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구에 따르면 국내 가정 밖 청소년은 약 25만 명, 가운데 아동 홈리스는 약 7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청소년 쉼터 등 시설을 실제로 이용하는 청소년은 5만여 명에 불과하다. 다수의 가정 밖 청소년은 친구나 지인의 집, PC방·노래방 같은 24시간 상점, 고시원·모텔 등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비적정 주거 형태가 절반을 넘는다. 노숙 경험 비율 역시 10.5%로 적지 않다.
그럼에도 가정 밖 청소년 지원 정책은 여전히 '가정 복귀' 또는 '시설 입소'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쉼터에 거주하지 않는 청소년들의 규모나 주거 실태는 제대로 파악되지 못한 채 정책 논의에서도 배제돼 왔다.
남미자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2025)에 따르면 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10대 가정 밖 청소년은 고시원·원룸 등 비적정 주거 환경에서 생존을 이어가고 있으며, 주거 불안이 생계·노동·교육·건강 전반의 위기로 확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현행 쉼터 중심 정책으로는 시설 밖 청소년의 주거권을 보장할 수 없다"며 "탈시설 중심의 포괄적 주거 지원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남미자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은 '10대 가정 밖 청소년의 주거와 삶에 관한 질적 연구: 시설 비거주 청소년을 중심으로(<청소년학연구>)'를 통해 실제 쉼터를 이용하지 않는 10대 가정 밖 청소년의 주거 현실과 삶의 양태를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이미지 디자인=로이슈 AI 디자인팀(본 이미지는 기사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것입니다.)
이미지 확대보기■ "도망친 선택이 아닌, 버틸 수 없어 나온 탈출"
연구는 가정 밖 청소년의 탈가정 과정을 '자발적 선택'이 아닌, 폭력·학대·방임 등 부모와의 관계 갈등 속에서 더 이상 가정에 머물 수 없어 선택한 '탈출'로 해석한다. 탈가정 청소년은 보호대상아동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탈가정 청소년이 '스스로 집을 나왔다'는 이유로 가정 밖 청소년으로 분류되면서, 선택 가능한 주거 대안이 사실상 청소년 쉼터로 한정된다. 문제는 쉼터 입소 과정에서 가정폭력 피해가 객관적으로 입증되지 않으면 72시간 이내 보호자에게 통보해야 하는 구조다. 가정 내 폭력이나 방임을 겪고 탈가정한 상당수 청소년은 쉼터 이용 자체를 꺼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결과적으로 시설 비거주 가정 밖 청소년은 주거급여, 국민기초생활보장, 공공임대주택 등 주요 주거 지원 제도에서 배제되고 있다.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 역시 노숙인을 18세 이상으로 규정해 미성년 청소년을 제외하고 있으며, 시설 비거주 10대 가정 밖 청소년은 제도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대상'으로 취급되고 있다.
■ 고시원·원룸이 '최선'... 비적정 주거가 일상
쉼터 거주 경험이 없는 10대 가정 밖 청소년 7명을 심층 면담한 결과, 면담 참여자들의 주거 현실은 극도로 불안정했다. 참여자들은 탈가정 이후 가장 나은 주거 형태로 고시원이나 원룸을 꼽았지만, 실제 거주 공간은 협소하고 위생 상태가 열악했으며 범죄 위험과 노후화로 인한 냉난방·누수 문제 등 다양한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보증금 마련이 어려운 상황에서 '무조건 싼 곳'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고시원조차 '최선의 선택지'로 인식됐다. 그마저 어려운 경우에는 지인 집을 전전하거나 노숙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성적 지향이나 성정체성 문제로 쉼터 입소를 거부당하거나 스스로 쉼터를 피한 청소년들은 '가출팸'과 같은 비공식적 주거·경제 공동체를 형성해 생존을 도모하기도 했다. 그러나 가출팸은 범죄 연루 위험과 경제적 빈곤이라는 또 다른 위험을 동반했다.
■ 주거 위기는 생계·노동·교육·건강 전반으로 확산
시설 비거주 가정 밖 청소년의 주거 불안은 곧바로 생계, 노동, 교육, 건강 문제로 이어졌다. 면담 참여자들은 주거비를 포함한 생활 전반을 스스로 감당해야 했고, 일부는 성노동의 유혹을 경험했다고 진술했다.
친권자와의 관계가 단절된 상태에서는 근로를 원해도 동의서를 받을 수 없어 불리한 근로 조건을 감수해야 했다. 미성년이라는 이유로 의료 이용 역시 제한됐으며, 일부 참여자는 나이를 속이거나 지인의 도움으로 근로 동의서를 대신 제출해 일을 구했다. 법적으로 보장된 주휴수당이나 야간근무수당도 요구하기 어려웠고, 권리를 주장할 경우 즉각 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현실 속에서 부당한 노동을 감내해야 했다.
교육은 자연스럽게 후순위로 밀려났다. 생계 부담과 주거 불안 속에서 학업 중단은 선택이 아닌 현실적 결과였다. 건강 문제 역시 심각했지만, 병원 이용 자체가 어려워 아픔을 참는 것이 일상이었다.
■ "도움 요청할 곳은 SNS뿐"... 사회적 지지의 부재
연구 참여자들은 공통적으로 사회적 지지 체계의 부재를 호소했다. 쉼터와 원가정 모두와 단절된 상태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혼자 감당해야 했고, 신뢰할 수 있는 어른이나 기관을 찾기 어려웠다.
학교, 청소년 지원기관, 경찰 등 공적 기관에 대한 불신도 컸다. 폭력 피해를 입증하지 못하면 지원을 받을 수 없고, 가구 소득 기준으로 지원 여부가 결정되는 구조 속에서 '실질적 보호 경험'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참여자들이 의지할 수 있었던 공간은 SNS였고, 비슷한 처지의 청소년들끼리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버티고 있었다.
■ "주거권은 공간이 아니라 삶의 권리"
연구는 시설 비거주 10대 가정 밖 청소년의 주거 문제를 단순한 주거 공간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안전·존엄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주거 불안은 삶의 기획과 재건을 가로막고, 심각한 신체적·정서적 위험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남 연구위원은 (1) 노숙인·주거취약계층 실태조사에 가정 밖 청소년 포함 (2) 주거 지원 법제에서 연령 제한 완화 (3) 쉼터 입소나 원가정 복귀 중심의 이분법적 접근 탈피 (4) 교육·노동·의료를 포괄하는 탈시설 중심 주거 지원 정책 마련의 필요성을 제언했다.
남 연구위원은 "가정 밖 청소년의 주거권은 단순히 머무를 공간을 제공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며 "청소년이 존엄과 정체성을 유지하며 사회와 연결될 수 있는 '삶의 거점'으로서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논문
남미자(2025). 10대 가정 밖 청소년의 주거와 삶에 관한 질적 연구: 시설 비거주 청소년을 중심으로. 청소년학연구, 32(6), 223-247
김지연(Jee Yearn Kim) Ph.D.
독립 연구자로 미국 신시내티 대학교 형사정책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범죄 행위의 심리학(Psychology of Criminal Conduct), 범죄자 분류 및 위험 평가(Offender Classification and Risk Assessment), 효과적인 교정개입의 원칙(Principles of Effective Intervention), 형사사법 실무자의 직장내 스트레스 요인, 인력 유지 및 조직행동(Workplace Stressors, Retention, and Organizational Behavior of Criminal Justice Practitioners), 스토킹 범죄자 및 개입 방법(Stalking Offenders and Interventions)이다.
김지연 형사정책학 박사 cjdr.kim@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