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법원 종합청사.(사진=전용모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피고인 측은, 만일 피고인이 애초부터 강도살인 범행을 저지를 계획이 있었더라면 이 사건 범행 이전에 피해자(30대·여)의 아파트를 3회나 방문하면서 당시 1층 로비에서 피고인의 신분증을 맡기고 방문기록부에 피고인의 인적사항을 사실대로 기재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취지로도 주장했다.
그러나 피해자가 거주하던 건물은 외부인이 방문할 경우 건물 1층 로비에서 방문자의 신분증(주민등록증)을 맡기고 방문기록부에 인적사항을 기록한 후 출입카드를 수령하지 않으면 출입이 불가한 시스템이므로, 피고인이 신분증을 맡기면서 신분증 내용과 차이가 나는 허위의 인적사항을 기재한다면 스스로 수상한 사람임을 밝히는 것이나 다름없어 애당초 인적사항을 허위로 기재하려고 시도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피고인 측의 이 부분 주장은 적절한 변소가 되지 않는다고 배척했다.
피고인은 처음부터 피해자의 계좌에서 금원을 이체하거나 인출할 계획을 세우고 피해자를 폭행·협박해 피해자의 금융정보를 강제로 알아내었다고 보는 것이 논리와 경험칙에 부합한다고도 했다. 피고인 측이 피해자의 어머니에게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으로 피해자 계좌로부터 이체받았던 돈 중 700만 원을 반환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사망을 자살로 위장하기 위한 피고인의 행동 및 범행 후 체포되기 전까지 피고인이 보인 대담하고 파렴치한 모습들, 피해자는 불우한 환경 속에서도 역경에 굴하지 않고 착실하게 미래를 준비해 온 전문직 종사자였던 점, 피해자의 부모 등 유족들이 피해자의 어이없는 죽음 앞에서 한탄과 회한의 눈물을 흘리고 있는 점, 피고인이 피해자 유족들의 아픔을 위로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고 유족들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해 유족들이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바라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법정형이 무기징역과 사형뿐인 강도살인죄의 형벌 가운데 그나마 무기징역형을 선택하여도 더 나아가 작량감경할 사유는 없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피고인은 일정한 직업이나 수입 없이 여자친구와 동거하면서, 사채업자로부터 빌린 돈의 변제독촉을 받는 등 생활고에 시달리다 타인을 살해하여 재물을 강취하기로 마음먹고, 고급 아파트에 거주하며 네이버 카페에 중고가구 판매글을 올린 피해자를 범행 대상으로 지목하고, 중고가구 구입을 구실로 피해자가 혼자 있는 집 안에 들어가 폭행으로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해 피해자로부터 주민등록번호, 금융계좌 비밀번호 등 금융정보를 알아낸 다음 피해자의 목 부위 등을 밟아 그 자리에서 경부 압박 등으로 사망하게 했다(사망한 피해자를 욕실로 끌고 가 자살한 것처럼 위장했다).
그런 뒤 빼앗은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설치되어 있던 모바일금융 앱에 피해자의 금융정보를 입력해 피해자의 계좌로부터 이체나 현금서비스를 받아 합계 3,600만 원 상당을 인출했다(강도살인)는 공소사실로 기소됐다.
피고인은 "당초 피해자로부터 중고가구를 구입하기 위하여 피해자의 집(아파트)을 방문했는데, 가격을 흥정하던 도중 피해자와 시비가 붙어 우발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한 것이다. 그리고 피고인은 피해자가 사망한 후 자포자기의 심정이 되어 체포·구속이 되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이나 하자는 생각에서 피해자가 사망 전에 알려 준 피해자의 금융정보를 이용해 돈을 이체하거나 인출했던 것이다. 처음부터 강도살인 범행을 계획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1심(부산지법 2020.5.8. 선고 2019고합566 판결)은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피고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1심은 처음부터 강도살인 범행을 계획한 것이 아니라는 피고인 측의 주장을 배척하고 강도 및 살인 범행에 대한 계획성을 인정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