면서 울산 시민들의 불안감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신속히 국가산단에 대한 안전체계를 수립하고 노후산단 특별법 제정을 통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중대재해 없는 울산만들기 운동본부]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울산지부, 교육희망울산학부모회, 노동당울산시당, 노동해방투쟁연대(준), 동구주민회, 대안문화공간 품&페다고지, 민주노총법률원울산사무소, 민주노총울산본부, 북구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북구주민회, 사회주의당건설울산모임, 울산민족예술인총연합,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울산시민연대, 울산여성회, 울산이주민센터, 울산인권운동연대, 울산진보연대, 정의당울산시당, 진보당울산시당, 평등사회노동교육원)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