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문서위조죄, 위조 문서의 정교함이 처벌 여부와 처벌 수위 결정해

기사입력:2020-07-09 09:00:00
[로이슈 진가영 기자] 행사할 목적으로 공무원이나 공무소의 문서 또는 도화를 위조하거나 변조하면 공문서위조죄가 성립한다. 공문서위조죄는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되며 사문서위조죄와 달리 별도의 벌금형이 규정되어 있지 않아 한층 무겁게 처벌된다. 나아가 10년의 자격정지도 병과될 수 있다. 그러나 죄책의 엄중함에도 불구하고 일상 속에서 공문서위조를 대수롭지 않은 이유로 저지르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 해 3월, 대학생 A씨는 자신이 다니는 대학교에 미세먼지로 인한 단축 수업을 건의했다가 거부당하자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교육감과 교육부 장관 앞으로 ‘미세먼지가 심하니 모든 학교에 단축 수업 및 휴업을 시행하라’는 내용의 문건을 대통령 명의로 작성해 발송했다. 해당 문서에는 매주 금, 토요일에 흡연을 금지하고 대학교 수업시간 발표나 과제를 금지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검찰은 A씨를 공문서위조죄 및 위조공문서 행사죄로 기소했다.

사건의 외관만 살펴보면 대통령 명의를 사칭해 공문서를 위조했다는 점에서 중대한 처벌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였으나 재판부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일반인이 쉽게 믿을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게 형식 및 외관을 따라한 문서가 아니고 내용이 허술해 공문서위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A씨가 작성한 문서에 표제나 목차가 없고 사용한 청와대 로고도 상단과 하단이 잘려 나가 있는 점, 대통령을 사칭한 부분도 문자의 크기와 글꼴이 서로 다른 점, 문서의 내용이 대통령 명의의 공문서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유치하고 허황되다는 점을 이유로 들어 “A씨가 작성한 문서는 평균적 사리 분별 능력이 있는 사람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살펴보면 공공기관이나 공무원이 작성한 것이 아님을 쉽게 알아볼 수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유앤파트너스 유상배 검사출신 변호사는 “이 사건에서 볼 수 있듯 공문서위조죄는 단순히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을 사칭해 문서를 작성한 것만 가지고 처벌을 하는 게 아니라 위조 수법이나 위조된 공문서의 정교함 등을 토대로 처벌 수위를 결정하게 된다. 또한 공문서 위조를 통해 이루려고 했던 목표나 실질적인 행사 가능성, 재범 가능성 등 복합적인 요소를 고려하기 때문에 위조 행위 하나만으로 사건의 중대성을 판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공문서위조죄에서 말하는 공문서가 종이로 제작된 문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면허증, 신분증, 수능시험 성적표, 국가가 발급하는 자격증까지 모두 공문서로 인정된다. 최근 인터넷이나 SNS에 성행하는 신분증 등을 위조해준다는 업체의 홍보 메시지를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이들 업체는 실질적으로 공문서위조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유상배 검사출신 변호사는 “위조 업체는 최신 수법을 사용해 위조 신분증, 자격증의 정교함을 내세우지만 위조된 공문서가 정교하면 할수록 처벌 가능성은 커지게 된다. 업체뿐만 아니라 위조를 의뢰한 장본인도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으며 설령 미성년자라 해도 소년보호사건이 아니라 형사사건으로 처리될 수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공문서위조죄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만일 혐의에 연루된 상태라면 즉시 변호인을 통해 양형에 고려될 요소를 최대한 제출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정리했다.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news@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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