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청사.(사진제공=대법원)
이미지 확대보기이 사건은 피고인의 처가 거액의 채무를 부담하여 다수의 채권자들로부터 채무 변제를 독촉 받으면서 삶을 비관하게 되자 피고인이 처를 비롯한 가족들과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기로 마음먹고, 처와 공동하여 피고인의 모친과 아들을 먼저 살해한 후, 처의 극단적 선택도 방조한 것이다. 피고인도 함께 생을 마감하려다 실패해 자신만 살아남게 됐다. 피고인의 처가 30억 원 가량의 빚을 져 채권자들이 집으로까지 찾아와 변제를 독촉하는 상황이었다.
피고인과 처는 미리 준비한 질소가스, 마스크, 신경안정제 등을 이용하여, 잠든 모친과 아들에게 마스크를 씌우고 질소가스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상당한 시간 동안 손으로 마스크를 얼굴에 밀착시켜 이들을 살해한 것으로, 범행 방법이 계획적·적극적이다. 만 12세로 한창 건강하게 성장해야 할 어린 나이에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하고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믿고 따르던 부모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을 인정하며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피해자의 다른 유족들이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탄원하고 있고, 피고인은 벌금형의 처벌을 1회 받은 적 외에는 다른 처벌 전력이 없다.
원심 재판부는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자신이 고통스러운 상황에 있다는 이유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면서 부모와 자녀 등 가족을 살해하는 것은 가족을 별개의 인격체가 아닌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는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우리 사회에서 유사한 사건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이를 엄중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