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청사.(사진제공=대법원)
이미지 확대보기피고인들이 2019년 4월~5월경 패륜과 드립을 합성한 즉, 부모님에 대해 욕설 등 행위를 하는 ‘패드립 놀이’를 피해자를 상대로 하기 시작했다. 이를 들은 상대방은 ‘부모 욕을 하여 기분이 나쁘다’는 것을 핑계로 피해자를 번갈아 가며 수십 회 무자비하게 마구 때렸다.
2019년 5월 중순경에는 피해자는 위와 같이 계속된 폭력으로 인해 신체 각 부위에 다수의 상처를 입게 되었고, 그 정도가 심해져 외관상 쉽게 눈에 띌 정도에 이르자 급기야 피고인들은 피해자에 대해 자신들의 폭행이 드러날까 봐 두려워 피해자로 하여금 그때까지 해왔던 주차 안내 아르바이트마저 그만두게 했다.
그 무렵 피고인들은 피해자에게 정상적인 식사를 제공하지 않아 피해자는 하루 1~2차례 라면이나 빵을 먹는 것으로 연명했고 전신이 눈에 띄게 말라가기 시작했다.
피고인들은 2019년 5월 하순 무렵, 피해자가 피고인들로부터 위와 같이 수시로 폭행을 당하여 전신에 근육이 손상되고 가슴 및 복부에 심한 통증이 있어 항상 구부정한 자세로 걸어다닐 수 밖에 없었고, 얼굴은 피멍이 들어 크게 붓고 눈두덩이 부분도 부풀어 올라 눈을 제대로 뜨기 어려워 외출시에 항상 마스크를 착용했으며, 전신의 피부색깔이 변하는 등 비정상적인 신체 상태에 놓여있고 건강이 악화돼가고 있었다.
이어 세면대에 물을 가득 채우고 피해자의 머리를 3회 가량 세면대에 집어넣고 이어서 피해자의 가슴과 배를 주먹으로 수십 회 가량 때리는 등 속칭 ‘물고문’을 하고 엎드려 뻗쳐를 시켜 위 물건으로 때리거나 가슴과 복부를 7-8회 세게 찼다. 폭행은 2019년 6월 8일 오후 10시경부터 6월 9일 오전 1시 50분경까지 이어졌다.
급기야 피해자가 주저앉으면서 “미안해”, “눈이 안 보여”라고 말하는 등 그만 때릴 것을 부탁했으나 피해자의 턱을 1회 발로 세게 걷어찼고, 이에 피해자가 의식을 잃고 쓰러지자 피고인들은 피해자의 몸 위에 이불을 덮어두고 그대로 방치해 결국 피해자는 같은 날 불상경 외력에 의한 다발성 손상과 이로 인한 패혈증 등을 원인으로 사망했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해 피해자를 공동폭행해 살해했다.
피고인들은 자신들의 폭행으로 심한 상처가 난 피해자의 얼굴 등을 촬영하고, 이를 조롱하는 노래를 만들어 부르기까지 했다. 피고인들은 피해자가 의식을 잃고 쓰러지자 119 구조대에 신고하거나 피해자를 병원에 데리고 가는 등 적절한 조치를 하기는 커녕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챙긴 다음 피해자의 문자메시지, 연락처 등을 삭제하고, 피고인들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피해자의 사진을 삭제하는 등 범행을 은폐하려고 했다.
또한 피고인 Y, 피고인 H는 2019년 5월 15일경 피해자가 월급을 수령한다는 것을 알고 월급을 이체하라고 지시해 지속적인 폭행과 협박에 겁을 먹은 피해자로부터 계좌로 75만 원을 송금받았다.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피해자를 공갈해 금품을 교부 받았다.
1심(2019고합250)인 광주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송각엽 부장판사)는 2019년 12월 20일 살인, 공갈, 공갈미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Y에게 징역 20년, 피고인 H, J에게 각 장기 15년, 단기 7년(19세 미만 소년 부정기형), 피고인 C에게 징역 17년을 각 선고했다.
피고인들 및 검사는 쌍방 항소했다.
원심(2심 2020노19, 2020노56병합), 2020노148병합)인 광주고법 제2형사부(재판장 김무신 부장판사)는 2020년 6월 23일 1심판결을 모두(제1,2,3판결) 파기하고 피고인 Y에게 징역 18년, 피고인 H에게 징역 10년, 피고인 J에게 징역 11년, 피고인 C에게 징역 9년을 각 선고했다.
(제1) 1심판결 선고 당시에는 소년법 제2조에서 정한 ‘소년’에 해당해 같은 법 제60조 제1항,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부정기형(장기, 단기형)이 선고됐으나, 이 법원에 이르러 더 이상 만 19세 미만인 소년에 해당하지 않게 돼, 제1 1심판결 중 피고인 H, J에 대한 부분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됐다.
원심은 주도적인 역할을 한 피고인 Y에 대해 살인의 고의를 인정한 (제1) 1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한 살인의 고의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대신 상해치사죄를 적용했다.
원심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 H, J, C가 상해의 고의를 넘어 미필적으로나마 피해자를 살해할 범의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에 대하여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만큼 증명이 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제1 1심이 피고인들(3명)에 대해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는 전제에서 피고인 Y와 함께 살인죄의 공동정범으로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살인죄의 고의와 공동정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들의 주장은 타당하다고 봤다.
피고인들 및 검사는 쌍방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대법관 김선수)는 2020년 10월 15일 상고를 모두 기각해 원심을 확정했다(대법원 2020.10.15.선고 2020도9337 판결).
대법원은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해 "원심이 피고인 Y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의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 중 살인 부분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이를 무죄로 판단한 것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살인죄의 미필적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수긍해 배척했다.
피고인들의 상고이유에 대해서도 원심을 인정해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