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고법현판
이미지 확대보기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당시 정신질환이 있는 상태에서 술까지 마셔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거나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하며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과 양형부당으로, 검사는 양형부당으로 쌍방 항소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심신미약과 양형부당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도 배척했다.
원심(대구지법 2021.2.17. 선고 2020고합430판결)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이 2020년 1월 5일경 모 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를 받고 ‘정신병적 증상이 없는 중증의 우울병 에피소드(Severe depresive episode without psychotic symptoms), 범불안장애(Generalized anxiety disorder), 사회불안장애(Socal phobias), 광장공포증을 동반하는 공황장애(Panic disorder with agoraphobia)’ 등의 진단을 받은 사실이 있다.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으로 구금된 후인 2020년 8월 6일경에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부터 ‘상세불명의 양극성 정동장애, 전신불안장애, 상세불명의 비기질적 정신병’ 등의 진단을 받고 약물 처방을 받은 사실은 인정된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비교적 상세하게 기억하고 있는 점, 피고인에 대하여 이 사건 범행 직후인 2020년 7월 28일 오전 10시 59분경 실시한 음주측정결과 혈중알콜농도가 0.00%로 나온 점, 그 밖에 이 사건 범행의 경위, 범행 방법 및 수단, 범행을 전후한 피고인의 행동 등 기록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당시 위와 같은 정신질환과 음주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었거나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고 배척했다.
살인죄는 사람의 생명이라는 존귀한 가치를 침해하는 범죄로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고, 이 사건 범행으로 생명을 잃은 피해자의 피해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회복될 수 없다. 피해자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극심한 공포와 고통 속에서 사망에 이르렀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범행으로 피해자의 유족들도 커다란 고통을 받고 있고, 원심은 물론 당심에 이르러서도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피고인이 당심에 이르기까지 유족들로부터 용서를 받거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오히려 원심에서는 유족들에게 형 집행 종료 후 찾아가겠다고 하면서 법원에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탄원하여 줄 것을 요구하는 취지의 편지를 여러 차례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인정하고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고, 원심에서 유족들에게 보낸 편지가 유족들을 협박하려는 뜻은 전혀 없었다고 하면서 유족들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고 수차례 탄원하고 있다.
피고인은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사실상 자신의 전 재산인 5억 7300만 원 가량을 2015년경 피해자에게 대여하고도 변제받지 못하고 피해자의 요양원에서 직원으로 근무했음에도 임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게 되면서, 수년간 피해자와 심각한 갈등을 빚어왔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돈이 있으면서도 피고인의 대여금을 변제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나머지 상당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보이고, 2020년 1월 5일경에는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고 ‘정신병적 증상이 없는 중증의 우울병 에피소드’ 등의 진단을 받았다.
피고인이 지금까지 벌금형을 초과하여 처벌받은 전과가 없고, 범행 직후 수사기관에 자신이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수한 사정도 인정된다.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조건과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를 종합해 보면, 원심이 선고한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따라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있고,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없다고 봤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