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법원
이미지 확대보기비록 망인의 사망 직전 업무시간이 고용노동부고시에서 정한 기준에는 미달하더라도, 고강도의 주야간 교대제근무가 심혈관계 질환에 미치는 영향, 망인의 나이와 과거 과로상태, 망인의 업무시간이 줄어 들게 된 구체적인 경위와 실질적인 업무의 내용 등을 보면,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봤다.
원고의 남편인 망 C(이하 ‘망인’)는 2013년 4월 25일경부터 2019년 8월 26일 사망할 때까지 6년 4개월간 회사에서 정규직으로 근무했다. 공장에서는 용광로에서 쇠를 녹여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공정이 이뤄지고 있다.
망인은 용광로 부근에서 용해된 원료의 주입상태를 확인해 주입기로 용해액에 첨가제를 배합하고, 시료용 쇳물을 길이 1.5m의 긴 국자를 이용하여 채취·검사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회사 공장에서는 24시간 용광로를 가동하고 있어 망인이 일하던 작업장의 용광로 부근 온도는 약 35도에 이르렀고, 평균 소음은 만성적인 소음 수준인 약 82dB였다. 작업장 내에는 선풍기와 이동식 냉방기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망인은 화상 방지를 위하여 두꺼운 작업복을 입고 방화 무릎보호대, 방화 앞치마를 착용한 상태에서 근무했다.
망인은 야간 근무중이던 2019년 8월 26일 0시 15분경 회사 공장에서 쓰러진 채로 발견되어 곧바로 병원 이송돼 심폐소생술을 시행받았으나, 같은 날 0시 32분경 사망했다.
그 후 원고는 피고(근로복지공단)에게 망인이 과로, 교대업무 등으로 허혈성심장질환이 발병해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이에 피고는 2019년 12월 27일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했다(이하 ‘이 사건 처분’).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피고에게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심사청구를 했으나, 피고는 2020년 5월 21일 같은 이유로 기각결정을 했다.
그러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2018년 8월부터 2019년 2월까지 망인의 주당 평균업무시간은 약 59시간이었고, 대상포진이 발생한 2019년 3월에는 휴업 등이 겹쳐 업무시간이 평소보다 줄었다가, 2019년 4월부터 6월까지는 주당 평균 업무시간이 약 54시간으로 증가했다. 망인의 사망 전 12주간 주당 평균 업무시간은 40시간 52분이었으며, 사망 전 4주간 주당 평균 업무시간은 22시간 47분이었다.
비록 망인이 2009년경 당뇨병, 고혈압 등의 진단을 받았지만 망인은 정기적으로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필요한 의약품을 처방받아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면서 질병을 관리해 왔고, 망인에 대하여 2019년 6월 실시된 직장건강검진에서도 담당의사는 망인이 심혈관계 질환에 대하여 적절한 처방을 받고 혈압 등도 비교적 잘 조절하고 있으며, 당뇨병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으나 약 복용이 필요하지 않는 정도라고 판정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① 망인은 심혈관계 질환에 악영향을 미치는 고강도의 야간근무와 생체리듬에 악영향을 미치는 주·야간 교대제근무를 오랫동안 해 온 점, ② 망인은 2018년 8월부터 2019년 2월경까지 야간근무를 포함해 평균 주당 59시간 이상 근무하는 등으로 과로상태에 있었다고 보이고, 면역력이 약화되어 2019년 3월 27일경에는 대상포진이 발병하기도 한 점, ③ 그럼에도 망인은 2019년 4~6월에도 야간근무를 포함해 1일 평균 10시간 이상 근무하는 등으로 계속하여 과로상태에 있었던 점, ④ 망인이 일하던 작업장의 온도는 평균 약 35도이었고 소음 수준도 기준치를 상회하여 망인이 업무과정에서 겪어야 했던 정신적·신체적 피로와 스트레스의 정도가 상당하였을 것으로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망인의 노력으로 관리되던 기존 질병이 누적된 업무상의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하여 자연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되다가 또다시 야간근무라는 신체적·정신적 부담이 주어지자 급성 심장질환으로 발현되어 망인을 사망에 이르게 했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