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노태악 "재판부의 결론을 존중하겠다는 태도를 받아 낼 수 있어야"

기사입력:2020-03-04 10:26:12
[로이슈 전용모 기자] 노태악 신임대법관(58·연수원 16기)는 3월 4일 취임사에서 “저는 재판의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가슴 깊이 새기고, 이를 침해하려는 내외부의 시도를 과감하게 배척하며, 공정하고 충실한 심리에 근거한, 예측가능하고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을 위하여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패소한 당사자도 자신은 비록 달리 생각하지만 재판부의 결론을 존중하겠다는 태도를 받아낼 수 있어야 한다”며 “불가능한 이상론일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이러한 목표를 향하여 끊임없이 고민하고 정직한 목소리를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노 대법관은 전날 퇴임한 조희대(63·13기) 대법관의 후임으로, 2월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이 통과됐다. 코로나19영향으로 취임식 대신 취임사로 대신 의지를 표명했다.

노 신임 대법관은 1962년 경남 창녕군에서 3형제 중 둘째로 태어난 후 일찍이 대구의 변두리로 이사해 자랐다. 그의 할아버지는 일제 강점기에 신간회 대구지회, 대구청년동맹에서 활동하고, 비밀항일단체인 ‘ㄱ당’을 조직해 독립자금 모집을 하다 체포되어 3년 동안 옥고를 치렀다. 이러한 공훈을 인정받아 1995년 건국훈장 애족장에 추서되는 영광도 있었지만 독립운동을 하느라 집안을 돌보지 못한 영향으로, 아버지는 평생을 염색공장 근로자로 일했고, 어머니 또한 하루도 빠짐없이 경제활동을 해야 할 정도로 어려운 학창시절을 보냈다.

집안 형편상 서울에서 대학생활(한양대)을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모교의 장학 혜택 덕분에 학업을 계속할 수 있었고, 다행히 1984년 사법시험에 합격, 군법무관을 거쳐 1990년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판사로 임관한 이래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서울북부지법원장 등 지난 30년간 법관으로 재직하며 다양한 재판업무를 담당해 왔다.

다음은 취임사 전문이다.
존경하는 대법원장님, 대법관님, 그리고 법원 가족 여러분!

먼저 법원과 재판의 진정한 의미와 법관으로서의 자세 및 마음가짐을 가르쳐 주고 일깨워 주신 동료, 선후배 법관님들, 그리고 재판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마음을 나누어주신 법원 직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들께서 계셨기에 부족한 제가 오늘 대법관으로 영예로운 첫발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저를 믿고 묵묵히 지켜보시며 격려하여 주신 부모님 및 가족들과 함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1990년 3월 법원에 발을 들인 이래 더 나은 재판, 좋은 재판을 하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재판에 임하였지만, 연륜이 쌓여갈수록 재판이 보람보다는 부담과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았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도 부족하나마 제가 다루는 것은 단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이라고 생각하며 - 한 사람이 온다는 것은 그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가 함께 온다는 어느 시인의 말씀처럼 - 이 세상에 중요하지 않은 사건은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당사자의 주장을 귀담아듣고, 구체적 사안에 타당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여 왔습니다.

대법관 임명과정을 거치면서 법원을 향한 국민들의 시선이 여전히 차갑고, 재판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법원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얼마나 큰지, 또 법관의 역할과 책임은 얼마나 막중한지를 새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사법부가 처한 현재 상황이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된 이상 그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 역시 재판절차를 통하여 찾아야 할 것입니다. 거듭하여 다짐합니다. 저는 재판의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가슴 깊이 새기고, 이를 침해하려는 내외부의 시도를 과감하게 배척하며, 공정하고 충실한 심리에 근거한, 예측가능하고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을 위하여 노력할 것입니다.
판결은 오랫동안 끌고 온 소송당사자 간의 분쟁에 대한 결론입니다. 그러나 그 최종 결론 못지않게 그에 이르는 절차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분쟁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분쟁이 생겨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법정에서의 충실한 심리와 재판절차 안팎에서 법관들의 언행이 중요한 것은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입니다.

이렇게 내린 결론에 대하여, 패소한 당사자도 자신은 비록 달리 생각하지만 재판부의 결론을 존중하겠다는 태도를 받아낼 수 있어야 합니다. 불가능한 이상론일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이러한 목표를 향하여 끊임없이 고민하고 정직한 목소리를 내놓아야 합니다. 독일의 존경받는 법철학자 라드브루흐는 “법이란 이상적인 가치에 봉사하는 의미를 가진 현실”이라고 하였습니다.

때로는 우리가 내린 판결이 당사자 간 분쟁에 대한 결론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질 때가 있습니다. 우리는 판결을 통하여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우리 사회의 기본적 가치를 확인하는 한편, 사회의 계속성을 유지하면서 예측가능한 법적 환경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사회의 변화와 발전에 따른 시대의 요청 또한 읽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로마의 법학자 첼수스는 “법이란 선과 공정, 즉 옳음과 형평의 예술”이라고 하였습니다. 사도법관으로 알려진 김홍섭 판사님은 어느 법관의 심정이라는 글에서, “좋은 법관이기 이전에 또는 그와 동시에 친절하고 성실한 인간이 되고 싶다.”라고 하셨습니다. 6년의 임기를 마칠 때까지 새기고 또 새기겠습니다.

끝으로 대법원장님과 대법관님들을 비롯한 여러 법원 가족들께, 지금까지 마음의 각오를 다짐으로써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아울러 보이게 또는 보이지 않게 따뜻한 격려와 당부의 말씀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에게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여러분 모두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2020. 3. 4.

대법관 노 태 악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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