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고법현판
이미지 확대보기A군은 지난해 8월 한 온라인 채팅방에서 다른 남자의 사진으로 가짜 계정을 만들어 활동하다가 중학생 B양(15)과 가까워졌다.
대화 중 B양의 꿈이 연예인이란 사실을 알게 된 A군은 "걸그룹 소속사 매니저를 하는 친구가 있는데 나 대신 친구를 만나보라"고 제안했다. 평소 계정 주인에게 신뢰가 컸던 B양은 A군을 그의 친구로 믿어 의심치 않았고 몇 차례 만났다.
A군은 B양이 계속 자신에게는 관심을 보이지 않자 결국 분노가 극에 달해 상해를 가하기도 했다. 사건 당일 B양이 신뢰하는 가상 계정으로 '혼자 나와서 만나자'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날 오전 A군은 현장에 나타난 B양의 뒤로 몰래 다가가 미리 준비한 범행 도구로 피해자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A군은 당시 "(피해자가) 죽여 달라고 했다"는 등 횡설수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지법 형사12부(이진관 부장판사)는 2020년 11월 20일 살인, 특수상해, 사체오욕 혐의로 기소된 고교생 A군에 대해 징역 장기 12년·단기 5년을 선고했다. 또 5년간 보호관찰을 받을 것을 명했다.
그러자 피고인 겸 피보호관찰명령청구자는 이 사건 범행당시 지적장애와 충동조절능력의 저하 등으로 인한 심신미약과 양형부당으로, 검사는 양형부당으로 쌍방 항소했다. 피고인은 원심에서 같은 주장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설령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당시 심신미약의 상태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2018. 12. 18. 법률 제15982호로 개정되어 시행된 형법 제10조 제2항에 의하면, 심신미약 상태에서의 범행에 대하여는 형을 임의적으로 감경할 수 있을 뿐이므로,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심신미약으로 인한 법률상 감경을 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도 없다며 배척했다.
또 피고인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해서도 살폈다.
원심과 비교하여 양형조건에 변화가 없고 원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하는 것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보호관찰명령청구 건에 대해서도 "피고인과 검사가 제출한 항소장이나 항소이유서에 이에 대한 적법한 항소이유의 기재가 없고, 기록을 살펴보아도 이 부분에 관하여 직권으로 파기할 사유를 찾아볼 수 없다"며 원심을 수긍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